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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아닌 ‘형제’ 되어 공동의 집 문제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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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새 회칙 「모든 형제들」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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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1 발행 [1583호]
▲ 바티칸 신문 1면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 회칙 「모든 형제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CNS】



10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정에 관한’ 사회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을 발표했다. 회칙은 서론(1-9)과 여덟 개의 장(10-285), 그리고 ‘창조주께 바치는 기도’와 ‘그리스도인이 함께 바치는 기도’로 구성되어 있다. 회칙의 부제인 ‘형제애와 사회적 우정’은 직접적으로는 가톨릭 사회교리가 제시하는 ‘연대성의 원리’와 ‘사랑(카리타스, 사회정치 차원의 사랑)’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회칙 곳곳에서, 인간 존엄ㆍ공동선ㆍ보조성의 다른 원리들과 또 진리ㆍ자유ㆍ정의라는 다른 사회적 가치들과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도 긴밀하게 통하고 있다.



간략히 살펴보면, 제1장 ‘폐쇄된 세계 위에 드리워진 암운’(9-53)은 교황의 다른 사회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제1장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를, 그 가운데 III 인간 삶의 질의 저하와 사회 붕괴, IV 세계적 불평등, VI 미약한 반응을 “더 넓은 맥락”에서(5) 성찰한다. 특히 ‘커뮤니케이션’(42-50)과 ‘COVID-19 팬데믹과 다른 재난’(32-36)이 인간환경과 사회환경에 드리운 암운으로 눈에 띈다.

제2장 ‘길 위의 이방인’(57-86)은 루카 복음 10,25-37(‘가장 큰 계명과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을 영적 독서하면서 선의의 모든 사람과 대화에 있어 교회의 도움을 제공하려 한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행위는 사회교리가 제시하는 ‘개별적 행동을 재촉하는 사랑’의 발로였으나,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길’과 ‘여인숙’, 등장하는 ‘사제’ ‘레위’ ‘강도’는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다고 성찰함으로써, 직접적으로는 제3장 ‘개방 세계를 꿈꾸며 일으키기’를, 구체적으로는 제5장 ‘더 나은 정치’(사회 및 정치 차원의 카리타스)의 토대가 된다.

제3장 ‘개방 세계를 꿈꾸며 일으키기’(87-120)에서 교황은 ‘폐쇄’에서 ‘개방’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마리아 사람이 보인) 사랑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개인 차원에서 사회 차원의 박애와 연대로 승화시킬 것을 권고한다. 그러면서도 ‘재화 소유의 권리’가 재화의 보편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임을 밝히며 ‘재화의 공동 사용권’을 재확인한다.

제4장 ‘전 세계에 열려 있는 마음’(128-153)에서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회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서 강조한 ‘사랑의 무상성’을 재확인하면서, 다른 한편, 세계화와 지역화 사이의 조화를 밝힌다. 이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평화를 구축하는 네 원리’ 가운데 하나인 ‘전체가 부분보다 더 크지만, 각 부분의 고유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간 가족’의 개념을 강조하면서 ‘완전한 시민권’의 개념을 확립할 것과 ‘소수민’이라는 ‘차별적 용어’를 사용하지 말자고 촉구한다.

제5장 ‘더 나은 정치’(154-197)에서 정치가 수준 높은 사랑의 행위일 수 있으며, 경제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교리를 설명한다. 시장은 그 자체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대목 가운데 하나가 정치인에 관한 성찰인데(187-198), 이는 올바른 의미의 ‘people’을 왜곡하는 ‘populism’을 배경으로 한다고 불 수 있다. 한편 교황은 ‘세계 공동체(민족들의 가족)의 평화’라는 맥락에서 특히 UN의 역할과 쇄신을 기대한다.

제6장 ‘사회에서 대화와 우정’(198-224)은 교회와 세계 사이의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따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 전 분야에서 횡행하는 불건전한 ‘대립과 배제’의 문화에서 건전한 ‘만남과 포용’의 문화로 전환하기를 강하게 희망한다.

제7장 ‘쇄신된 조우의 경로들’(225-270)에서 회칙은 평화를 ‘건축’과 ‘예술’에 비유한다. 건축과 예술에 공통으로 요구되는 역량은 노력과 창의성이다. 회칙은 그 영감을 ‘가장 작은 이’에서 찾을 것을 주문한다. 교황은 전쟁과 사형제도를 국가가 범하는 ‘살인’이라는 맥락으로 해석하는데, ‘재화의 공공 사용권’과 함께 우리 교회와 사회에 건설적인 토의를 기대한다. 특히 ‘용서’와 ‘기억’(246-249)에 관한 성찰은 남북, 한일 관계를 성찰하는 우리의 길을 밝힐 것이다.

제8장 ‘우리 세계 안에서 형제애를 위한 종교들’(271-287)에서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내용은, 우선 ‘하느님 경배와 이웃을 향한 사랑’이 그리스도교의 핵심이라는 것, 종교 지도자들은 오로지 ‘(하느님의) 평화’만을 얻으려는 ‘중보자’이며 ‘평화의 장인’이라는 것, 동방교회의 하마드 알-테이브(Ahmad Al-Tayyib)와 공동으로 발표한 ‘세계 평화와 함께 살기 위한 인간 형제애에 관한 문서’를 다시 밝힌 것이다. ‘하느님 경배(신앙)과 사랑 실천(삶)’의 분열, ‘권력이든 재물이든 명예든 신분이든, 자신을 위한 대가’를 바라는 종교지도자들, ‘그리스도교의 분열’을 뼈아프게 성찰하도록 우리를 안내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회칙은 ‘보편 형제애’의 삶에 모범을 보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마틴 루터 킹, 투투, 간디를 거명하는데, 특히 복자 샤를르 드 푸코가 깊은 신앙으로 ‘가장 작은 이들’과 자신을 동일화함으로써 모든 이의 형제(벗)가 되기를 꿈꿨음을 소개하면서, 하느님께 모든 이 안에 그 꿈을 불어넣어 달라고 청한다.




박동호 신부 서울대교구 이문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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