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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부부 갈등, 인정하고 칭찬하며 다시 사랑 채워야

시시콜콜한 부부 갈등, 인정하고 칭찬하며 다시 사랑 채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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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7 발행 [1564호]
▲ 혼인성사로 하나가 된 지 52년 된 박경자ㆍ손병두씨 부부. 아내 박경자씨가 부부로 살아온 삶의 성찰을 책으로 담아냈다. 행복에너지 제공



결혼하기 전에는 배우자가 진품인 줄 알았다. 살다 보니 구멍 난 흠집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구멍 난 물통에 물을 채우려면 쉼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디에 어떤 흠집이 난 줄 알면서 진품처럼 대하기가 쉽지 않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부부의 날에 읽을만한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부부의 사계절 / 박경자 글·손병두 편집 /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이대로 젊기를, 변하지 않는 사랑을 기대하는 것은 순리에 어긋나는, 변화에 저항하는, 시간과 함께 더불어 흘러가는 것을 거부하는 삶이 아닌가. 이 변화, 성장을 두려워하고 그래서 싸움으로 터트린 어리석은 생활을 했죠.”(70쪽)

박경자(율리아나)ㆍ손병두(돈보스코)씨 부부는 혼인성사로 하나가 된 지 52년이 됐다. 서울 미아리고개 아래 한옥의 문간방을 전세로 얻었다. 두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방이었다. 분명, 아름다운 로맨스로 시작한 관계였는데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의무적이고 무미건조한 생활이었다.

남녀 사이의 연애와 사랑을 다룬 책들이 줄곧 ‘봄날의 설렘’과 ‘여름의 푸름’을 노래한다면, 이 책은 부부의 사랑에는 가을과 겨울도 있음을 묵직한 언어로 전한다. 이를테면 가을과 겨울의 사랑은 자아 상실과 소멸, 체념, 봄을 향한 희망을 품고 있다.

박씨 부부는 1977년 한국에 도입된 ME운동(스페인 칼보 신부가 처음 고안한 부부를 위한 주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부부의 삶을 다시 돌아봤다. 두 사람은 한국 ME의 초창기 멤버로, 한국 ME 대표부부, 아시아 ME 대표부부로 봉사도 했다. ME 가족들의 카톡방에 부부의 단상을 에세이식으로 써서 올린 글들이 쌓여 책이 됐다.

“결혼하지 않으면 외롭고 결혼하면 숨 막힌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외로운 것보다 숨 막히는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숨 막히는 고비의 길, 비탈길을 이왕 선택했으니 밀고 가는 중입니다.(중략) 치킨게임도 이판사판도 해보았지만 ‘너 때문이야’가 아니고 ‘내가 슬퍼, 내가 불안해’ 등 나의 느낌을 표현하는 습관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79쪽)

저자인 아내는 남편의 허세, 남편으로부터 느끼는 소외감, 서운한 감정 등을 문장으로 허심탄회하게 쏟아냈다. 그는 남편의 허세를 지팡이처럼 잡고 의지하면서, 때론 단점을 변호해주면서 남편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오래된 가옥을 수리, 보수, 재활용하는 마음으로 남편을 간섭하기도 했다. 분업화된 공장의 무표정한 직원처럼 무미건조하게 살고 싶은 부부는 없다. 다시 사랑할 의지를 잃어버리고, 따뜻한 격려와 칭찬의 언어를 잃어버리는 부부가 머무는 공간은 폐허와 다름없다. 결혼이란 두 남녀의 결합이 아닌 한 인간의 완성과 성장을 향한 구도의 길로 이끈다는 것을 거부할 수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결혼생활의 만족도는 대화 시간에 비례하며, 칭찬과 인정은 부부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무기임을 삶의 경험으로 일러준다. ‘굽히고 존중하는 법’, ‘지혜롭게 체념하는 법’ 등을 자아 성찰을 통해 녹여냈다.

박씨는 이화여대 가정대학,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68년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됐다. 남편 손씨는 전 서강대 총장으로, 서울 평협 회장 등을 지냈다.




남의 일기는 왜 훔쳐봐 가지고 / 아내 김경희·남편 권승호 글 / 미스터제이

앉아서 소변을 보라고 했더니 남편이 화를 냈다. “나더러 여자처럼 살라는 거야?” 아내가 되받았다. “그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야? 그럼 대변은 왜 앉아서 보는 건데?”

아내의 일기를 몰래 본 남편이 답글을 달아 책으로 냈다. 결혼 30년 차 부부가 알콩달콩 투닥투닥 지지고 볶으며 사는 이야기를 담았다. 선물처럼 찾아온 첫 아이를 품에 안았던 순간, 두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 명절 증후군 등 부부의 삶에 스쳐 지나간 수많은 시시콜콜한 사건과 사고를 담아냈다.

남편 권승호씨는 전주 영생고 교사로 「학부모님께 드리는 가정통신문」 등을 썼다. 아내 김경희씨는 전주교대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가로 학생들을 만난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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