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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의 집을 내 집처럼, 20년간 235회 생명 나눔

헌혈의 집을 내 집처럼, 20년간 235회 생명 나눔

서울 대림동본당 손석명씨, 매달 정기적 헌혈… 위급한 환자들에게 헌혈증 나눠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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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9 발행 [1548호]



만 16살부터 69살의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하지는 않는다. 손석명(대건 안드레아, 60, 서울 대림동본당)씨는 1998년 6월부터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에 있는 헌혈의 집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지금까지 헌혈 횟수는 총 235회. 전혈 성분은 22번, 혈장 성분은 70번, 혈소판은 143차례나 뽑아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눈이 내리나 비가 오나 이곳을 찾았다. 한 달에 한 두어 차례 일이 없을 때에 와서 피를 뽑았다. 대개 날씨가 궂은 날이 많았다. 세차장에서 일하는 그에게 맑은 날은 손님들이 많아 짬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건강함을 주신 게 감사해서 이렇게 해왔습니다. 헌혈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요. 헌혈하고 나갈 때마다 ‘오늘도 환자 한 명 살렸구나!’ 싶죠. 그렇지만 제가 해온 일은 정말 작고 사소한 일이에요.”

구로디지털단지역 헌혈의 집에서 만난 손씨는 혈소판 헌혈을 하고 있었다. 왼손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고, 오른손으로는 묵주 알을 굴리고 있었다. 혈소판 헌혈은 1시간이 걸렸다.

그는 어릴 때부터 봉사에 관심이 많았다. 보이지 않게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돕고, 미혼모를 돕고 싶어 후원금도 냈다. 우연히 성당에서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 1997년에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은 이듬해, 건강할 때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어 헌혈을 시작했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형수가 헌혈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나도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고, 겸손한 마음으로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헌혈로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자고 결심했기에 내가 피곤한 것은 좀 참을 수 있었죠.”

20년 넘게 구역장으로 봉사하고 있는 손씨는 “봉사와 헌혈은 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또 기뻐서 계속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200장이 넘는 현혈증을 위급한 환자와 환자의 지인들에게 필요할 때마다 나눠줬다. 본당의 백혈병 환자를 비롯해 교통사고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얼굴 모르는 이들에게 지인을 통해 건네줬다.

그는 “선교란 말로 할 수 없다”면서 “삶으로 보여주고 행동하는 것밖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누군가에게 헌혈을 권유해본 적이 없다. 손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기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면서 “건강을 허락해주실 때까지 헌혈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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