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교황청,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신자 없이 거행

교황청,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신자 없이 거행

이탈리아 등 코로나19 심각성 고려… 교황 주례 십자가의 길 기도·발 씻김 예식도 온라인 생중계

Home > 세계교회 > 일반기사
2020.03.22 발행 [1556호]
▲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산타 마르첼로 알 코로소성당을 찾아 십자가 예수님 앞에서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CNS】



교황청이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고려해 오는 4월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신자 없이 거행한다고 밝혔다. 주님 부활 대축일에 앞서 거행되는 성주간 예식과 부활 대축일 미사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가톨릭교회의 가장 중요한 전례인 주님 부활 대축일과 성주간 예식이 교황청에서 신자 없이 거행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교황청은 15일 성명을 통해 “모든 성주간 기념 전례와 부활 미사는 신자 없이 거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8일 “4월 3일까지 모든 미사를 중단한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다시금 유례없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전 지구의 바이러스 판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교회 공식 전례까지 사실상 멈추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자들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간소하게 봉헌되는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가정에서 TV를 통해 참여하게 됐다. 아울러 통상 주님 수난 성금요일 로마 콜로세움에서 거행해 왔던 교황 주례 십자가의 길 기도와 주님 만찬 성목요일 교황의 발 씻김 예식도 간소화해 온라인으로 중계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16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 4747명, 사망자가 1809명에 이르고 있다. 누적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사율도 7.3%로 세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와 베네치아, 볼로냐 등지를 중심으로 퍼진 이탈리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무섭게 지속함에 따라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0일 모든 국민에게 ‘이동 제한’ 및 ‘자택 격리’를 명령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교회도 이날부로 모든 공동체 미사와 장례 예식 등을 중단했다. 사실상 이탈리아 교회가 멈춘 것이다. 아울러 콜로세움 등 유적지와 명소들도 일제히 문을 닫은 상태이며, 학교와 공공시설들도 모두 폐쇄됐다.

교황청 업무도 사실상 대부분 정지됐다. 교황청 국무장관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12일 임시회의를 열어 교황청 주교단과 사태 심각성을 논의했고, 교황청 직원들에게 “최소의 업무와 필수적인 서비스만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교회 내 민감한 자료와 비밀 업무는 원격으로 수행할 수 없어 해당 직원들은 유연 및 순환 근무를 하도록 했다. 바티칸 직원들은 11일부터 구내식당이 폐쇄돼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을 먹으며 근무하고 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사진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고, 일반인들의 바티칸 내 상점과 약국 이용이 제한됐다.

한편, 이탈리아 내 일부 성당은 개인 기도를 원하는 이들과 교회의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완전 폐쇄를 하지 않은 곳도 있다. 교회가 ‘야전 병원’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는 교황의 뜻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이탈리아 내 본당들은 우선 공식적으로 4월 3일까지 공동체 미사를 중단키로 한 상황에서 교황청이 성주간과 주님 부활 대축일 전례를 온라인 생중계로 거행하기로 해 일선 본당들도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 지역의 한 성당에선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 미사를 기다리는 수십 개의 관이 들어차 있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유족들의 슬픔이 한꺼번에 이어지는 가운데, 사망 신고도 미처 하지 못한 고인을 화장하기 위해 대기하며 애만 태우는 상황이다. 유족들은 고령의 부모가 갑작스레 병원으로 후송된 모습이 마지막 만남이었다고 호소하며 슬퍼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일 주일 삼종기도와 훈화를 온라인 생중계로 처음 대체한 이후 공식 외부 일정을 취소하며 신자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교황은 사순 제3주일인 15일 로마 시내 성모 마리아 대성전과 산타 마르첼로 알 코로소성당을 잇달아 방문해 코로나19 확산 종식을 위한 기도를 바쳤다. 교황은 한적해진 로마 시내를 2㎞가량 경호원들과 함께 걸어서 이동했다.

교황은 12일 인터넷으로 중계된 산타 마르타에서의 미사 강론에서 “감염된 환자와 가족들, 집에서 어린이들을 돌보는 부모들, 특별히 국가 지도자들을 위해 계속 기도해달라”면서 “지도자들이 필요한 조치를 내리고, 국민들이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을 느끼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기도"
-코로나 19 사태 종식을 위한 기도-



성모 마리아님,
언제나 구원과 희망의 표징으로
저희의 길을 발겨 주소서.

병자의 치유이신 성모님,
늘 굳은 믿음을 간직하시어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님의 고통에 함께하셨으니
저희도 성모님께 의탁하나이다.

저희의 구원이신 성모님,
갈릴래아 카나에서처럼
이 시련의 때가 지나고
다시 기쁨과 축제의 때가 찾아올 수 있도록
성모님께서는 저희에게 필요한 것을 아시고
마련해 주실 것을 믿나이다

거룩한 사랑의 성모님,
저희가 아버지의 뜻을 충실히 따르고
예수님 말씀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통하여
몸소 저희의 고통을 짊어지시고 저희의 슬픔을 떠안으시어
저희를 부활의 기쁨으로 인도하셨나이다.
아멘.

천주의 성모님,
당신의 보호에 저희를 맡기오니
어려울 때에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지 마시고
항상 모든 위험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영화롭고 복되신 동정녀시여.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