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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지구본 들고 거리 시위에 나선 까닭은

사제가 지구본 들고 거리 시위에 나선 까닭은

꼰솔라따 선교수도회 한경호 신부, ‘모두가 기후위기 심각성 인식·행동할 때까지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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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6 발행 [1574호]
▲ 꼰솔라따 선교수도회 한경호 신부가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구본을 목에 걸고 가톨릭기후행동 ‘금요 기후행동’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승객이 잔뜩 탄 커다란 배 바닥에 구멍이 뚫렸어요. 메꾸지 않으면 서서히 가라앉겠죠. 갑판 위 좋은 자리에만 앉아 있으면 이걸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다 결국 배와 함께 침몰해버리는 거예요.”



침몰하는 지구를 구해야 우리도 산다

승객은 인류, 배는 지구다. 꼰솔라따 선교수도회 아시아관구 본원장 한경호 신부는 “기후위기란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이같이 비유했다. 한 신부는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남장협) 정의ㆍ평화ㆍ창조보전(JPIC) 활동 사제다. 매주 금요일 점심 시간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가톨릭기후행동 ‘금요 기후행동’ 시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17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만났을 때도 시위를 마친 참이었다. 한 신부가 시위 내내 목에 걸고 있던 지구본을 보여주며 웃었다.

“지구를 살리자는 의미에서 지구본을 들고 왔어요. 원래 매년 전교 주일마다 꼰솔라따 선교수도회에서 봉헌하던 거예요. 이걸 목에 걸고 가니까 다들 재밌어하더라고요. 시각적 효과가 있는 거겠죠?”

지구본 효과 덕일까, 코로나19를 통해 비로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된 걸까. 한 신부는 시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다들 무관심했죠. 아무래도 바쁜 직장인들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호기심 어린 시선이 많이 느껴져요. 멈춰 서서 팻말에 적힌 내용을 찬찬히 읽는 사람도 늘었어요. 그런 눈빛에서 힘과 위안을 얻어요.”

한 신부가 환경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계기는 2009~2014년 브라질 빈민 지역에서 선교하면서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나라인 줄 알았는데 산속에는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갖다버린 쓰레기들이 잔뜩 나뒹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식수와 토양이 오염됐고, 동물들은 비닐에 쌓인 음식물을 주워 먹다가 질식하기 일쑤였다. 아마존 지역을 찾았을 적에는 노인밖에 남지 않은 원주민 공동체를 만났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밀림을 떠나 그 일대서 가장 큰 도시 마나우스로 향했다. 무관세지역으로 한국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 공장이 빼곡히 들어선 곳이다. 도시에 한 번 자리 잡은 청년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물질주의에 미래를 빼앗긴 공동체는 하나둘 위기를 맞게 됐다. 대도시와 대자연, 다인종과 다문화가 공존하는 브라질은 지구의 축소판인 셈. 그는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한 신부는 “시위도 좋은 방법이지만 일상에서의 실천과 의식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했던 ‘플뤼그스캄(Flygskam) 운동’을 언급했다. 스웨덴어로 ‘비행 수치’라는 뜻으로 환경오염 주범인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하자는 움직임이다.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면 이동시간은 10배 더 걸리는 대신 온실가스를 20배 줄일 수 있다. 유럽환경청 발표로는 승객 1명이 비행기를 타고 1km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교통수단 중 가장 많은 285g인데 반해 기차는 14g이다. 한 신부는 “같은 맥락에서 늘 지하철 서너 정거장 거리 정도는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며 자가용을 타는 대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권유했다.



유튜브 채널 통해 소통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개인 실천뿐 아니라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개발을 위해 아마존 삼림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브라질 정부 행태도 지금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비롯됐다. 한 신부는 “교회가 21대 신자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생명ㆍ생태 교육을 진행해 관련 입법 활동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사제의 역할도 강조했다. “기후위기에 신부들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1년에 한 번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강론을 통해 지속해서 신자들에게 의식화와 실천을 촉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신부는 유튜브 채널 ‘꼰솔라따 평화씨앗TV’를 운영하며 신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매일 ‘저가뉴(저녁 식사 후 가톨릭뉴스 브리핑)’ 코너를 통해 기후위기를 비롯한 여러 현안과 뉴스를 가톨릭의 시선으로 풀이한다. 한 신부는 “돌밭에 떨어져도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씨앗이 있다”며 “모두가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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