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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비유, 우리네 삶의 이야기로 바꿔보면 쉬워요

성경 속 비유, 우리네 삶의 이야기로 바꿔보면 쉬워요

겨자씨에게 하늘 나라를 묻다 / 전원 신부 지음 / 생활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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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8 발행 [1570호]

▲ 안식년을 맞아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전원 신부와 겨자씨 삽화.





“우리가 겪는 모든 일상의 이야기가 곧 ‘하느님의 이야기’에요. 내가 오늘 만나는 사람과 사건, 작은 일에도 하느님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이니까요. 그러니 매 순간이 소중해지죠.”
 

올해 환갑을 맞은 전원 신부가 책을 냈다. 책을 냈다기보다, 생활성서사가 월간 ‘생활성서’에 연재해온 전 신부의 글을 한데 묶어 책으로 엮어줬다. 사제생활 25주년 기념 책 선물을 받은 셈이다.
 

전 신부의 글을 좋아하는 팬이 많다. 2011년 「매일미사」 묵상 글을 1년간 연재했는데, 두 상자가 되는 양의 감사편지를 국내외에서 받았다.
 

단순하면서도 쉽고, 삶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통찰을 품은 그의 문장들은 이번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겨자씨에게 하늘 나라를 묻다」는 복음 속 비유를 삶으로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하고 잘 알려진 ‘씨 뿌리는 사람’, ‘밀밭의 가라지’, ‘겨자씨’,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 등을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새롭게 풀어냈다.
 

“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 생활의 모든 이야기를 비유의 도구로 사용하십니다. 들판에 씨를 뿌리는 농부들, 고기를 잡고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와 강도를 만난 사람까지 모든 것이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한 비유의 소재였습니다.”
 

전 신부는 “예수님의 비유가 삶의 이야기로 이뤄진 것은 예수님께서 삶의 매 순간이 하늘 나라의 신비로 가득하다는 것을 전달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독서 모임 혹은 단체에서 함께 읽거나 홀로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일상에서의 기쁨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 신부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자폐아를 키우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풀어냈다.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둔 마리아 자매에게 이메일을 받았는데, 한 편의 동화가 적혀 있었다. 옛날 어떤 임금이 씨앗을 나눠 주면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 오는 이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임금이 준 씨앗은 꽃이 피지 않는 씨앗이었는데, 사람들은 꽃이 피는 씨앗으로 바꿔 임금 앞에 나타난다. 한 아이는 정직하게 빈 화분을 들고 가 임금에게 말한다. “바람과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심고 물과 거름도 주며 정성을 다했으나 아무런 꽃도 피지 않았습니다”. 자폐아를 키우는 어머니는 전 신부에게 이 동화는 내 이야기 같다며 슬퍼했다. “하느님께 꽃이 피지 않는 씨앗을 받은 것처럼 자폐 아들을 안고 수많은 날을 눈물을 쏟으며 정성을 다했는데 아무런 꽃도 피울 수 없었다”고. 전 신부는 그 어머니에게 이렇게 답했다. “마리아씨는 주님의 씨앗이 백 배로 열매를 맺은 좋은 땅입니다.”
 

책에는 복음 속 비유 풀이와 함께 저자의 신앙고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25년 차 사제의 연륜과 지혜가 묻어난다.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해 간다는 것은 밀밭의 가라지를 뽑아내듯 그야말로 흠도 티도 없는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그림자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화해하며 하느님 안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전인성을 회복해 가는 것을 말합니다.”(45쪽, ‘밀밭의 가라지 비유’ 중에서)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레지스 칼리지에서 영성을 공부한 전 신부는 통합사목연구소 대표, 제기동본당 주임, 주교회의 사목연구소 부소장을 지내며 사목 연구와 다수의 영성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는 “잘난 척하고 바쁘게 살아온 것 같다”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 같지만 정서적 유대를 맺고 사는 사람들은 승합차 한 대에 탈 수 있는 인원에 불과하다”고 털어놨다.
 

전 신부는 “내 안에도 부족함과 한계, 못난 가라지가 있는데 하느님이 나를 도와주시고 기다려주신다”면서, “그런 나의 모습을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하느님의 사랑을 보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라지가 있는 내 모습을 받아들여야 남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전 신부의 글에는 사람들의 삶과 시의 한 구절, 영화의 한 장면이 녹아있다. 그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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