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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너 어디 있느냐”

[사도직현장에서] “너 어디 있느냐”

김재덕 신부(대전교구 대화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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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6 발행 [1576호]
▲ 김재덕 신부



제가 로마에서 유학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여러분은 인정하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유럽 아가씨들에게 아주 잘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검증(?)받았습니다. 이탈리아어를 배울 때, 한 번은 유럽 아가씨 두 명이 저를 놓고 수업 시간에 서로 제 옆에 앉고 싶어서 싸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스웨덴에서 온 같은 반 여학생이 자정에 제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클럽에서 노는 중인데 저보고 빨리 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갔습니다. 늦을까 봐 택시까지 타고 갔습니다.

새벽 2시까지 재미있게 놀고 헤어진 뒤에 심야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속에서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라는 성경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동안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서 다음 날 아침까지 “너 어디 있느냐?”라는 성경 말씀은 계속 마음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밤새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한 걸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클러지 셔츠에 양복을 입고 학교에 갔습니다. 그러자 담임 선생님과 같은 반 학생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모두가 제가 사제인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너 그 옷 어디서 샀어? 빨리 벗어! 그건 신부님들만 입는 옷이야!” “나 신부 맞아”라고 대답했지만, 친구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친구들을 사제 기숙사로 초대해서 기숙사 성당에서 같이 미사를 봉헌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은 이런 식으로 이뤄집니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그분의 말씀은 우리 안에서 명확하게 선포됩니다. 그리고 내가 하느님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해 줍니다. 그분의 말씀이 반드시 이뤄지는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말씀을 듣고 기억하는 삶이 필요합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기억하기 시작할 때 이 놀라운 신비는 내 삶 안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김재덕 신부(대전교구 대화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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