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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친환경 농산물 공급… ‘공동체 밥상’ 되살린다

어린이집에 친환경 농산물 공급… ‘공동체 밥상’ 되살린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25주년] <8-끝>우리농 공공급식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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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발행 [1538호]
▲ 서울 마천동성당 천사어린이집 조영연 원장 수녀가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가 위탁받은 송파구친환경공공급식센터에서 공급받은 식자재로 유기농 식탁을 차려 아이들을 먹이고 있다.

▲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송파구친환경공공급식센터 직원들.



농산물 소비가 확연히 줄고 있다.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8년에 61㎏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971년 136.4㎏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도 넘는 내림세다. 지난 30년간 1인당 식량 소비량 역시 연간 1.7% 감소했지만, 생산량 감소 폭은 1.3%에 그쳐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또한 대안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그래서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회장 안희문) ‘영농조합법인 나눔과섬김’은 2010년 안동시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해 왔고,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백광진 신부) 역시 지난 5월 서울 송파구에서 친환경 공공급식센터를 위탁받아 생명농산물 소비를 늘렸다. 그 급식 현장으로 들어가 봤다.



서울대교구 마천동본당 천사어린이집. 평일 오전 11시 30분이면, 만 2세 미카엘반부터 3세 라파엘반, 6∼7세 혼성반인 가브리엘반 등 반마다 점심 배식이 이뤄진다. 원아들은 식판을 들고 밥과 국, 반찬을 받은 뒤 제자리로 돌아와 함께 식사 전 기도를 하고 숟가락을 든다. 영아는 교사들이 식판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식탁은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에서 올라온 유기농 쌀로 갓 지은 밥과 된장국, 갖은 나물과 식자재로 조리한 반찬으로 가득하다. ‘요즘 아이들은 된장국을 싫어한다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니, 원아들 배식을 챙기던 성가소비녀회 조영연(효주) 원장 수녀는 “우리 아이들이 된장국을 얼마나 잘 먹는데요” 하며 환하게 웃는다.

천사어린이집이 우리농 식자재만 공급받기 시작한 건 올해 7월부터니까, 이제 4개월이 지났다. 학부모도, 아이들 반응도 아주 좋다. 식자재 공급처를 농협에서 우리농으로 바꾼 뒤 학부모들이 “이렇게 비싼 식자재를 써도 괜찮겠냐?”며 어린이집 재정을 걱정해줄 정도다.

그렇지만 조 수녀는 “유기농이니까 아무래도 비싸지만, 송파구의 차액 지원도 있고 해서 큰 어려움이 없다”며 “아이들을 생각해 믿을 수 있고 안전한 식자재가 필요해 유기농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앞서 송파구 어린이집 원장들과 함께 안동 농가들을 찾아가 직접 농민들도 만나고 농사 현장을 답사하면서 어린이집 식탁을 유기농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친환경공공급식센터가 식자재를 공급하는 국ㆍ공립과 민간, 가정 어린이집은 90곳, 해양환경공단까지 합쳐 91곳이다. 식자재를 공급받겠다고 등록한 어린이집이나 기관은 138개소지만, 이중 실제 주문을 하는 곳은 91곳(65.9%)으로, 한 달 평균 3200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공공급식용 전산 수ㆍ발주 시스템을 통해 7일 전에만 주문하면 매일같이 새벽 2시에 4개 지역으로 나눠 배송처별 집품과 분류 작업을 거쳐 당일 오전 8시까지는 배달을 완료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난 10월 8358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행 첫 달인 지난 6월 매출 1036만 원에 비하면 8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센터’ 사업의 하나로, 현재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13개 자치구가 참여, 서울시와 자치구가 반반씩 예산을 부담해 농산물 산지 원가로 어린이집과 기관에 공급한다. 공공급식센터 운영비를 서울시와 자치구가 부담함으로써 운영 수수료 없이 산지 가격 그대로 어린이집이나 기관에 제공하고, 그럼에도 생명농산물 원가가 일반 농산물보다 비싸면 그 차액을 지자체에서 보상해주는 ‘차액 보상제’까지 시행하고 있다.

손성훈(라파엘)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 물류사업국장은 “공공급식센터는 공적 조달체계 구축을 통해 산지와 소비지의 신뢰를 높이고 불필요한 유통 거품을 줄였다”며 “도시에선 건강하고 신선한 생산지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줄어든 유통 비용은 다시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장 백광진 신부도 “공공급식은 원래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미래세대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밥상을 만들어준다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어릴 때 입맛이 성인이 돼서도 자연스럽게 찾는 입맛이 되기에 그런 기대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복지시설 등에 급식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는 송파구 친환경공공급식센터뿐 아니라 서울 시내 85곳 유치원과 어린이집, 복지시설에도 우리농 생명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쌀 소비만 봐도, 기관별 급식에 주력하기 시작한 2017년 1월 이전 매달 쌀 10㎏ 기준 40∼50포가 공급됐던 데 비해 지난 10월에만 380포가 공급돼 대폭 늘었다. 월 매출 또한 8000∼9000만 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이처럼 급식이 이른바 ‘소비 절벽’에 부닥친 우리농 운동에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실제로 해마다 수도권 추곡 공동 수매를 할 때까지도 팔리지 않고 남아 있던 유기농 쌀이 지금은 산지에서 급히 무농약 쌀을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이게 다 2017년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가 ‘급식’에 주력하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또 급식사업에 주력하면서 우리농 물류가 갖고 있던 약점들, 예를 들어 주 1회 배송을 주 5회로 늘린다든지 하는 물류 개선도 이뤄졌다는 점도 뜻깊다.

쌀 소비량 증대나 매출 급증도 의미가 있지만, 어린이들의 급식을 통해 가정 공동체가 잃어버리고 있는 ‘공동체 밥상’을 유아교육기관에서 되살렸다는 점은 더 의미가 깊다. 집에서조차 밥을 안 먹는 어린이들이 유아교육기관에서 급식을 통해 전통 식생활 문화를 전수받고 생명 농업에 대한 고마움과 감성을 되찾는 기회를 제공해줬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농 서울대교구본부 부본부장 이승현 신부는 “어린이집이 단순히 우리농 소비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농 운동을 확산시키는 창구, 또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 전통 식탁을 이어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급식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가정 밥상을 넘어서서 공동체 밥상을, 나아가 함께 잘 먹는 공동육아까지 고민해볼 단계가 됐다”면서 “우리농 생명농산물 식재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성찰함으로써 우리 식탁을 바꾸는 계기가 될 때 급식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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