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2020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문(2020년 2월 2일)

2020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문(2020년 2월 2일)

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Home > 온라인뉴스 > 온라인뉴스
[1549호]

2019년 성탄을 전후해서 경북 상주시 모동면에 있는 카르투시오 봉쇄 수도원의 이야기가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들어올 수 없다는 의미의 수도원 봉쇄 구역 안에서, 자신들 역시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고 세상과의 거리를 엄격히 유지하며 침묵과 고독 속에서 하느님만을 찾는 모습이 신선하였습니다. 봉쇄 규정이 구속이 아니라 한 영혼을 진정으로 성숙시켜 전적으로 하느님께 속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기도가 진정으로 그들의 일이 되는 삶을 살고 있는 수도자들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자발적인 포기와 투신의 삶이 화면을 통해 조용히 전달되어 왔으므로 그 수도자들의 절제된 음식과 구멍 난 양말, 단순한 삶은 전혀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고귀하게 느껴졌습니다.

 

매년 2월 2일 교회는 ‘축성 생활의 날’을 지내며 세상 곳곳에서 복음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그분이 사셨던 삶의 방식을 따라 살아가는 축성(봉헌) 생활자들을 기억합니다. 1997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하여 제정된 이래,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합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2019년 12월 2일 회의에서 기존에 ‘봉헌 생활’로 번역하던 [Vita Consecrata]를 ‘축성 생활’로 옮기도록 결정하고, ‘봉헌 생활의 날’ 역시 ‘축성 생활의 날’로 변경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축성 생활’이라는 용어는 이 삶이 단지 깊은 영적 체험을 갈망하는 신자들이 스스로의 봉헌을 통하여 이러한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 생활로 불러주시고, 신앙 공동체를 이루게 하며, 참된 형제애/자매애를 드러내고, 이러한 친교와 사랑의 바탕 위에 교회와 세상을 위해 봉사할 사명을 부여하셨음을 고백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개최된 일련의 세계 주교 시노드는 평신도(1987년)와 사제(1990년)와 수도자(1994년)에 대하여 깊이 토론하였으며, “예수님께서 당신 교회를 위하여 바라셨던 삶의 신원들을 특징짓는 특수성들을 다루는 작업을 완성합니다”(「축성 생활」, 4항 참조).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통해 축성된 이들이며, 하느님 백성의 세 가지 신분은 가장 기초가 되고 본질적인 세례성사의 축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제나 수도자들이 갖는 신분의 특수성은 세례성사를 통한 이 축성을 더욱 더 풍요롭게 하고, 신앙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도록 이끌어줍니다. 교회 안에 있는 은사의 다양성은 성령께서 내려주시는 선물입니다. 봉쇄된 공간 안에서 기도에 일생을 바치는 하느님의 자녀들과, 세상 안에서 살아가며 세상에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이들, 복음적 권고를 따라 살기를 공적으로 약속한 이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은 이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서 펴낸 「한국천주교회 2020」에는 한국 천주교회의 다양한 사목 지표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통계를 통해 신자 수의 증감, 미사 참례율, 영세자 수, 사제 신학생 수도자 수의 증감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남자 수도자 수는 20년 전에 비해 36% 가량 증가하였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정체를 보이고 있고, 여자 수도자 수는 20년 전에 비해 18% 가량 증가하였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로 파견되는 선교사들의 숫자는 200%가 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성소자와 사도직의 감소에서 오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결코 축성 생활의 복음적 생명력에 대한 신뢰의 상실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축성 생활은 언제나 교회 안에 존재하면서 그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축성 생활은 창조자이신 성령의 변함없는 인도 아래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갈라놓을 수 없는 일치의 빛나는 증언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축성 생활의 실제적인 붕괴를 막아야 합니다. 성소자의 감소로 평가되는 붕괴가 아니라, 주님께 대한 신뢰와 개인 소명과 사명의 흔들림에서 오는 붕괴 말입니다. 축성된 사람들은 축성 생활에 충실함으로써 역사의 주님께 대한 그들의 확고한 신뢰를 세상 사람들 앞에서 힘차게 고백합니다”(「축성 생활」, 63항 참조).

 

친애하는 평신도 형제자매 여러분, 존경하는 성직자 여러분, 경애하는 주교님,

 

축성 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은 교회 안에서 교회와 함께 이 길을 걸어가며, 복음적 삶을 증거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각 신분 간의 협력은 교회를 더욱 더 풍요롭게 하고, 다양한 은사들이 피어날 수 있는 터전이 되게 합니다. 창립자의 은사에 뿌리를 내리고 교회와 세상의 필요에 응답하려는 모든 축성 생활회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하며, 순례하는 교회의 일원으로 교회와 함께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합니다. 또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2020년 2월 2일

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박 현 동  블라시오 아빠스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