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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팔고 한마음으로 기도해 지은 하느님의 집

고추장 팔고 한마음으로 기도해 지은 하느님의 집

2년 4개월 만에 새 성전 봉헌 앞둔 전주교구 순창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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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1 발행 [1569호]
▲ 순창 읍내가 한 눈에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순창본당 새 성전은 본당 신자들과 전국 각지의 은인들의 노력으로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전주교구 순창본당이 2년 4개월 만에 새 성당 완공을 앞두고 있다. 교적상 신자는 1500명이지만 미사에 나오는 신자는 320여 명, 1년 교구 납부금 2000만 원인 공동체 규모를 살피면 기적 같은 일이다. 사제와 신자가 하나 되어 신앙의 매운맛을 보여준 고추장의 고장 순창을 찾았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낡은 주님의 집을 새집으로

전북 순창군 순창읍에 들어서자 저 멀리 언덕 위에 성당이 보인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 외형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성당 외부는 친근한 느낌의 고벽돌로 마무리하고, 측면에는 회랑을 만들어 마치 유럽의 중세 수도원을 옮겨 놓은듯한 느낌이다.

“저기 신부님 오시네요.” 성당 마당에서 본당 건축위원들과 이야기하기도 잠시, 땡볕이 내리쬐는 큰길을 따라 이사정 주임 신부가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성당으로 들어선다.

이 신부는 “2018년 2월에 부임 당시 성당 여기저기에서 돌멩이가 떨어지고 지붕에서 비가 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난한 시골 본당에서 새 성당 봉헌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제 나이가 60이고 기존 성전도 60년이 됐더군요. 우연의 일치일 수 있겠지만 제가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께서 이곳에 새 성전을 지으라고 저를 부르신 것 같았습니다.”

이 신부는 평소 점찍어 둔 청주교구 새터성당 사진을 붙인 기도 초를 신자들에게 나눠주며 “이런 성당을 봉헌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본격적인 성당 건축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새 성당 봉헌을 결심하자 막혔던 일도 풀렸다. 교구의 배려로 본당 명의로 된 논을 팔아 성당 건립 종잣돈을 마련했다. 지역 게이트볼협회로부터 성당 앞 게이트볼장 사용을 허락받아 임시 성전도 마련했다. 하지만 작은 공동체가 30억 원이 넘는 공사비를 마련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제부터 낮은 자세로 모범 보여



이 신부가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 신부는 신자들에게 솔선수범하기 위해 타던 차를 팔아 건축 기금에 보탰다. 그리고 선종한 부모님 이름으로 28개월간 매달 250만 원을 성당 신축기금으로 봉헌했다.

이 신부의 ‘한 달 200만 원 만들기 과정’은 눈물겹다. △담배 안 피우기(15만 원 절약) △술은 막걸리로(25만 원 절약) △밥은 누가 사주면 먹고 나는 절대 안 사주기(50만 원 절약) △자췻집에서 밥 해먹기(50만 원 절약) 등. 이 신부는 이렇게 절약한 돈뿐 아니라 자신의 전 재산과 생활비까지 털어 총 1억 5000만 원을 주님의 집을 짓는 데 봉헌했다.

본당 신자들은 이 신부를 겸손한 사제라고 칭찬한다. 늘 낮은 자세로 먼저 신자들에게 다가가고 어르신들 앞에서 춤을 추며 큰 즐거움을 주는 사제다. 그런 사제가 나서자 신자들도 하나둘 그의 뒤를 따랐다.

본당 사무장인 황인선(아우구스티노, 39)씨가 이 신부를 따라 1억 33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봉헌했다. 투자회사에서 일했던 황 사무장은 “하느님의 집을 짓는 데 동참할 수 있어 영광이고 가족들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감동적인 사연은 이뿐 아니다. 새 차 살 돈 2000만 원을 봉헌한 자매와 가톨릭평화신문에 난 순창성당 건축기금 모금 광고를 보고 5000만 원을 낸 자매도 있다. 엠마우스를 가던 길에 순창성당을 들른 한 신심단체가 회원 193명의 이름으로 3900만 원을 내기도 했다. 신자들도 가정마다 건축 헌금을 봉헌하고 조를 꾸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웃 본당으로 된장 고추장 장아찌 등을 팔며 성당 신축기금을 마련했다.

본당 공동체는 기도 운동을 펼치고 신약성경을 필사하며 신앙도 다졌다. 이 신부는 매일 묵주기도 50단을 봉헌하고, 지난 5월 31일까지 매일 103위 성인들을 기억하며 103배를 바쳤다. 이 신부가 103배를 바치는 동안 신자들은 자비의 기도를 바쳤다. 2018년 4월부터 밤 9시면 전 신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성전 봉헌을 위한 기도를 바치며 마음을 모았고, 본당의 수호성인인 요셉 성인과 성모님께 힘을 보태 달라고 끊임없이 간구했다. 본당과 전국 신자들의 정성이 모일수록 새 성당도 조금씩 모양을 잡아갔다.


▲ 순창본당 주임 이사정(오른쪽에서 두번째) 신부가 본당 건축위원들과 함께 성전을 살펴보고 있다.

▲ 주임 신부와 신자들이 봉헌한 신약성경 필사본.




반석 위에 지어진 성전

이 신부와 본당 건축위원들을 따라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성당은 대지 4628㎡에 연면적 991㎡로 성전과 교육관, 회합실, 식당, 사제관, 수녀원 등이 있는 부속 건물로 구성돼 있다.

하얀색에 베이지색이 어우러져 따뜻함이 가득한 성전 내부는 단층 429㎡로 210석 규모다. 제대와 제단 의자, 해설대, 독서대는 베이지색 대리석으로 제작했다. 성전의 십자가와 스테인드글라스는 손승희(소벽 막달레나) 작가가 제작 중이다.

서춘식(마티아) 건축위원장은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에 잘 지어진 성당 13곳을 돌아다니며 성당 설계에 반영하고 건축 과정을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지역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 것까지 계산해 작지만 아름답고 실용적인 성당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신자들의 정성과 마음이 모이고 도와주는 은인들이 나타났지만, 건축비는 늘 모자랐다. 이 신부는 “건축비 때문에 복권을 사볼까 고민도 했다”면서 “답답한 마음에 삭발하고 제대에 오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성전 봉헌을 위해 걸어온 2년 4개월의 시간. 이 신부에게는 기쁜 일도 많았고 답답한 일도 많았다.

“돌아보니 성전을 지으며 속으로 욕도 하고 누군가를 비난하기도 했고 처지를 비관하기도 했네요. 그래서 성격만 더러워졌습니다. 이제 성당이 완공되면 할부로 근사한 차도 사고 소고기 안주에 소주도 한 잔 사 먹고 싶네요.(웃음)”

성당 곳곳을 둘러보고 문을 나서니 순창읍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 위 반석에 지어진 주님의 집 순창성당은 7월 중 공사를 마무리하고 9월에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신부는 “2년 반 성전 봉헌 과정에서 신자들이 저를 칭찬하지만, 신자들과 도움을 주신 분들, 그리고 하느님 은총으로 지어진 것”이라며 “누구라도 들어오면 기도하고 싶은 성당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공사는 스테인드글라스 제작비와 내부에 들어가는 성 요셉상 등 2억 5000여만 원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 이 신부는 “전국의 신자들이 기도와 금전적 정성을 보탠 전국적인 성당이 하느님께 봉헌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라며 멋쩍은 웃음과 함께 도움을 청했다.



후원 계좌 : 농협 351-1013-2651-63, 예금주 : 천주교 순창성당

문의 : 063-65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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