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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인천교구 부평4동성당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인천교구 부평4동성당

아름다운 성미술품으로 성전의 품위를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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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발행 [1572호]




인천교구 부평4동본당이 6월 14일 새 성전을 봉헌했다. 앞서 성당 내 제대와 제구, 유리화 등 11점이 인천교구 성미술품 1호로 지정됐다. 신앙의 후손에게 문화유산으로 기억될 성미술품을 만나보기 위해 부평4동 성당을 찾았다.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성당


인천 부평4동성당 앞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성당 인근에 부평 깡시장과 지하철 부평시장역과 부흥 오거리가 있어 사람과 차량의 이동이 끊이지 않아 답답한 도심의 풍경이 이어진다. 그 중심에 작은 공원처럼 꾸며진 부평4동성당은 도심 속 오아시스 같다.

정병덕 주임 신부는 “새 성당은 교우들은 물론 생업에 지친 시민들의 몸과 마음에 휴식과 생명을 제공하는 도심의 오아시스와 같은 영적 공간”이라며 “성당을 찾는 이들의 쉼터가 되길 바라는 공동체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성당은 개방성과 전통성을 살려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담이 없는 성당 입구에는 옛성당 회랑의 디자인을 빌려와 길게 늘어선 기둥을 설치했고, 옛성전에 있던 어린양 모자이크 타일을 성당 마당으로 옮겨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더했다. 성당 외형은 고딕 형식을 현대적으로 표현했고, 화강암의 일종인 베이지색 사비석을 마감재로 사용해 새 건물 특유의 낯섦이 느껴지지 않는다. 성당 마당 장의자에 앉아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니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톨릭의 숨결이 느껴지는 성당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 왼쪽에 예수 성심 유리화가 눈에 들어온다. 아트 글라스(Art glass)와 수묵 드로잉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색유리를 납선으로 연결해 작품을 표현하는 전통적 유리화와 달리 표현이 자유롭고 이음새가 없다.

유리판 속 예수 그리스도의 시선이 보는 이의 시선과 마주친다. 유리화 하단 오른쪽에는 검은 가시관이 그려져 있다. 예수님의 표정이 보는 이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다. 옅은 미소를 띤 것 같기도 하고 평온해 보이기도 하고, 위로를 건네는 것 같기도 하다. 보는 이에 따라 표정이 다르게 느껴지는 듯하다.

예수 성심 유리화를 비롯해 성당 내에 교구 성미술품으로 지정된 작품은 모두 조광호(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 대표) 신부가 제작했다. 사제이자 화가인 조 신부는 국내외 30여 회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다. 1990년 이후 부산 남천주교좌성당·숙명여대박물관·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ㆍ구 서울역사 유리화, 서소문성지 기념탑 및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철교 구간 대형 벽화 등을 제작한 한국 교회 성미술의 거장이다.

2층 대성전 문 역시 특별함이 묻어난다. 거룩한 공간과 세속을 구분하는 경계가 바로 성전 ‘문’이기에 섬세한 디자인과 아름다운 작품이 하나가 된 대작이다. 성전으로 들어가는 세 개의 문에는 290개의 신ㆍ구약 성경을 주제로 한 이콘이 배열돼 있다. 고래 뱃속의 요나와 올리브 가지를 입에 문 비둘기, 오병이어 등 성경 속 상징들이다.

문을 열고 성전에 들어서면 제대 뒤 대형 유리화와 독서대 좌측의 대형 십자가가 인상적이다. 가로 4m 세로 12m의 유리화 왼쪽 아래에는 구약의 어린양이 그려져 있고 그곳에서 시작하는 꼬불꼬불한 길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이어진다. 특히 성전 입구에서 바라봤을 때 제대 독서대 좌측에 설치된 대형 십자가는 다른 성당에서 볼 수 없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제단에 세워진 이 십자가는 100년 넘은 고택에 쓰이던 박달나무를 이용해 제작했고, 손이 투박한 예수상은 노동자의 모습을 표현했다는 게 정 신부의 설명이다. 정 신부는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는 십자가 아래에서 말씀을 선포하자는 의미를 살렸다”고 했다. 신자들이 십자가와 말씀을 같이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통성을 살린 성미술품도 있다. 제대 상판은 본당의 첫 번째 성당의 돌제대에서, 감실은 두 번째 성당에서 사용한 돌을 이용해 조광호 신부가 새롭게 디자인해 역사를 이어갔다. 성전 좌우 벽면의 14처 역시 사람 눈높이에 맞춰 달았고 각 처의 숫자를 넣지 않아 간결함을 살렸다.

성전을 비롯한 성당에도 몇 가지 색을 사용하지 않았다. 성전 벽은 흰색, 바닥은 검정 대리석, 회중석은 회색이다. 검정과 회색, 흰색으로 점차 하느님과 일치하는 정화의 단계를 암묵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회중석 맨 오른편에 장애인석을 마련해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성전을 둘러보고 나가는 길, 성전 입구의 세례대가 이색적이다. 세례대는 유아 세례 때 실제 사용한다. 신자들에게는 세례 때의 뜨거운 신앙을 돌아보게 하는 상징이, 새 생명에게는 신앙의 시작점인 셈이다. 성미술품 하나하나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 숨 쉬며 성전의 거룩함을 더하는 것 같다.



쉼과 문화가 흐르는 성당


성전을 나오면 편백으로 마감한 성체조배실이 있다. 편백나무 향기를 맡으며 성체조배를 하고 있으니 깊은 숲 속에 자리한 피정의 집에 온 기분이다.

성체조배실이 주님 안에 ‘쉼’을 준다면 지하 1층에 있는 소성당은 청소년 주일학교 등 작은 단위의 미사와 기도회, 음악회, 전시회를 열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꾸며졌다. 소성당 제단 유리화는 주님 탄생부터 마지막 만찬, 주님 부활을 표현했고, 십자가의 길 14처는 간결하고 굵은 선으로 표현한 드로잉 기법의 유리화를 인공조명으로 밝혔다. 성전과 소성당의 성미술품들은 같은 복음을 서로 다른 복음서 저자가 기록해 전하는 것처럼 말씀의 일치 속에 다양성을 전해 준다.

“아름다운 성당과 그 안에 설치된 유명한 작가의 성미술품은 성전의 거룩함을 더하고 지역과 교회의 품위를 높이며 신자들에게는 큰 자긍심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역사성이 더해져서 훗날 후손들에게도 큰 자부심이 되는 교구의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인천교구 성미술품 지정 지침’ 중)

인천교구는 공문에서 교구 60년 역사에 비해 미약한 성미술 보유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제 그 아쉬움을 뒤로한 채 부평4동본당 공동체는 성미술품을 통해 후손들에게 대물림할 신앙의 첫 장을 새롭게 써가기 시작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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