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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기다리는 아기 천사들의 맑디맑은 눈망울

엄마 아빠 기다리는 아기 천사들의 맑디맑은 눈망울

[대림 기획] 성가정입양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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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발행 [1541호]

▲ 유아방에서 미술 수업이 한창이다. 여아 입양을 선호하는 이유로 유아방에는 남자 아이 비율이 높다.

▲ 생부모가 성가정입양원에 위탁한 아이. 생부모는 자신보다 더 잘 키워줄 부모를 찾기 위해 입양원에 아이를 위탁한다.

▲ 윤미숙 원장 수녀



아기 예수는 자신을 돌봐줄 부모가 필요했다. 마리아는 몸으로, 요셉은 마음으로 아기 예수를 품으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구세주의 탄생을 함께했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아기 예수처럼 부모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구세주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 제1주, 입양 부모 만나는 날을 기다리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가정입양원(서울 성북구)의 아기 천사들의 멀고도 험한 입양 여정을 살펴본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입양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

아기들 재롱 소리가 가득한 방에 낯선 이가 들어서자 잠시 정적이 흐른다. 돌이 안 된 아기들의 티 없이 맑은 눈동자에 호기심과 경계심이 교차한다. 그것도 잠시, 한 아기가 커다란 곰 인형에 올라타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도자와 봉사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재롱이 한창인 아기를 품에 안은 성가정입양원 원장 윤미숙 수녀는 “아기들이 말을 못할 뿐이지 낯선 이가 오면 ‘나를 데리러 왔나?’ 한다”며 “저 예쁜 아기들의 재롱을 입양한 부모들이 봐야 하는데 내가 다 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흔히 ‘입양원’ 하면 버려진 아이들을 키우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아기를 자신보다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부모를 찾아달라는 생부모들의 바람이 모인 곳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24명의 영유아는 자신들의 부모가 되어 줄 이들을 오늘도 기다리고 있다.



남자 아기의 입양 부모 찾아 삼만리

영아들이 있는 방 건너에서 생후 36개월 전후 유아들의 미술 놀이가 한창이다. 방에 들어서자 고사리손으로 만든 미술 작품을 자랑하듯 들어 보인다. 얼핏 봐도 남아 비율이 높다. 입양원에 있는 아이 중 여아는 5명, 남아는 19명이다.

성가정입양원 박규리 과장은 “내 핏줄이어야 한다는 남아 선호 사상과 재산 상속 문제 등으로 남아 입양이 쉽지 않다”며 “남자아이들은 키우기가 힘들고, 여자아이들은 독립하기까지 시간도 짧다는 생각이 입양 기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입양은 378건, 국외 입양은 303건이다. 2016년보다 국내 입양은 168건, 국외 입양은 31건 줄었다. 특히 국내 남아 입양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다. 2018년 남아 입양률은 29.1%로 여아 입양률 70.9%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다 보니 남아 국외 입양이 국내 입양보다 2배 많은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출산을 선택으로 생각하는 젊은 층의 증가와 양육 자체가 쉽지 않은 사회 현실도 입양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2015년 이후 입양 부모 신청자 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윤 수녀는 “아이들 돌잔치를 준비하거나 한 해 한 해 생일을 챙길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며 “부모를 만나 그 집에서 기쁜 날을 맞이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한다”고 토로했다.

입양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나는 언제 엄마 아빠가 데리러 와요?”라고 묻곤 한다. 기다림에 지친 아이들 물음에 “○○아, 엄마 아빠가 곧 데리러 올 거야”라고 위로할 수밖에 없다.

입양이 안 된 아이들은 36개월이 지나면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영유아를 일시 보호하는 시설 특성상 큰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까닭이다. 윤 수녀는 “얼마 전 입양원에서 생활하던 형제 중 형이 먼저 보육원으로 떠났다”며 “큰 아이를 잡고 동생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큰 아이가 ‘동생도 나중에 저 있는 곳으로 오느냐?’고 물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이달에도 벌써 3명의 남자아이가 보육원으로 떠난다.



자녀가 필요한 것인가, 부모가 되려는 것인가?

이곳을 찾는 부부 역시 긴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친자녀가 있는데 입양을 결심한 경우도 있지만, 친자녀를 가지려고 노력 끝에 이곳을 찾기에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의 부부들이 다수다. 입양 후 아이와 애착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1000가정 중 999가정은 가족애로 어려움을 극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입양에 대한 지식 부족과 자신이 상상하던 아이를 생각하는 경우 한두 달 만에 아이를 입양원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아이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못 본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의 몫이다. 친부모와 헤어지고 입양을 위해 만난 부모와도 헤어진 아이, 그래도 아이는 “엄마 아빠 집에 언제 가느냐?”고 묻는다.

박규리 과장은 “많은 분이 자신들이 원하는 ‘예쁘고 건강한 여자아이’를 찾지만, 입양 부모가 된다는 건 자녀에 대해 자비롭게 생각할 줄 알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며 “입양 부모가 입양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 게 입양 기관의 역할”이라고 했다.

18년 전 아들을 입양한 반철진씨는 “나에게 아이가 필요해 입양하려는 건지, 부모가 필요한 아이들의 부모가 되려는 것인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 아기 우리 손으로’라는 신념 아래 1989년 설립한 국내 입양전문기관인 가톨릭사회복지회 성가정입양원은 지금까지 3000여 가정에 가족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전달하며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윤미숙 원장 수녀



“입양을 위해 이곳을 찾는 분들은 ‘마음을 다 비웠다. 결연해주는 아이를 무조건 만나겠다’고 말해요. 하지만 예쁘고 건강한 아이가 아니면 받지 않아요.”

윤미숙 수녀는 “남자아이는 사춘기가 무섭다고 말하지만, 사춘기 때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수녀는 “부모의 자양분이 든든하면 어려움을 잘 이겨낼 것”이라며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도 배우고 노력하고 변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은 서로 다르고, 그 다름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합니다. 긴 인내와 자비가 필요해요.”

윤 수녀는 입양이 아니더라도 입양 전까지 가정 위탁(사랑의 부모)을 해줄 수 있는 가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가정의 따뜻함을 전하고 아이들에게 애착 관계를 형성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윤 수녀는 “입양아와 입양 부모가 만난다는 건 생부모와 이별한 슬픔, 친자녀를 갖지 못한 아픔 등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라며 “언젠가 입양 사실을 알고 그로 인해 힘들어한다면 부모가 곁에서 힘이 돼줘야 한다”고 했다. “시련을 딛고 더 끈끈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거 아닐까요. 가족이라는 건, 하느님께서 주신 최고의 선물이에요.” 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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