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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어 모자이크 보니 성경의 장면 장면 펼쳐져

고개 들어 모자이크 보니 성경의 장면 장면 펼쳐져

[슬기로운 성당 이야기] (3)이탈리아 산비탈레성당 ②‘봄’을 통한 성경과 전례 메시지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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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8 발행 [1587호]
▲ 산비탈레성당 주제대 위 돔에는 일곱 개의 봉인이 찍힌 두루마리를 손에 쥐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와 천사가 보인다.



성화의 ‘보여주기’

성화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경’으로 이해되었으며, 또한 성화가 그려진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신학 메시지를 ‘들음’이 아니라 ‘봄’을 통해 전달한다.

칼 라너는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수용하는 데 있어 들음과 봄이 가지는 상대적 가치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종교적 그림들이 감각에 의해 포착될 수 있는 구원사의 사건들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도 제기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그림들은 가시적인 역사 사건들의 경험을 제공한다.…우리는 어떤 사람을 단지 들음을 통해서가 아니라 봄을 통해서도 친밀하게 알게 된다.”

6세기 비잔티움 문화의 걸작인 라벤나의 산 비탈레 성당은 전례 거행 이전에 벌써 ‘봄’을 통하여 이곳에서 행해지는 전례와 연관된 성경의 인물과 사건을 미리 알려주고 있다. 특히 앱스(apse, 반원형 내부 공간)에서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제대 위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의 초상을 새긴 메달리온이 있으며, 천장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인 어린 양을 네 명의 천사가 떠받드는 모습이 그려졌다. 양쪽 벽에는 복음서의 저자들(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과 예언자들(모세, 예레미야, 이사야)의 모습과 함께, 아브라함의 이야기와 ‘아벨과 멜키세덱의 봉헌’이 있다. 앱스에는 둥근 원에 앉아있는 ‘판크라토르’(만물의 주관자 그리스도)인 예수님이 있고, 천사들과 성 비탈레, 그리고 라벤나의 주교인 에클레시우스가 좌우에서 보좌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와 수행원을 묘사한 작품.

▲ 테오도라 황후와 포도주를 담은 성작을 들고 있는 시녀들.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와 황후


앱스 벽면에는 황제와 황비의 초상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482~565년)와 부인 테오도라(500?~548년) 황후를 그린 것이다. 향과 성경을 든 부제들, 십자가를 든 막시미아누스 주교(재임 546~554년)를 따라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가 미사에 사용할 제병이 담긴 커다란 성합을 들고 입장하는 모습이다.

모든 인물의 키는 늘씬하며 엄숙한 얼굴에 눈은 크게 묘사되어 있다. 경직된 자세는 비인간적이며, 비인간적인 것을 강조하듯 모든 인물의 발들도 죄다 작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그들의 복식에서는 비잔틴 건축에서도 느낄 수 있는 수직감이 돋보인다. 열두 명의 수행원들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를 상징하고 황제 머리 위의 후광은 그가 교회의 성인이라는 것을, 또한 그의 어깨 위의 큰 훈장은 그의 세속적 권위를 나타낸다. 즉 그에게 교회의 정신적인 힘과 세속적인 힘이 함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또한, 그의 권력의 상징은 그의 부하의 발을 밟고 있는 모습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전체적인 구도는 제국을 이끌어가는 세 그룹으로 여섯 명의 군인은 군대를, 세 명의 신하는 국가를, 세 명의 성직자는 교회를 상징하며 그 중간에 서 있는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는 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황제의 반대편에는 포도주를 담은 성작을 들고 시녀들과 함께 입장하는 테오도라 황후가 장식하고 있는데, 황제의 그림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공간이 묘사되어 있다. 이곳은 산비탈레 성당의 정문과 본당 사이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참회자나 예비신자 등 아직 본당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공간으로 이 모자이크에서 테오도라 황후의 높은 신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또한 당시 교회에서 열등했던 여성들의 지위도 동시에 묘사하고 있다. 황후의 세부 묘사를 살펴보면, 황제와 같이 머리 위의 후광이 있고 보석으로 장식된 관을 쓰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황후는 지상의 절대 권위를 표현하고 있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시녀들 또한 자신들의 품위를 과시하고 있는데, 딱딱하지만 당당한 자세와 근엄하고 차가운 표정들로 시종일관 지상의 권력을 표현하는데 여념이 없다.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와 테오도라 황후의 그림들은 장엄한 종교적인 성격과 지상의 권력을 결합시키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황제와 황후가 바치는 빵과 포도주가 주인공이다. 또한, 이 두 장면은 제대 양쪽에 장식되어 있고 행렬들은 모두 제대로 향하고 있다. 즉 그들이 바치는 빵과 포도주는 성찬 예식을 통해 인간 속죄와 구원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러한 도상은 황제의 세속권과 교황의 교권이 분리된 서구 라틴 세계와 달리, 비잔티움 제국에서는 황권과 교권이 황제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잘 드러낸다. 이것은 황제가 곧 교회의 수장이라는 것으로 로마의 교황을 인정하지 않게 되며, 그 후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의 결별에 하나의 계기가 된다.



예수 그리스도, 판크라토르 자세로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주제대과 앱스 부분이다. 제대 부분에는 전체적으로 신비로운 희생 제사인 성체성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희생, 아벨과 멜키세덱 등 구약의 제사와 신약의 제사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미사에 참여하는 황제 부부의 행렬 등 세 부분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성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앱스의 돔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일곱 개의 봉인이 찍혀 있는 두루마리를 손에 쥐고(묵시 5,1) 판크라토르 자세로 좌우에 천사들을 대동하고 왼쪽 성 비탈레에게는 관을 건네주고, 오른쪽 에클레시오 주교에게는 그가 세운 산 비탈레 성당을 건네주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발아래로 흐르는 네 줄기 작은 강들은 천국을 묘사한다.(창세 2,10-14 참조) 그 뒤로 표현된 도시들은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으로, 예루살렘은 유다인을, 베들레헴은 그리스도인을 각각 상징하며 전체적으로 전 인류를 상징한다.

라벤나와 산비탈레성당을 개인적으로도 몇 번, 그리고 순례자들과는 여러 번 동행했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전 세계 여행객들과 순례자들은 제대 앞에만 모여 있다. 물론 너무도 유명한 모자이크 작품들 때문이겠지만 그때마다 조금은 아쉬웠다. 한 번쯤은 멀찍이 물러나 전체적인 공간을 살펴보길 바란다. 공간의 나뉨과 유입, 그러면서 전체적인 것을 전혀 깨뜨리지 않고 이 모든 공간이 제대를 향해 있는 모습을 살필 수 있다면 모자이크의 화려함과 더불어 각각의 공간들이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 보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보일 때, 마침내 성경을 ‘보게’ 하고 성체성사를 통해 거룩한 공간으로 변화하는 산 비탈레 성당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박원희(사라, 이탈리아 공인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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