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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의 피 생각하며… 한반도 평화와 한국 교회 성장 도울 것”

“순교자의 피 생각하며… 한반도 평화와 한국 교회 성장 도울 것”

추규호 신임 주교황청 한국대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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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2 발행 [1589호]
▲ 추규호 신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또 교회를 위해 ‘하느님 일’을 할 수 있게 된 데 대해 감동을 느꼈다”며 양국과 한국 교회를 위해 적극 임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가톨릭평화방송 TV는 24일 오전 10시 30분 추 대사와의 특별대담을 방영한다. 백영민 기자


“하느님의 뜻인 것 같습니다.”

추규호(루카, 68) 신임 주교황청 한국대사는 10일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에게서 신임장을 받은 뒤 소감을 묻는 자리마다 “주님의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주영국 대사직을 끝으로 40여 년 외교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모교인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다 8년 만에 ‘주님의 부르심’에 응하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와 바티칸, 그리고 한국 교회를 위해 다시 외교관이자 신자로서 봉직하게 된 추 대사를 출국 나흘 전인 16일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추 대사는 1975년 외무고시에 합격, 외교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 주이탈리아 공사관 참사관을 지낸 뒤 주일본 공사관 참사관, 외교통상부 아시아태평양국 국장, 미국 주시카고총영사관 총영사, 주일본 대사관 공사, 외교통상부 대변인,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장, 주영국 한국대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외교통이다. 해외 공관에 있을 때는 한인들과 교류하며 한인성당 사목회장도 역임했다. 그에게 매일 성경 읽기와 기도 시간은 주님이 주시는 힘이었다.



- 8년여 만의 공직 복귀이십니다.

“저희끼리 ‘재취업’이란 용어를 쓰곤 하는데, 제가 그런 셈이네요. 그러나 무엇보다 하느님의 뜻이 작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 여깁니다. 임명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 또 교회를 위해 ‘하느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 주교황청 대사는 정부와 교회를 위한 상징적인 자리 아닙니까.

“보통 대사의 역할은 한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국가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주재국과 협력해 나아가는 것이죠. 주교황청 대사는 신앙적 측면에서도 한국 교회와 신자들을 돕고, 교황청과 관계를 강화해 나아가야 하는 자리입니다. 특별히 한국 교회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각별한 ‘순교의 역사’를 갖고 있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장인과 장모님이 지병으로 힘겨워하시다 선종하셔서 저와 아내(송정원 크리스티나)가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아내의 동의가 없었다면 대사직을 수락하지 못했을 겁니다.”



- 이탈리아에서 참사관을 지낸 적이 있기에 바티칸과도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1994년에 이탈리아에서 근무했고, 그때 이탈리아어를 배웠습니다. 1997년에 부활절을 맞아 로마의 신자들과 함께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다녀온 기억도 있습니다. 제가 외국어로 고해성사에 잘 임하진 않는데, 그때엔 로마에서 고해성사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때 뭔가 죄가 많았나 봅니다.”



- 한국ㆍ바티칸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고, 보편 교회와 한국 교회 사이에서 소통을 촉진하는 주교황청 대사 직무에 부담을 느끼시는지요.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도 있지만, 한국 교회는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가톨릭 공동체입니다. 교황청에서도 이 점을 무게감 있게 느끼기 때문에 교황님들도 3번이나 한국을 방문하시지 않았습니까. 특히 한국은 분단국가로서 교황청의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죠. 이를 배경 삼아 국가 간 외교는 물론, 한국 교회 발전을 위해 더욱 긴밀히 소통을 이어가겠습니다.”



바티칸 시국은 국제 사회에서도 특별한 국가다. 교황청은 외교와 신앙적으로 전 세계 180여 개 국가와 관계를 맺고 있으며, 12억에 달하는 보편 교회 신자들과도 영적으로 연결된 나라다. 바티칸 시국 상주 인구는 1000여 명. 주교황청 대사는 로마에서 신학 공부 중인 200여 명에 이르는 한국인 사제와 수도자, 이탈리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100여 명을 챙기고 교류하는 역할도 한다.


▲ 추규호 신임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1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수여하는 신임장을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지난 10일 신임장을 수여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히 건넨 당부가 있나요.

“신임장 수여 이후 특별히 대통령께서 마이크를 잡자마자 맨 처음으로 저를 지목하시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간 협력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시고, 당신의 메시지를 저와 우리 국민에게 보내주셨다’고 하시면서 ‘교황님 알현 때 감사의 말씀을 특별히 전해달라’고 하셔서 뭉클했습니다. 대통령께서 교황님과의 정신적 유대가 상당히 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같은 날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했을 때엔 어떤 당부를 들으셨는지요.

“임명 소식을 듣고 대전교구 해미성지에 방문했습니다. 성지에서 기도하면서 한국 교회에는 무명 순교자가 많음을, 한국 교회에 뿌려진 ‘순교자의 피’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추기경께서도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에 대한 교황청 시성성의 시복시성 절차와 관련한 과정과 교회 노력에 대해 재차 말씀해주셨고,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하셨습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여깁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한반도 상황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교황님께서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교황청은 우리 국민이 느끼는 것 이상으로 복음 전파와 선교에 큰 사명과 의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도 그렇지만, 공식적으로 종교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침묵의 교회 북한과의 관계 개선 등에 외교관으로서 적극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하셨는지요.

“1955년 6ㆍ25 전쟁 직후 3살 무렵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에 십자가를 향해 돌아서서 미사를 주례하는 신부님을 도와 복사를 선 기억도 있는데요. 이번에 대사에 임명되고 나서 그때 들었던 라틴어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 신자로서 특별한 신앙 체험이 있으셨나요.

“제 신앙은 아무래도 현재 98세이신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제게 ‘기도를 하면 반드시 다 이뤄진단다’라고 하시길래 ‘노력도 안 하고 기도만 하면 됩니까?’라고 한 적이 있어요.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제가 외무고시 합격 소식을 전해드렸더니 어머니께서 저 몰래 저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주셨더라고요. 혼인 때부터 지금까지 노력을 동반한 기도의 힘으로 사는 것 같습니다.”



- 매일 아침 영어 성경 통독과 이동 중 묵주기도 CD 청취를 즐기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치매 예방을 겸해 매일 아침 영어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 중 마르코 복음 11장 24절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란 구절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기도할 때 내가 이미 주님께 받은 것으로 믿고 임하라는 말씀에 늘 강렬한 인상을 받습니다.”



-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데요.

“모연(暮煙)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본래 대사에 임명되면 전임 대사가 떠나고 한두 달 뒤에 후임 대사가 관저로 들어가는데, 저는 이백만 전 대사 출국 3일 만에 가는 상황입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 전에 교황님을 알현하고, 신임장을 제정해주십사 하는 차원도 있습니다.”



- 임기 중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한국 정부가 교황청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 새로운 걸음을 떼는 데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신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교회가 보편교회와 함께 질적으로도 더욱 성장하는 데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한국 교회 순교사에 대해 더 공부하려고 합니다.”


추 대사는 인터뷰 후 “성당에 들러야겠다”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말한 ‘하느님의 뜻’을 재차 되새기려는 듯했다. 그는 20일 이탈리아로 출국해 곧장 대사직 임기를 시작했다.

정리=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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