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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반토막 나 밥값도 아껴요”… 예수님께 의지하며 버티는 상인들

“매출 반토막 나 밥값도 아껴요”… 예수님께 의지하며 버티는 상인들

[타인의 삶] 코로나19 속 자영업자 생존기 / 서울 용문전통시장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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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4 발행 [1598호]



1월 15일 금요일 날씨 흐리고 비

‘코로나 때문에.’ 지난해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이 말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이 좌절했다.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었고 누군가는 삶 자체를 잃어버렸다. 그렇게 코로나는 우리 삶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부분 좋지 않은 쪽으로.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전통시장이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대면 판매를 중심으로 운영해 온 전통시장은 의도치 않게 비대면화 됐다.

가톨릭평화신문 기자들이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타인의 삶.’ 그 첫 번째로 서울 용문전통시장 상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6호선 지하철 효창공원앞역에서 5분쯤 걸어 ‘용문전통시장’이라고 쓰인 시장 입구에 닿았다. 입구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서니 시장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 9시.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떠올렸는데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끔 물건을 실은 트럭이나 오토바이가 지나다니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물건값을 흥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대신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텅 빈 거리의 적막을 깼다. 상인들은 물건을 정리하고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쓸며 하루를 준비했다. 물로 무언가를 씻는 소리, 빗자루질하는 소리만이 시장길에 가득했다. 준비를 끝낸 상인들은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추위를 피해 난로 앞에서 휴대전화를 보며 무료함을 달랬다.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를 보다가 기자가 지나가니 손님인 줄 알고 쳐다보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을 틈타 장사 준비를 마치고 뒤늦게 식사를 하는 상인들도 보였다. 기자가 시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동안에도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날씨까지 흐린 탓에 시장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상인들의 한숨


텅 빈 미용실에 김자재(서울 용산본당, 마리아)씨가 홀로 앉아 있다. 기자가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네요”라고 하자 김씨는 “어제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어요”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사람 구경이 쉽지 않다. 어제처럼 공친 날도 허다하다. 코로나19가 없을 때 미용실 운영으로 김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80만 원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난 뒤 김씨의 수입은 반토막 났다. 인근에 미용실이 많은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그는 “요즘은 손님이 많아야 한두 명”이라며 “이번 달에는 가게세 40만 원도 못 낼 것 같다”고 했다. 미용실에 손님이 없어 최근에는 전단 아르바이트도 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배진수(서울 용산본당, 뽈리나)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장사가 곧잘 됐다. 하지만 해마다 매출이 줄더니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는 급격히 악화됐다. 배씨는 “최근 며칠 동안 하루에 5만 원밖에 팔지 못했다”며 “솔직히 유지가 힘들다”고 말했다. 배씨가 내는 가게세는 한 달에 140만 원. 전기요금까지 더하면 고정비용은 하루 5만 원이 넘는다. 가게 문만 열어놔도 5만 원이 넘는 돈을 쓴다는 이야기다. 배씨 가게의 경우 12월과 1월이 1년 중 매출이 가장 많은데도 요즘은 오후까지 개시를 못 할 때도 많다. “점심식사는 하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배씨는 “돈도 못 버는데 밥은 먹어서 뭐해요. 그냥 굶으려고요”라고 했다.

변경애(서울 용산본당, 데레사)씨는 순댓국집을 운영한다. 허름한 외관에 ‘이 집 맛집인가’ 하는 생각과는 달리 가게 내부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낡고 오래된 조리도구만이 이곳이 식당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기자가 “요즘 좀 어떠세요”라고 묻자 변씨는 “코로나 이전과 차이가 큰 정도가 아니라 매출이 거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변씨의 가게가 시장 뒷골목에 있는 데다 인근에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아 손님의 발길이 더 뜸하다. 손님이 없는 탓에 순댓국은 팔 수도 없다. 순댓국의 주재료 중 하나인 머리 고기는 오래 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씨는 요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등 찌개류만 판매한다. 그런데 밥 손님도 뜸해 요즘은 술만 팔고 있는데 술만 먹으면 가게에서 싸우는 단골손님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변씨는 “문을 열지 않을 수는 없고 아주 난감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지만 상인들은 견딘다. 아니 견뎌야만 한다. 평생을 해 온 ‘내 일’이기 때문이다.

김자재씨는 20살 때부터 미용을 했다. 미용을 오래 했기 때문도 있지만 김씨가 미용실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는 봉사하기 위해서다. 그는 “미용실을 안 하면 봉사를 못 한다”며 “미용실을 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야 봉사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봉사하는 데는 씀씀이가 크다. 전단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도 모두 수도원과 보육원, 양로원을 돕는 데 썼다. 정수기가 필요하면 정수기를 사주고 컴퓨터가 필요하면 컴퓨터를 사줬다. 미용봉사도 34년 동안 다녔다. 김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시장에서 ‘봉사 많이 하는 언니’로 불린다.

배진수씨는 “31년째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신앙”이라고 했다. 배씨는 예수님을 정신과 의사라고 한다. 그는 “장사가 안돼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삶이 너무 힘들어서 신앙이 없었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만두는 것도 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예수님께 의지하며 견디고 있다”며 “믿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것인 것 같다”고 했다.

변경애씨의 생각도 같다. 변씨는 “버틸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이 주시는 힘 덕분”이라며 “믿음이 있으니까 계속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큰 욕심은 내지 않는다는 변씨. 그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함에 또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내일은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품고 오늘도 가게 문을 연다.


용문전통시장의 돌파구

용문전통시장은 1948년 개설돼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점포 수는 155곳(상인회원 기준), 상인 수는 300명이다.

용문전통시장은 오랜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반재선 상인회장은 “오후에는 손님들이 좀 있는 편이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시장 전체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용문전통시장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놀러와요 시장(놀장)’ 서비스를 통해 활로를 개척했다. 놀장을 통해 이뤄지는 배송은 하루 20~30건, 자체 점포 배송까지 하면 50건이 넘는다. 할인 행사를 할 때는 하루 배송이 200건을 기록한 적도 있다. 덕분에 상인들의 매출도 늘어 시장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오후가 되자 용문전통시장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해졌다. 상인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로나19가 끝나 시장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길 희망한다. 힘든 시기지만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역시 희망은 사람을 살게 한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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