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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오늘’, 죽음을 잘 준비하는 방법

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오늘’, 죽음을 잘 준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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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3 발행 [1537호]
▲ 「‘죽음’에게 물었더니 ‘삶’이라고 대답했다」를 펴낸 손영순 수녀. 손 수녀는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도 안 죽어봐서 모르죠. 말기 암, 안 걸려봐서 모릅니다. 그러나 죽음이 우울한 주제는 아녜요. 안 죽을 사람은 하나도 없거든요.”

1년에 200여 명이 넘는 환자들이 눈을 감는 배웅 길에 동행하는 수녀인데 쾌활하고 미소가 넘친다. 죽음의 풍경이 일상인데 우울하거나 무거운 느낌마저 없다.

“말기 환자로 살다 하늘나라로 떠나신 모든 분이 제 스승입니다.”

최근 「‘죽음’에게 물었더니 ‘삶’이라고 대답했다」(마리아의 작은 자매 출판사/1만 7000원)를 펴낸 손영순(카리타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를 만났다. 1990년 수도회에 입회해 30년 동안 호스피스 봉사자로 살면서 주보와 한겨레신문, 다음 카페에 연재해온 조각 글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죽음은 가톨릭적으로 말하면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에요. 끝이나 포기가 아니고, 완성이에요.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죠.”

손 수녀의 책에는 죽음을 거쳐 간 많은 이웃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노래를 부르며 떠난 40대 여성, 남편에게 꽃다발을 받고 행복하게 떠난 70대 할머니, 아들과 화해하고 엉엉 울며 떠난 50대 아저씨….

손 수녀는 6살 딸을 두고 죽음을 준비하는 골육종 암을 앓는 30대 엄마를 잊을 수 없다. 그 엄마는 딸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할 때, 첫 생리를 시작할 때, 결혼할 때 전해주고 싶은 편지를 미리 준비했다. 손 수녀는 대신 편지를 써주며 많이도 울었다.

손 수녀는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은 삶을 잘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죽음의 현재화’야말로 삶을 가장 보람있게 살 수 있는 비결이다. 죽음이 아름답기만 하고, 아프지 않은 이별은 물론 아니지만 호스피스 안에서의 이별은 조금 덜 슬프고 더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많은 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동반해온 수녀에게 “스스로 잘 죽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냐”고 물었더니, 손사래를 쳤다. 동기 수녀에게 “내가 죽을 때 난리를 쳐도 때리지 말라고 해뒀다”며 웃었다. 우리가 아무리 죽음을 준비한다고 해도, 하느님이 어떤 십자가를 던져 주시고 초대하실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죽음은 준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죽음을 나의 것으로 여기면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잘 살 수 있다.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마지막 순간에 보편적으로 하는 후회가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당신을 만난 건 행운이야’ 같은 말들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산티아고 길을 걷지 못하고, 멋진 차를 사지 않은 것이 아녜요.”

손 수녀는 “죽음을 앞둔 이들이 원하는 것은 가족들이 따뜻한 밥상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친정엄마랑 온천에 가는 등 굉장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였다. 오늘도 집에 가서 할 수 있다고.

손 수녀는 1990년부터 사별가족 돌봄 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죽음은 남겨진 자들이 견뎌야 할 큰 사건이에요. 남겨진 사람들은 사별의 고통과 슬픔을 평생 안고 가니까요.”

그는 “위령 성월을 맞아 모두 자기 죽음을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죽음을 향해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말고, 내 죽음을 만들어가자”고 덧붙였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1965년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최초로 호스피스를 시작했다. 강릉의 갈바리 의원과 포천 모현의료센터, 서울 모현가정 호스피스 센터에서 말기 암 환자와 가족을 돕고 있다. 이들은 갈바리 언덕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아들 예수를 껴안았던 성모 모성으로 사도직을 수행한다.

구입 문의 : 02-771-8245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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