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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주교단 특별 사목 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단 특별 사목 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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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5호]

[한국 천주교 주교단 특별 사목 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은총과 평화를 여러분에게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2020년은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백성에게 참으로 아프고 힘겨운 한 해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모든 분들과 방역을 위해 봉사하며 희생을 아끼지 않는 모든 의료진과 봉사자들에게 하느님의 도움과 위로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사스, 메르스, 에볼라에서 코로나19로 이어진 감염증 확산 사태는 현대 물질문명이 큰 전환기에 와 있음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사회의 모든 소통과 활동과 관계를 마비시키고 있는 이 코로나19 사태를 단순히 의학적, 경제적 시각으로 보기보다는 현대문명 전체의 구조와 균형 안에서 통합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자연을 무제한으로 개발하고 소비하고 폐기해도 되는 소유물로만 보고 피폐시키고 약탈해 온 결과입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반포하신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이러한 사태를 이미 예견하며 현대 물질문명의 폐해를 명백히 지적한 예언적 가르침이었습니다. 회칙 서두에서 교황께서는 우리 인간들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 그리고 폭력으로 말미암아 우리 어머니인 지구가 황폐해지고 울부짖고 있다며 비탄하셨습니다(「찬미받으소서」, 2항 참조). 이 회칙은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찬미받으소서」, 160항)라는 엄중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 모두 ‘생태적 회개’에 앞장설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 회칙이 반포되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 지구는 끊임없이 훼손되고 있으며,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지구 생태계가 한계점에 도달하여 울부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세계적 기후 위기 상황과 우리나라의 안이한 대처

2018년 10월 8일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제48차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총회에서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은 「1.5도 특별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앞으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섭씨 1.5도를 넘지 않도록 촉구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로 줄여야 하고, 2050년에는 순 배출량이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지구는 원래 기후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탄력을 잃어버려 결국 지구의 모든 생태계는 파국에 이르게 됩니다.

세계적인 분석 기관인 ‘기후 행동 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2016년에 우리나라를 세계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지적하였습니다. ‘기후 악당 국가’는 기후 변화에 무책임하고 나태한 국가를 의미합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2020년 현재까지도 화석 연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에서 7위이고, OECD 국가 중에서는 배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최근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친환경 뉴딜 정책에는 기후 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의 획기적인 감축 전망과 전략은 찾아볼 수 없고, 디지털 일자리 창출과 에너지 효율을 통한 생산성 향상, 녹색 성장만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특별 기념의 해와 7년 여정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는 2020년 5월 24일부터 2021년 5월 24일까지 한 해를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하고, 2022년부터는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을 출범하자고 요청하였습니다. 지역 교회의 가정, 본당과 교구, 수도회, 학교, 병원, 기업과 농업 등 모든 분야에서 이 7년 여정에 동참하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교황청에서는 2020-2021년의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와 그다음 이어지는 7년이 ‘모든 피조물을 위한 은총의 때’(kairόs)가 되고,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은총을 실제로 체험하는 ‘희년’이 되기를 간절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활동

내년에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조선의 첫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께서는, 조선의 백성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천연두의 유행으로 어린이들이 죽어 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그 병을 퇴치할 처방을 알려 달라고 프랑스 선교사에게 호소하였습니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도 비위생적인 물 때문에 많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신자들과 백성을 위하여 물을 정화하는 처방을 알려 달라고 프랑스 선교회에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처럼 우리 초대 교회의 두 기둥은 고통과 환난에 시달리는 양 떼를 위해 동분서주하신 분들이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에서도 그동안 생태계 안에 아로새겨진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고자 ‘환경의 날’, ‘농민 주일’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등에 지속적으로 담화를 발표하며, 피조물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도리를 안내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2020년 5월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기념하며 “기후 위기, 지금 당장 나서야 합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회개와 다짐

우리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찬미받으소서」, 49항)에 귀를 기울이며 통회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부족함을 고백합니다. 그동안 한국 천주교회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전하여라’(마태 28,18-20 참조)는 교회의 선교 사명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지만, 기후 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과 피조물들의 고통에는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힘 있는 이익 집단이 주도하는 개발 사업에 희생되는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지 못했으며, 생태계 파괴 현장을 보면서도 피조물을 지키기 위한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기후 변화에 관하여 차등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찬미받으소서」, 52항)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며 복음을 선포할 것을 다짐합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과제

우리는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파멸로 치닫는 지구를 유산으로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의식 없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에너지를 무한정 소비해 왔던 나날을 깊이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 마지막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에 한국 천주교회도 보편 교회와 한마음으로 7년간의 생태적 희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겠습니다.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각 교구는 사목 교서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생태적 회개에 대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각 본당과 위원회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각 교구와 단체에서 수행해 나갈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작성하여 첨부하였습니다.

 

‘생태적 회개’는 현시대가 우리에게 절박하게 요청하는 시대적 징표이며, 피조물 안에서 울부짖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사랑의 행동입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태적 회개가 단지 ‘환경보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의 모든 사목 분야에서 사랑의 복음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신앙 행위로 승화되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피조물의 모후이신 성모님!

이 칠흑 같은 어둠의 시간에 어머니를 믿고 의지하는 저희를 저버리지 마소서.*

저의 주님,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주교회의 2020년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며

한국 천주교 주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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