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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충격적 보도 경쟁 속에서 ‘진실’과 ‘사람’에 집중하는 미디어

신속·충격적 보도 경쟁 속에서 ‘진실’과 ‘사람’에 집중하는 미디어

[홍보 주일] 소명 - 교황 담화를 통해 본 가톨릭 커뮤니케이션의 의미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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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4 발행 [1565호]
▲ 가톨릭교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거리 두기에 동참하며 방송 미사, 온라인 강론 등을 제공했다. 신자들은 TV, 라디오, 신문은 물론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SNS를 통해 전례에 참여했다.



홍보 주일(World Communications Day)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맺은 열매 중 하나다. 교회가 사회를 향해 새롭게 문을 연 회의로 평가받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는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 「놀라운 기술」을 통해 세계 모든 교구가 해마다 하루를 정해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에 관한 교회 사도직을 강화하는 날로 지내기를 요청했다. 기술 발전으로 미디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복음 선포에 미디어의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1967년 홍보 주일을 제정하며 복음화에 미디어를 효과적이고 올바르게 사용하기를 강조했다.

인터넷의 등장은 올드미디어인 TV, 라디오, 신문을 넘어서는 뉴미디어 시대를 열며 기쁜 소식을 전하는 매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도구와 방법은 다양해졌지만, 가톨릭교회가 추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가톨릭 커뮤니케이션은 예수님과 사람을 중심에 두고 거짓이 아닌 진실을, 악을 이기는 선을, 폭력에 맞선 평화를 지향해 왔다. 이는 해마다 발표되는 교황의 홍보 주일 담화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홍보 주일을 맞아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홍보 주일 담화를 살펴보며 교황이 신앙의 눈으로 바라본 가톨릭 커뮤니케이션의 의미와 역할을 되새겨 본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자비의 언어

영국 희곡작가 에드워드 조지 불워 리턴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다. 미디어가 지닌 영향력을 비유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무딘 펜 하나가 남긴 글은 날카로운 칼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심지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소통의 언어는 투명해야 하고, 생명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흠잡을 데 없는 주장이 명백한 사실에 입각하지만 남을 해치는 데 이용된다면, 다른 이들이 그 사람을 불신하게 하는 데 이용된다면 아무리 옳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진리가 아니다”고 했다. 다툼을 유발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단념하게 하는 말과 성숙한 성찰을 증진하여 건설적 대화와 유익한 활동으로 이끄는 말을 식별하기를 당부했다.

교황은 특히 “교회의 언어와 활동은 본래 자비를 전하여 사람들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충만한 삶을 향한 여정에 힘을 보태줘야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사려 깊은 언어와 행동으로 오해를 피하고 아픈 기억을 치유하며 평화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소통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고 칭송했다.

교회의 가르침을 앞세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교만과 의인과 죄인을 철저히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소통을 방해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교황은 “세상의 정서로는 패배자로 여겨져 버림받는 이들에게 굴욕감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자비는 삶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세상의 냉대를 받는 이들에게 따스함을 전해줄 수 있다”고 했다. 가톨릭 교회의 커뮤니케이션은 자비가 담긴 말과 글로 사람들이 비난과 복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돕고, 죄가 아니라 사람을 볼 수 있도록 눈을 밝혀줘야 한다.



가짜뉴스에 맞서는 진실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가리는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거짓 정보를 근거로 혹은 사건 전체가 아닌 일부분을 짜깁기해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분열과 혼란을 낳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가짜뉴스의 대상은 교황도 비켜갈 수 없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가짜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교황은 당시 대선 주자였던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누구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이 없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2006년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에서 강연했는데 강의 내용 중 이슬람교에 대한 발언이 일부만 왜곡 보도돼 곤욕을 치렀다. 전체 강연 논조와 앞뒤 문맥을 잘라버린 기사에선 마치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이슬람 교리를 폭력적이라고 비판한 것처럼 보였다. 교황은 보도 직후 이슬람 세계에서 맹렬한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참된 것을 말하고 있을 때도 거짓은 언제나 스며들 수 있기에 진리에 대한 추구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위 정보의 확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책임을 짊어진 언론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종 거리를 향해 경쟁적으로 몰려드는 소동의 한복판에서 언론인은 정보의 핵심이 독자에게 제공하는 충격적이고도 신속한 보도가 아니라 ‘사람’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일깨우며 거짓과 미사여구, 선정적인 머리기사에 대항하는 참된 언론을 만들어가기를 요청했다.



참된 만남의 문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췄다. 일부 국가는 셧다운(shut down) 정책을 펴며 사람들의 이동과 활동을 제한했다. 한국 교회도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체 미사를 중단했다. 거리엔 인적이 끊겼지만, 디지털 대로는 인산인해였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인터넷, 온라인 세상은 활기를 띠었다. 이와 함께 사람들은 재택근무, 온라인 개학, 방송 미사 등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야 했다. 가상 공간에서의 만남과 소통은 편리하고 안전했지만, 직접 대면하는 만남과 소통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교황은 “인간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존재”라면서 “몸과 지체들의 이미지는 소셜 웹의 이용이 몸과 마음, 눈과 눈길과 숨결을 통해 살아 있는 살과 뼈로 이루어진 만남을 보완할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의미와 중요성이 옅어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의사소통 역시 상호 존중과 이해, 경청과 대화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참된 만남의 문화를 가져오는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별이 없다. 교황은 “미디어 세상에서도 인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영적으로 깨어 있기를 당부했다. 또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대화는 상대방의 관점과 제안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교황은 “교회는 커뮤니케이션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 현존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교회는 오늘날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예수님과 만나뵐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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