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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열심히 사목하다 간경화 악화된 아들 신부 살려주세요”

“주님, 열심히 사목하다 간경화 악화된 아들 신부 살려주세요”

대전교구 황용연 신부, 간 이식 절실한 손범규 신부 위해 기도 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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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1 발행 [1583호]
▲ 황용연 신부가 추석을 앞두고 손범규 신부의 병상을 찾아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내년 은퇴를 앞둔 황용연(대전교구, 요양 중) 신부의 요즘 기도 지향은 아들 신부다. 자신의 추천으로 신학교에 갔고 사제로 24년을 산 손범규 신부가 간경화로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혼자 미사를 봉헌하다가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기도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자신의 간이라도 기증하고 싶지만, 자신도 이미 암 수술을 두 차례나 한 데다가 기저 질환까지 있는 터라 기증이 어렵단다. 나이 일흔에 아들 신부가 투병 중인 모습을 봐야 하는 건 고통이다. 예수님의 수난이 이랬을까, 싶은 아픔이 짓누른다. 때론 사목을 조금만 덜 열심히 하라고 말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려운 본당만 다녔어요. 불같은 성격이라 본당이 어려우면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았지요. 첫 본당이 유구본당인데, 구교우들이 있는 본당이라 발전이 없었어요.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교우들을 다독이며 다 함께 영차영차 하며 활성화했고, 부임한 지 2년 만에 공동체가 북적북적하게 됐어요. 그래서 주교님께서 유구본당이 이만큼 활성화됐으니 딴 신부 보내자 해서 다른 본당으로 가게 됐고, 가는 본당마다 활성화하면서 몇 군데 본당을 다녔어요. 그러다가 건강이 많이 나빠졌어요.”

손 신부가 부임했던 본당 중 천안 불당동본당도 특별한 경우였다. 본당은 천안에 있지만, 실은 전부 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내려온 신자들로 구성된 공동체였다. 사목위원이든 구역장이든 신부가 무릎 꿇다시피 삼고초려를 해도 맡지 않으려 하는 본당인데, 천안 불당동본당 역시 활성화해 놓았고 분가까지 하고 나왔다. 그러다 계속된 과로로 몸이 안 좋아져서 쉬어야겠다 싶어 신자가 100여 명 남짓한 서천 서면본당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도 본당이 어려우니 살려야겠다고 사목에 열중하다 건강을 잃고 말았다.

황 신부 아들 신부는 10여 명. 그중 2010년 선종한 살레시오회 이태석(요한 세례자) 신부가 가장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무슨 운명인지, 이 신부에 이어 두 번째로 중병으로 투병하는 아들 신부를 보게 됐다.

“이태석 신부가 선종하기 이틀 전에 제가 찾아간 적이 있어요. 그때 이 신부가 ‘신부님, 살고 싶어요’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데요. 그래서 이 신부한테 다 하느님께 맡기고 나중에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더니, 아무 말이 없더군요.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어요?”

황 신부는 이어 “손 신부 간 이식 문제로 가족회의까지 했지만, 친척들까지도 다 고령이라서 기증이 힘들어 안타까울 뿐”이라며 “병원에서도 더는 해 줄 것이 없다고 해서 집에서 지내다가, 요즘에는 수시로 간성혼수에 빠져 급히 병원에서 처치하고 다시 집으로 가기를 반복하는데 담당 의사는 10월 안에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위험할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의학 발달로 간을 기증해도 간 기능은 몇 달이면 회복되고 젊은이는 혈액형에 상관없이 이식할 수 있으니 혹시라도 젊은 교우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의 생명을 나눠줘 손 신부가 새롭게 세상을 살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호소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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