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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91)생의 마지막 한 걸음

[영화의 향기 with CaFF] (91)생의 마지막 한 걸음

삶의 절벽 끝에 서있는 이들을 위한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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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2 발행 [1589호]
▲ 조용준 신부 성바오로수도회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작년 제16회 EBS 국제다큐영화제(EIDF)에서 상영되었던 다큐멘터리 ‘생의 마지막 한 걸음’은 일본에서 유명한 자살 장소로 알려진 곳에서 사목하는 후지야부 목사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는 생명의 전화 안내판을 세워두고 전화가 걸려오면 즉시 달려가 자살을 시도하려는 이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사실 후지야부 목사가 자살에 대한 특별한 지향이나 공부를 했던 것은 아니다. 지역 사회 안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다가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을 돕는 일이 제일 시급하고 해야 할 일이라는 판단이 서서 이 일을 시작한다.

그의 역할은 전화를 받고 상담을 해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살을 시도하려던 이들에게 잠자리와 편히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일자리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가난한 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비영리 활동에 손을 보태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활 공동체를 형성해 간다.

자살을 시도하는 이들은 주로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20~30대이고, 가족이나 친구 관계마저 끊어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며, 그들에게 언제든 돌아가고 머물 수 있는 집의 역할을 해주려고 한다.

그렇지만 자살을 시도하려는 이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단순한 심리적인 불안함을 넘어서 그들 내면에 있는 상처를 다독여 주어야 하고, 부족한 경제관념이나 관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문제와 대면하도록 따끔한 충고도 계속 해야 한다.

후지야부 목사는 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솔직히 고백한다.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고 싶은 데 지쳐가고 감정에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그렇지만 하느님 나라의 현존을 위해서 더 노력하겠다고.

교회는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자살 문제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생명의 문화를 지향한다. 이러한 지향이 더 구체적인 자리에서 신앙 공동체 밖에 있는 이들에게도 그 진정성이 전해졌으면 한다.

예수님께서는 양 우리에 남은 99마리보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되찾음을 더 기뻐하신다. 삶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로 내몰리는 이들과 이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받는 가족을 기억하면서 죽음의 자리에 생명을 함께 채워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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