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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대통령이 통한 ‘가톨릭 코드’

한·미 대통령이 통한 ‘가톨릭 코드’

이백만 전 주교황청 대사 특별 기고 / 바이든 시대, 한반도 평화와 교황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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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1 발행 [1601호]
▲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사도궁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G20 정상회의 10월 개최 예정, 한-미 지도자 교황 면담할 듯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화로 회담한 2월 4일, 청와대 관계자의 백브리핑을 전해 듣고 저는 10월의 로마를 떠올렸습니다. 아! 문재인과 바이든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뵙겠구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하고 계시는 교황, 가톨릭 사회교리 실천을 정치적 소명으로 삼고 있는 문재인과 바이든, 세 분의 지도자가 로마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내겠구나,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봤습니다.

주요 20개국 정상들의 모임인 G20 정상회의가 올해 10월 로마에서 열립니다. 코로나19가 변수이긴 합니다만, 지금의 추세로 봐서는 대면 회의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바티칸에는 중요한 외교 관행이 있습니다. 수교국의 정상이 이탈리아를 방문할 경우 바티칸을 찾아 교황을 찾아뵙는 일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제회의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했다가 교황과 면담했었지요. 문재인과 바이든도 10월 로마에서 교황을 만날 게 확실합니다. 교황 면담은 통역만 배석한 1대1 완전 독대입니다.



두 가톨릭 신자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

한국에서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종교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가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문 대통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자신의 종교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습니다. 한미 정상통화에서도 바이든이 먼저 종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바이든)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라고 하시니…, (나의) 당선 직후 교황께서 축하 전화를 주신 기억이 난다. 당시 기후변화, 민주주의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문 대통령과 같은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 보니 우리 두 사람이 견해가 비슷한 것 같다.” (문재인) “저도 교황과 대화한 일이 있다. 교황께선 동북아 평화 안정, 기후변화 등을 걱정하셨다. 자신이 직접 역할을 하실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교황님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과 바이든은 첫 만남에서 ‘가톨릭’과 ‘교황’이라는 공통된 코드를 확인했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하여 10월의 로마가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교황은 바이든을 만나 무슨 말씀을 하실까. 그동안의 흐름을 파악해 보면 예측 가능합니다.



교황청과 북한의 교류 문제

교황은 2018년 10월 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북한에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의 이 발언 이후 교황청과 북한의 움직임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이 포착되었습니다. 특히 평양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교황청 산하 국제자선기관인 산테지디오(Sant’Egidio)를 대하는 북한의 자세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북한의 헌법상 정부 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최고인민회의)은 2018년 12월 산테지디오의 임팔리아초 회장을 만수대의사당으로 초청하여 환대해 주었고 그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주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들이 2019년 2월 초 로마 라테라노 성 요한 대성전에서 열린 산테지디오 창립 기념 리셉션에 참석했습니다. 북한은 그즈음 산테지디오에 평양사무소 개설을 타진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무척 이례적인 ‘사건’입니다.

바티칸의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기존의 중국 협상팀을 중심으로 평양과의 실무 협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여 바티칸이 평양과 직접 협상한다는 방침이었지요.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교황에게 보내기만 하면 바티칸과 평양이 당장 후속 실무 협상에 착수할 수 있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2019년 2월 말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노딜(no deal)이 이 모든 활동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아쉬웠습니다.



가톨릭 사회교리 담긴 정치로 전쟁 방지·빈민 구제하길

이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트럼프는 교황과 무척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었습니다. 바이든은 진정으로 교황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입니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2015년)도 사실은 교황과 바이든(당시 부통령)의 합작품이었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철저한 대화주의자입니다. 교황은 북핵 문제와 관련, 바이든에게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당부할 것입니다. 교황은 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규제를 완전히 해제하거나 대폭 완화하라고 주문할 것입니다. 비밀이 보장된 둘 만의 독대 자리인데 무슨 말인들 하지 못하겠습니까. 전쟁 방지와 빈민 구제는 가톨릭 사회교리의 핵심입니다. 사회교리 실천을 정치적 소명으로 삼아온 바이든이 교황의 이런 요청을 모른 척하고 지나갈까요?




이백만 전 주교황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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