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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전쟁 피폭국 일본에 비핵화·평화 메시지 전하다

교황, 전쟁 피폭국 일본에 비핵화·평화 메시지 전하다

프란치스코 교황 일본 사목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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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발행 [1541호]
▲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쿄돔에 들어서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5만여 명의 군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방일위원회 제공


▲ 프란치스코 교황이 삼재 피해자 중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가모시타 마쓰키 군을 안아주고 있다.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25~26일 일본 도쿄 일정을 마지막으로 서른두 번째 해외 사목방문을 마무리 지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이뤄야 한다”는 발언은 한결같이 계속됐다. 도쿄돔 야구경기장에서 열린 미사에는 한국 주교단과 한인본당 신자들도 함께하며 일본 교회와의 연대와 화합을 보여줬다.

교황의 지구촌 비핵화와 생명 존중 문화 건설을 향한 행보는 25일 도쿄에서도 이어졌다. 교황은 나루히토 일왕과 아베 신조 총리, 일본의 젊은이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자들까지 두루 만나며 일본 교회와 사회에 따뜻한 사랑과 복음의 의미를 듬뿍 심어줬다.

도쿄(일본)=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교황은 삼재(三災) 피해자들을 만나 일본 사목 방문 주제인 ‘모든 생명을 보호하게 하소서’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삼재 피해자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이들이다. 교황은 과거 원폭 피해자들은 물론 최근에 일어난 큰 재난으로 고통받은 일본 국민을 넓은 품으로 안아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족과 함께 도쿄로 이주한 가모시타 마쓰키(16)군은 “사고 후 8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동부 전역에 방사능 영향이 남아 있다”고 흐느꼈다. 말없이 그를 안아준 교황은 “공동의 집인 지구에 사는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책임이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일본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도쿄대교구 성모 마리아 주교좌대성당을 찾은 교황은 일본 가톨릭·불교 신자 청년들과 외국인 청년들을 만났다. 교황은 성당을 가득 메운 이들에게 “세상은 젊은이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격려했다. 이어 “전 세계 많은 사람이 부유하지만, 상당수가 외로움의 노예로 살고 있지 않느냐”며 “정신적 빈곤 시대에 여러분은 사랑과 이해가 필요한 이들을 만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년들은 교황에게 교황 얼굴과 그림이 새겨진 일본 의상을 선물했고, 교황은 즉석에서 옷을 입으며 청년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쿄돔은 이날 야구경기장이 아닌 교황과 신자 5만여 명이 미사로 하나 되는 거룩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치열한 신청 경쟁을 뚫고 당첨(?)된 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도쿄돔을 찾았다. 교황 방일 기념 티셔츠를 맞춰 입고 가족, 단체별로 미사에 참여한 이들이 많았다. 전용 차량을 타고 입장하는 교황을 향해 신자들은 함성과 함께 교황기와 교황 방일 기념기를 흔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등 한국 주교단 12명이 함께해 일본 교회와의 형제애를 드러냈다. 도쿄 한인본당 성가대는 ‘하느님의 어린 양’을 한국어로 노래했고, 전례분과장 김방희(클라라)씨는 한복을 입고 한국어로 보편 지향 기도를 바쳤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공동체인 우리는 아픈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야전 병원’이 돼야 한다”면서 “선한 뜻을 지닌 이들과 주님과 합심해 모든 생명을 보호하는 예언자가 되자”고 당부했다.



○…교황은 미사 후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일본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핵무기 없는 지구촌 실현을 위해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며 비핵화 실천을 재차 요청했다. 교황은 아울러 “민족 간, 국가 간 분쟁은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며 국제 사화와의 협력도 촉구했다. 교황은 다음날 일본 예수회가 운영하는 조치대를 방문해 예수회 회원들과 만남을 끝으로 일본 사목 방문을 마무리했다.

김희중 대주교 인터뷰

“한일 주교단, 평화 위한 동반자로 꾸준히 노력해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톨릭 신자가 소수인 태국과 일본 교회 사목 방문으로 비그리스도교 국가에 복음의 깊은 가치를 심어주셨습니다. 또 가톨릭 교회가 지닌 세계 평화라는 큰 사명을 두 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전하셨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11월 25일 도쿄돔 미사 후 인터뷰에서 “교황님의 방문으로 양국 가톨릭 신자들이 큰 기쁨과 신앙의 힘을 얻었다고 느낀다”며 “일반 국민들도 세계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교황님의 위상을 피부로 느낀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태국에서부터 이어진 교황의 사목 방문 여정에 일부 참여하며 가까이서 교황과 마주했다. 아시아 교회를 향한 사도좌의 당부도 직접 들었다. “교황님은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 주교단과 만남에서 특별히 아시아 복음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면서 “신자 수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신자들이 복음 말씀대로 참되게 살도록 돕는 것이 선교적으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당부하셨다”고 전했다.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 중 하나가 선교이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도록 제자들을 파견하셨듯이 교회도 끊임없이 선교사를 파견하는 사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앵무새처럼 복음을 읽어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복음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김 대주교는 “교황님은 태국에서 여성 성매매와 아동 인신매매 문제를, 일본에서는 핵 위협과 생명에 관한 메시지를 가감 없이 전하며 모든 이념과 사상,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평화의 사도로서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특히 도쿄돔 미사 후 한일 주교단 만찬 자리에서 두 나라 교회 역할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한일 주교단이 평화를 위한 동반자로 꾸준히 관계를 맺어간다면, 동북아시아 평화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공감했습니다.”

김 대주교는 “태국과 일본은 교세 성장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교황님 방문이 큰 울림을 남겼을 것”이라며 “아시아 교회가 주교단뿐만 아니라, 평신도들 간의 교류도 더욱 활발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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