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31. 묵주 갖기를 원한 이슬람교 신자

[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31. 묵주 갖기를 원한 이슬람교 신자

프랑스 성요한 사도 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Home > 사목영성 > 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2020.12.20 발행 [1593호]


나의 책 「그대들을 사랑합니다」에 소개된 짤막한 두 사연.

2012년 11월 어느 날. 이곳 생드니 오베흐빌리에 라호즈레 병원 복도 끝에서 작은 키의 남자 분이 “가타리나?”라고 부른다. 내가 수도자라는 신분을 알아보고는 자신에게로 오라는 손짓을 한다. 낯선 짙은 갈색 얼굴을 가진 남자분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어리둥절하였다. 다가가니 문이 열려있는 병실 안의 환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코도 입도 심하게 일그러져 언뜻 보기에는 심한 나병 환자처럼 보이는 얼굴의 여자가 누워있다.

인도 사람 같으나 더 검고, 두 손은 뒤틀려져 있어 작은 물건도 제대로 쥘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를 복도 끝에서 부른 이는 환자의 남편이었다. “가타리나?”라고 아내의 세례명을 외치면, 수도자인 내가 알아듣고 곧바로 자신에게로 다가올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남편에게 물으니 40년 전 인도에서 살던 집에 난 불에 덴 흔적이라고 한다.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기조차 어려울 만큼 처절한 모습이다.

아내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며 부모님은 10남매의 자녀를 두었단다. 세 딸이 수도자들이며 삼촌은 인도 어느 교구의 주교님이라고 한다. 그녀는 엄청난 화상으로 인해 심한 화상 자국과 일그러진 모습이었지만, 천천히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분에게서 온화함을 느꼈다. 이들은 프랑스의 여느 이민자들처럼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독실한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착실히 신앙생활을 하는 부부임을 알 수 있었다. 병실을 나서기 전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환자를 안아주었다. 마음 깊이 평화를 간직한 온 마음을 다한 포옹이었다. 이 분도 뜨겁게 나를 껴안았다. 참 따뜻함을 느꼈다.

때는 2008년 11월. 이 병원에도 많은 노인 환자들이 있다. 오랜 시간 인내의 삶을 살아오신 이분들의 첫 느낌은 조용하며, 병으로 비롯된 아픔 속에서도 평온함을 느끼게 해준다.

신자인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는 도중에 늘 가지고 다니는 묵주 하나를 보여드리니 갖고 싶어 하시기에 흔쾌히 드렸다. 이를 본 옆 침대의 이슬람교인 젊은 여자환자가 자기도 달라고 청하는데 망설여졌다. 몇 년 동안 이곳 병원에서 많은 환자를 만났지만, 이 여인처럼 가톨릭의 고유한 기도 도구인 묵주를 달라고 청하는 이슬람교인 환자들은 없었다. 하지만 이 젊은 여인의 태도에서 진심을 느꼈기에 예쁜 묵주를 골라주면서 잘 간직해달라고 부탁하니, 정색하며 절대 버리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이 여인은 우연히 예수님의 생애를 전해 듣고선 묵주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울었단다. 퇴원하면 자기 방의 벽에 걸어놓겠다고 했다. 매일 아름다운 묵주를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내가 그리스도교 신자가 될지도 모르지 않느냐?”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어서 “어느 누가 자신의 종교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짧으면서도 의심스러운 한 마디 속에 자신의 종교에 대한 회의가 내면에 깔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퇴원하면서 혼자 사는 할머니 집으로 가서 청소도 해주고 말동무가 되어주겠다고 한다. 이 여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착한 사람이고, 우리는 서로 미소 지으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 후 병실을 나왔다.

이어서 만난 남자 환자도 이슬람교인이었다. 그와 코란(이슬람교 성경)에 대해 대화하면서 수녀원 도서실에도 코란이 있어서 읽어보려 했으나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하니, 흔쾌히 가지고 있던 불어판 작은 코란을 선물로 내줬다. 기쁘게 받았다.

소박하고 단순한 포장이 눈에 띄었다. 가톨릭 수녀가 ‘코란’을 가지고 다니면 그들이 더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작은 성경을 가지고 다니면서 신자 환자들에게 선물할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 성요한 사도 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
오늘의 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