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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기본 소득을 주면 게을러진다고?

[사도직현장에서] 기본 소득을 주면 게을러진다고?

김종화 신부(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위원장,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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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1 발행 [1569호]
▲ 김종화 신부



지난달 어느 단체의 소그룹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의했었는데, 긴급재난 지원금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기본 소득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강의가 끝나갈 무렵 질문을 드렸다. “지금과 같은 재난 지원금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기본 소득을 찬성하시나요?” 이에 기본 소득을 올리면 세금을 더 내야 하고, 사람들은 게을러져서 일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일반적이었다.

과연 기본 소득이 제도화되면 게을러질까? 기본 소득과 게으름의 상관관계는 누가 만들어내는 것일까? 기본 소득 토론회의 담론을 보더라도 우리 주변의 약자들과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은 500조가 조금 넘는다. 앞으로 7년 동안 최소한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250조 원이 늘어난다. 소득세 과세 보조를 변경해서 비과세 감면을 없애야 한다. 비과세 감면이 엄청나게 많아서 고소득자들이 감면을 많이 받는 구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유휴 재원도 넘쳐나고 있다. 약 30조 원 정도가 매년 각종 재단의 기금에 들어가서 1년에 1% 이자만 받고 있다. 탈루 소득은 계속해서 늘어만 간다. 해외의 부동산 주식은 과세 대상인데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급여나 마찬가지다. 민간기업에서 받는 포인트는 세금을 내지만 공무원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더 이상 언급하지 않더라도 수없이 많은 금액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세정의만 제대로 개혁해도 기본 소득은 가능하다.

성경에 나오는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포도원 주인은 길거리에 서 있는 이들에게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물으니, 그들이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사회 불평등이 가속화될 것이다. 기본 소득을 주면 게을러진다고? 누가 꺼내 든 담론인지 주변을 둘러보자. 기본 소득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김종화 알로이시오 신부(작은형제회 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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