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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엄마에게 휴식을, 며느리에게 안식년을!(정석, 예로니모,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시사진단] 엄마에게 휴식을, 며느리에게 안식년을!(정석, 예로니모,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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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9 발행 [1548호]





새해 첫날 영화 ‘두 교황’을 봤다. 같은 교회 안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두 분 교황의 살가운 만남과 진솔한 대화를 가까이서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던 영화였다.

더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다며 당신 대신 교회를 이끌어달라는 베네딕토 교황의 부탁에 프란치스코 교황, 아니 베르골료 추기경은 자신의 잘못을 낱낱이 고백하고 교황으로부터 죄의 사함을 받는다. 고해성사는 이어졌다. 이번에는 베네딕토 교황이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내가 아이였을 때 가장 먼저 지은 죄는 삶을 제대로 즐길만한 용기를 가지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책 속에 파묻혀 공부만 했죠.” 삶을 즐기지 못한 죄를 고백하고, 그 죄를 기꺼이 용서해주는 두 사람을 보면서 고해성사야말로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참으로 멋진 선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교회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물러난 교황 베네딕토 16세, 그 무거운 짐을 기꺼이 안은 교황 프란치스코. 두 교황은 서로를 더욱 온전하고 완전하게 해준 참 좋은 친구이고 파트너였다. 자리를 내준 전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에 없던 놀라운 행보로 가톨릭교회 신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에게까지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타 종교를 존중하고, 가난한 이들과 약자들을 우선하여 선택하고 돌봐야 한다는 메시지는 말에 머물지 않고 진심 어린 행동으로 이어졌다. 분쟁으로 갈등을 겪던 수단의 지도자들을 불러 불편한 몸으로 무릎을 꿇고 발에 입을 맞추던 모습, 2014년 8월 시복 미사와 아시아 청년대회를 위해 한국에 와서 자식을 잃고 슬퍼하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해주던 모습은 그 어떤 말이나 글보다 울림이 컸다.

지난 성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림을 올렸다. 피곤한 모습으로 베개를 껴안고 곤히 잠든 아기 엄마 마리아, 기지개를 켜는 아기 예수를 달래느라 애를 쓰는 아빠 요셉을 보여주는 그림을 올리며 교황은 “엄마에게 휴식을” 주라고 청했다. 아기 예수는 늘 마리아 품에 안겨있고, 요셉은 한걸음 물러서 있는 성탄절 풍경에 길든 사람들에게 관점의 전환을 일깨워준 위트 넘치는 메시지였다.

세상 엄마들에게 휴식을 주라는 교황의 메시지를 접하면서 며느리들에게 특별한 휴식을 선물했던 우리 어머니가 떠올랐다. 명절 때마다 남편 본가에 와서 음식준비를 하던 며느리들에게 어느 해 느닷없이 ‘며느리 안식년’ 제도를 선포하고, 네 며느리에게 4년에 한 번씩 안식년을 주어 그 해에는 친정에 가서 명절을 보내게 하셨다. 2016년에는 자비의 희년을 선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받들어 모든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내는 ‘며느리 희년’을 다시 선포하셨다. 그해 처음으로 설 전날 처가에 가서 사흘을 보내며 많은 걸 느꼈던 기억이 난다. 대가족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며 명절 준비를 하던 우리 집과 달리 처가에서는 나이 많으신 장인어른과 장모님 두 분이 음식과 제사준비를 하고 계셨다. 딸과 사위와 손자 손녀들이 들이닥쳐 시끌벅적한 설을 보내며 두 분은 많이 웃으셨고,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뒤늦게 깨달았던 사위는 많이 죄송했다.

설이 다가온다. 이번 설은 좀 특별한 설이면 좋겠다. 교황님 말씀처럼 “엄마에게 휴식을” 주는 설, 청림 허옥순 클라라 여사께서 창안하신 “며느리 안식년과 희년”의 복음이 가가호호 선포되는 그런 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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