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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회 수녀들, 44년 만에 ‘꿈나무마을’ 떠난다

마리아회 수녀들, 44년 만에 ‘꿈나무마을’ 떠난다

1975년 ‘서울 소년의 집’ 개원 1만 4000명 아이 돌봐… 더 가난한 나라서 ‘엄마 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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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3 발행 [1537호]
▲ 마리아수녀회 수녀들은 44년간 가난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왔다. 1970년대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인 소년의 집 아이들과 엄마 수녀들. 마리아수녀회 제공

▲ 마리아 수녀회는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진출, 지난 8월 22일 탄자니아 소년의 집 개원식을 열었다. 마리아수녀회 제공



44년 동안 서울 은평구 백련산 자락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온 마리아수녀회 수녀들이 서울시 꿈나무마을(옛 서울 소년의 집)을 떠난다.

1975년 1월 1일 서울시립아동보호소의 800명 아동을 받으면서 서울 소년의 집을 개원한 마리아 수녀회는 오는 12월 31일 위탁 운영을 종료하기로 서울시와 합의했다.

마리아수녀회 서울분원장 권오열(클라라) 수녀는 최근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 편지를 띄웠다. “그동안 참 많은 아이가 하느님과 성모님의 큰 은총으로 잘 성장하여 자립하고,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향기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올해는 마리아 수녀회 설립 55주년을 맞는 해다.

44년 동안 마리아수녀회 140여 명의 수녀는 갓 탯줄을 끊고 세상에 태어난 영유아부터,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을 키워왔다. 수녀회 설립자인 소알로이시오(Aloysius Schwartz, 1930~1992, 가경자) 몬시뇰의 정신대로, 특별한 사랑을 제일 부족한 아이에게 주기 위해 노력했다. 수녀들은 다양한 이유로 부모가 떠난 뒤안길에서 아이들을 부족함 없이 키워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학교(알로시이오 초등학교)가 필요했고, 병원(도티기념병원)도 짓게 됐다. 국내외 후원자들 도움을 받아 수영장과 축구장, 책 놀이방도 마련해줬다.

1975년 개교한 서울 소년의 집 국민학교(12학급 720명)는 2003년 알로이시오 초등학교로 개명, 4년 전 40회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1982년 꿈나무마을 내에 문을 연 도티기념병원도 아이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치료해주다 2년 전 치료 여정을 마무리했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 촘촘해진 의료복지 시스템으로 환자들이 급격히 줄었다.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을 받아들인 선택이었다.

마리아수녀회가 꿈나무마을의 사도직을 마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자들의 고령화로 ‘엄마 소임’을 이어가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성소자 급감도 원인이 됐다. 서울분원장 권 수녀는 “한국, 특히 서울의 아이들은 국가의 복지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이제 우리는 더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 나설 때가 됐다”며 “하느님이 맡기신 소명을 다 했기에 떠난다”고 밝혔다. 이어 권 수녀는 “44년 동안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해주셨기에 모든 일이 가능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마리아수녀회는 9일 오후 5시, 꿈나무마을 실내체육관에서 감사음악회를 열고, 꿈나무마을에서의 사도직을 마무리한다. 졸업생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가 엄마 수녀들과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선율을 선보인다.

현재 서울시 꿈나무마을에는 중ㆍ고등학생 3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내년 2월 100여 명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꿈나무마을을 떠난다. 마리아수녀회 수녀들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키운 아이들은 1만 4000여 명이며, 현재 7개 나라의 소년ㆍ소녀의 집에서 2만 1000여 명의 학생이 생활하고 있다.

한편, 마리아수녀회는 지난 8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소년의 집을 개원해 열악한 환경에 놓인 153명의 학생을 받았다. 현지에서 성소자를 발굴해, 현지 상황과 문화에 맞게 소년의 집을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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