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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연고 없는 세 할아버지, 조금이라도 아픔 덜었으면

[사랑이피어나는곳에] 연고 없는 세 할아버지, 조금이라도 아픔 덜었으면

노숙인 생활하다 은평의마을 안착주민번호 없고 정신적 문제도 있어 의료보험 없어 병원가기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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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3 발행 [1580호]
▲ 평생 한국에서 살았지만,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유채운, 신수한, 교영의(왼쪽부터) 할아버지가 김은주 의료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옷 사이로 드러난 팔과 다리는 바싹 마른 나뭇가지 같았다. 온몸을 좌우로 뒤뚱거리며 상담실로 들어온 신수한(요한, 79) 할아버지는 손으로 배를 가리켰다. 배가 아프다는 뜻이었다. 한 달 전 원인 모를 복통으로 은평성모병원과 서울시립 동부병원을 전전했지만, 복통은 계속되는 듯했다. 다른 곳은 괜찮냐는 사회복지사의 질문에 신 할아버지는 손으로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신 할아버지는 남성 노숙인 보호시설 은평의마을에 40년 넘게 살고 있다. 서울 종로에서 노숙하던 그는 1979년 종로구청 직원의 도움으로 은평의마을에 오게 됐다. 영양 상태, 건강 상태 모두 최악이었다. 중국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한국말론 의사소통이 거의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중국말도 잘하지 못했다. 어디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아무런 기록이 없는 데다 지적 장애도 있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런 그를 유일하게 받아준 곳이 은평의마을이었다. 그가 휘청거리듯 걷는 건 성한 발가락이 없어서다. 긴 노숙생활에 발가락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썩어들어갔고, 그나마 은평의마을에 와서야 치료를 받고 잘라낼 수 있었다. 은평의마을만이 유일하게 받아준 할아버지는 또 있다. 유채운(마르티노, 64), 교영의(70) 할아버지다. 유 할아버지는 은평의마을 거주 24년 차, 교 할아버지는 12년 차다. 두 할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와 대만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걸로 추정될 뿐 출생 기록, 출입국 기록이 전혀 없다. 어렸을 적 부모에게 버림받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 은평의마을까지 오게 됐다.

유 할아버지는 조현병을 앓고 있어 일상생활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당뇨와 고혈압 증상도 심하지만, 자신이 아픈지도 모른다. 교 할아버지는 최근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았지만 한 달 약값이 3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치료를 포기했다.

세 할아버지는 평생 대한민국에서 살았지만, 대한민국엔 없는 존재다. 주민등록번호, 외국인등록번호와 같은 공적 기록이 없어서다. 그렇기에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 서비스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연고도, 기록도 없는 이들을 받아주는 병원도 잘 없는 데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간단한 검사를 해도 금세 수백만 원씩 든다. 후원금으로 세 할아버지의 병원비, 치료비, 생활비를 지원하던 은평의마을도 할아버지들이 나이가 들고 자주 아프면서 후원금만으론 지원을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은평의마을 김은주(소피아) 의료부장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착하신 세 분인데 사정이 너무 딱하다”면서 “아파도 웬만해선 내색을 안 하셔서 어디가 얼마나 더 아픈지 알 수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후견인: 이영찬 신부(예수회)

▲ 이영찬 신부



도움을 호소할 곳이 가톨릭평화신문 독자 여러분밖에 없습니다. 세 할아버지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 아픈 곳이 많습니다. 국적도 가족도 하나 없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내는 할아버지들을 위해 작은 나눔이라도 베풀어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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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할아버지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13일부터 19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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