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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안 되더라도 교회에 꼭 필요한 서적은 만들어야

돈이 안 되더라도 교회에 꼭 필요한 서적은 만들어야

30주년 맞은 출판사 ‘기쁜소식’ 전갑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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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발행 [1541호]
▲ 기쁜소식 전갑수 사장은 1989년부터 30년 동안 출판사를 운영하며 신자들에게 책을 통해 선교해왔다.



“이런 책 내면 밥 먹고 살아요?”

기쁜소식 전갑수(베르나르도, 65) 사장이 종종 듣는 말이다. 출판사를 운영한 지 올해로 30년, 전 사장은 “문 닫지 않고 살아온 게 기적”이라고 했다.

1989년 12월 8일, 성경을 통한 그리스도인 재복음화에 뜻을 두고 기쁜소식을 설립했다. 당시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온 안병철 신부(서울대교구)를 만나 ‘성서못자리’ 교재를 펴낸 게 첫 출판물이었다.

그가 신자 재복음화에 관심을 가진 건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과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대회 및 103위 시성식을 마치면서였다. 당시 가톨릭 신자는 폭발적으로 양적 팽창했지만 정작 교회에서는 신자 증가에 따른 예비자 교리반 운영 대책은 없었다. 출석 확인 도장만 받으면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던 시절이었다. 당시 가톨릭출판사 직원이었던 전 사장은 한 노 사제가 신자 재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절박하게 했던 말을 마음에 담았다.



신자 재복음화를 목표로

책을 통한 선교, 책을 통한 신자 재복음화를 목표로 기쁜소식은 항해를 시작했다. 첫 출판물 성서못자리 교재는 모두 23권으로, 완간하는 데 12년이 걸렸다. 지금까지 15만 부가 팔렸다. 거꾸로 말하면 15만 부를 파는 데 30년이 걸렸다.

“15만 부, 많은 거 같죠? 15만 부를 30년으로 나누면, 1년에 5000권입니다. 한 달에 400권 판 거죠. 책값을 평균 8000원으로 치면, 한 달에 320만 원입니다. 원가를 뺀 수익 20%면 64만 원이 남죠. 직원이 9명인데….”

지금까지 밥 먹여 준 건 안 팔릴 줄 알았는데 팔린 책들 덕분이었다. 그가 기쁜소식의 역사를 기적이라고 하는 이유다. 2005년 기쁜소식은 십자가의 성 요한(1542~1591)의 저작 4권(어둔밤ㆍ가르멜의 산길ㆍ사랑의 산 불꽃ㆍ영가)을 선보였다. 스페인 유학 중 신비신학의 꽃으로 불리는 성 요한의 영성에 매료된 방효익(수원교구) 신부가 우리말로 옮겼다. 방 신부는 여러 곳의 교계 출판사에 출간 의뢰를 했지만 모두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망설이는 것을 보고 좌절하던 차에 우연히 전 사장을 만났다. “영성 서적은 안 나간다는 게 고정 관념이었죠. 기절할 뻔했습니다. 책을 출간하자마자 6000질이 나갔어요. ‘십자가의 성 요한 책이 한국말로 나올 줄 꿈에도 몰랐다’면서 개신교 목사들이 1000질을 사갔어요. 미국에 있는 한국인 목사한테도 연락이 왔죠.”



영성에 목마른 신자들 갈증 풀어줘

그는 한국 교회 신자들이 영성에 목말랐다는 걸 알았다. 영성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다양한 영성을 소개하고 싶은 열정이 커졌다. “영성 서적을 낼 때마다 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있습니다. 여태껏 해보니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달려드니 살더라고요.”

2012년부터 펴내고 있는 가르멜 총서도 그의 역작이다. 가르멜 영성의 대가인 예수의 대 데레사 성녀,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 십자가의 성 요한, 에디트슈타인 성녀, 삼위일체의 엘리사벳 성녀 저서를 중심으로 총 100편을 목표로 출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 가르멜 영성의 독보적인 영성신학자인 윤주현(가르멜수도회 한국관구장) 신부가 기획 번역하고 있는 이 총서 역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기쁜소식이 출간한 교재와 단행본은 600여 종이 넘는다. 종별 발행 부수는 평균 2000부 이상이다. 달력을 비롯해 기도문, 축복장, 사목 계획서 등 본당 행정에 필요한 각종 문서도 제작한다. 주교회의가 편찬한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도 기쁜소식 기획으로 나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책자를 들고 다니며 순례할 신자들을 위해 비닐 가방을 만든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2000년대가 영성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문화 복음화 시대로, 함께 어우러져 주고받는 시대”라며 “늘 책을 통한 선교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전 사장은 “기쁜소식을 사랑해주신 주교님과 신부님, 수녀님, 사무장과 사무원들과 어려운 여건에도 기쁜소식을 지켜온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18)라는 말씀을 가슴에 안고 새로운 30년을 향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30주년 행사는 없다. 직원들과 함께 소박한 감사 미사를 봉헌한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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