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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1990년대 신학생 성추행 사건 통렬히 반성

인천교구, 1990년대 신학생 성추행 사건 통렬히 반성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와 사제 죽음은 무관… 교구 쇄신위 설립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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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4 발행 [1565호]
▲ 인천교구 총대리 이용권 신부(왼쪽)와 사무처장 김일회 신부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앞서 13일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이용권 신부는 사제 성 추문에 대해선 “통렬하게 반성하고 참회한다”면서도 사제들 죽음을 다룬 내용에 관해서는 “성 추문과 사제 죽음을 엮은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17일 방송된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깊은 침묵-사제들의 죽음 그리고 한 사람’ 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1990년대 말 인천가톨릭대 1대 총장 신부가 당시 일부 신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을 다뤘다. 이와 함께 2000년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제들의 죽음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두 사건은 관련이 없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마치 사망한 사제들이 성추행과 연관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편집해 예고편을 내보냈다. 본방송에서는 사제들의 죽음과 1대 총장 신부의 성 추문이 관련이 없다는 것을 밝혔지만, 방송 내내 사제들의 죽음과 1대 총장 신부 이야기를 함께 다뤘다.

인천가톨릭대 1대 총장 신부의 성 추문 문제는 교회가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유족 뜻에 따라 죽음의 원인을 밝히지 않았던 사제의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성토가 잇달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자 게시판에 유족이라고 밝힌 김미경씨는 “방송 시청 후 밤새 고민하고 고민하다 글을 남긴다”면서 “동생의 죽음에 관련해 취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저희 가족은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교구 사제들이 취재를 거부하는 장면을 두고 “마치 인천교구의 비밀을 침묵하려고 한다는 듯 내보냈는데, 연관도 없는 사제들의 죽음을 가지고 꼭 무언가 있는 것처럼 취재하려고 하니 이건 사제가 아니라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펄쩍 뛰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젊은 사제들의 죽음에 대해 인천교구와 유족들이 감추려 했던 것은 죽음의 방식 그 자체가 외부에 밝혀지기를 원하지 않고 돌아가신 분의 명예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것뿐이었다”며 “울고 빌면서까지 사실을 밝히기 꺼렸던 건 동생의 유언과도 같았던 사제라는 명예를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천교구 총대리 이용권 신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성 추문 사건과 사제들의 죽음을 엮은 것은 매우 억지이며 유감스럽다”면서 “당시 사제들의 정신적 어려움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고 있기에 유족에게 위로를 전했다”고 했다.

한편, 사제 성 추문 사건과 관련해서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사제 쇄신을 약속했다. 정 주교는 “23년 전 인천가톨릭대학교 개교 당시 사제 양성을 담당했던 한 사제의 부적절한 행위와 교구의 안이한 대처, 부족했던 윤리의식에 대해 그 잘못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면서 “피해자와 가족, 교회 모습에 실망한 신자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교구는 사제의 성 인식과 성 문제 교구 내 성 차별의 원인 규명과 교회 쇄신을 위한 제도,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교회에 실망하고 우려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거듭 사죄했다. 정 주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 공동체와 사제들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청한다”고 말했다.

인천교구는 조만간 교구 쇄신위원회를 설립하고 구체적인 사제 쇄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성 추문 사건을 조사한 내용을 교구 사제단과 공유하고, 주한 교황대사를 통해 교황청에 정식 보고하기로 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성 추문 문제와 관련해 새로 정한 규범에 따른 것이다. 교황은 2019년 5월 성 추문 대처와 재발 방지 노력을 담은 자의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를 발표하고, 교회 구성원에 의한 성 학대 행위와 관련 사실을 은폐하는 시도를 엄벌하기로 했다. 또 모든 교구에 성 문제 신고 기구를 설치해 신고를 의무화하고 교회가 성 문제를 투명하게 처리하도록 했다.

인천교구는 최근 해당 문제를 재조사하면서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교구를 떠나 있던 인천가톨릭대 1대 총장 신부를 8일부로 면직 조처했다. 초대 인천교구장 고(故) 나길모 주교는 1998년 인천가톨릭대 신학대 교수 신부를 통해 사건을 접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경위를 조사하도록 했다. 이후 신학생들의 피해 사실 확인한 나 주교는 즉시 1대 총장 신부에게 모든 사제 직무에서 손을 떼고 교구에서 떠나도록 했다. 1대 총장 신부는 그동안 경기도 여주에서 지내왔고 나 주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

교구 총대리 이용권 신부는 “나길모 주교는 1대 총장 신부에게 사제직을 유지하면서 평생 속죄하며 살라는 결정으로 교회법 속죄벌 규정에 따라 처벌을 내렸지만, 이것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인천교구는 역사의 오점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참회한다”며 “성직자가 쇄신하지 않으면 교회 쇄신은 없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인천교구는 사제들의 정신 건강에 지속적 관심을 가지며 사제를 상담하고 돌보는 성직자국 활동을 강화해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겪는 사제들을 위한 배려에 힘쓰기로 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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