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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30. 평화와 희망이 넘치는 ‘사랑의 집’

[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30. 평화와 희망이 넘치는 ‘사랑의 집’

프랑스 성요한 사도 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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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3 발행 [1592호]


우리 수녀들이 오랜만에 감명 깊은 영화 한 편을 볼 기회가 있었다. 제목은 ‘사를르 드골!’

영화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을 통솔하는 최고 사령관이자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임무를 펼쳐야 했던 샤를르 드골과 그의 부인 이본느 여사가 등장한다. 이들 부부에겐 세 자녀가 있었는데, 막내딸 ‘안느 드골’에 관한 영화이다.

안느는 태어날 때부터 지적 장애를 앓았다. 모든 프랑스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았던 대통령에게도 장애를 가진 자녀가 있었으니. 안느를 기르느라 부모로서 힘들었던 아픔이 영화에도 잘 표현돼 있다.

안느의 어머니가 장애 딸을 키우면서 겪어야만 했던 진한 고통.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먹먹하게 하고, 눈시울마저 뜨겁게 한다. 안느가 7살쯤 됐을 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아버지 샤를르 드골은 전쟁의 지휘관이었기에 늘 집에 없었다.

그랬기에 이본느 여사가 늘 어린 장애아인 안느를 데리고 독일군의 폭격을 피해 다른 많은 피난민과 프랑스 남쪽을 향해 고난의 행진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다 어느 시골의 허름한 집에 잠깐 머물게 되었다. 독일 전투기의 폭격으로 수많은 피난민이 피를 쏟으며 길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이 생생히 이어진다. “전쟁은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는 말이 내 입에서 절로 나왔다.

착실하게 살아왔던 평범한 프랑스인들의 죽음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6·25 전쟁 때 비참하게 죽어간 피난민 부모들의 주검 옆에 천진한 어린아이들이 울부짖던 모습을 본 기억도 생생히 떠올랐다. 그 지옥 같은 세계대전 시기에 안느의 어머니가 피신해 잠깐 머문 집에서 일하는 사이 안느가 그만 사라져 버린다.

이본느 여사는 밖으로 뛰어 나와 “내 딸은 장애아예요”라고 소리쳤다. 길 위의 피투성이 주검들 사이를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딸아이를 찾아 헤매는 엄마의 비통함이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안느는 참혹한 주검들 사이에 바보처럼 두 팔을 흔들면서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안느는 그저 시체가 무엇인지도 전혀 모르는 채였다.

“오! 하느님이시여.” 엄마는 표현할 수 없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연해 하면서도 너무도 사랑하는 딸을 온몸, 온 마음을 다해 가슴 깊이 껴안는다. 이본느 여사는 큰 아픔을 가슴 깊이 품고, 어느 날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다.

머리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들, 전쟁 중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 이본느 여사는 죄 없는 아이들이 겪어야만 하는 고통을 가슴 저미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장애 아이들을 지극한 사랑으로 자신의 품 안에 껴안는다. 사랑은 전쟁도 넘지 못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승화된 사랑인 것이다.

이본느 여사는 스스로 입도 앙다물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아이들의 얼굴과 머리를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어 줬다. 다리를 심하게 절뚝거리며 힘겹게 걸어야만 하는 아이들의 손과 허리를 잡아주며, 조금이라도 걷도록 돕는 성모님의 사랑을 닮은 모습을 수녀님들도 유심히 시청했다. 장애아 어머니였던 이본느 여사에게 분명 성령의 인도하심이 있었으리라.

이본느 여사는 자신의 딸과 같은 지적 장애인들이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랑의 집’을 창설했다. 이본느 여사는 이 집에 장애들의 자비로운 어머니처럼 함께 살아가도록 수녀님들에게 소임을 맡겼다. 어느덧 우리 베인의 성 요한 수녀원 수녀님들이 이 장애인들과 살아온 지도 25년이 넘었다.

베르사유 도심에서 가까운 푸르고도 아늑한 숲 속에서 평화와 희망이 넘치는 이 ‘사랑의 집’에서 우리들의 사랑하는 자매들이 항상 그들을 안아주고 있다.

프랑스 성요한 사도 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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