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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의무와 책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평화칼럼] 의무와 책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홍진 클라라(사회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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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6 발행 [1533호]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무연고사(無緣故死)나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장애인들이나 중장년 1인 가구의 고독사(孤獨死)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다. 이 같은 ‘무연고사’는 어제오늘의 일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적잖다는 평가다.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50대 장애인 여성이 고독사한 채 2주 만에 발견됐다. 이 여성은 장애인이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이중 취약계층에 속했다. 그간 이용해오던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가 무려 1년간이나 중단됐는데도 아무도 그 이유를 알아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심지어 동 주민센터 복지정보시스템에는 장애인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데다, 이 여성이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를 중단하고 재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통보할 의무가 없는 일’이었다는 관련 기관들의 대답뿐이었다. ‘복지 신청주의’의 사각지대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장애인활동지원법에는 본인 신청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수급자가 6개월 이상 연속하여 급여를 이용하지 않을 때는 급여 미희망 신청 의사를 적용하여 수급 중지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는 단지 재정 절감 차원의 표현으로서, 시군구 담당자가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의 변동 현황을 수시로 확인하여 이용 중단 사유를 파악하고 적기에 처리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 인력 부족을 이유로 권고 형식에 머물렀다는 게 현실이다. 사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주민센터에선 한 명의 복지 플래너가 400여 명의 취약계층을 담당했다는 후문이다.

보건복지부의 발표로는, 지난해 장애인 무연고 사망자가 총 483명으로 전체 무연고 사망자(2279명)의 21.2%를 차지했다. 이는 2017년과 대비할 때 무려 80%(214명)가 증가한 것으로, 무연고 사망자 5명 중 1명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톨릭교회는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의무 이행을 사회복지 현장 종사자들뿐 아니라 우리가 모두 초대받았음을 언급한다. 또 그들에게 도움을 줄 때는 그 사람의 환경이나 배경과는 상관없어야 하고, 또 대가성이 없는 ‘무조건’이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받는 이들의 필요에 모두가 열려 있어야 하며 즉각적으로 감지하고, 그들이 공동체에서 사랑과 환대를 받고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미래를 바라보도록 동행할 때, 그들은 삶의 진정한 여정을 발전시킬 수 있고 지속되는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기회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달 체계를 구축하고, 공공 사례 관리의 인력 확충으로 근거리 생활 지원의 기반을 개선하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보편적 보장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득 양극화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복지 사각지대에서는 사건과 사고의 발생이 줄지 않고 있다.

분명한 건 이 모든 것의 해결은 무엇보다도 서로 간의 연대적 협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염원대로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정치·경제 구조를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장애를 가진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정도를 알 수는 없다. 지역 공동체에서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공동선이 이루어지는 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서로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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