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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가장 애착이 가는 스탠딩

이학주 요한 크리소스토모(보도제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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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8 발행 [1530호]


TV 방송 뉴스에는 ‘스탠딩’이라는 것이 있다.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들고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줘 리포트를 풍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보다 실감 나는 스탠딩을 할수록 시청자의 호응도 커진다.

지난해 입사하고 여러 차례 스탠딩을 할 기회가 있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날 헌법재판소에서, 8년 만에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봉헌된 임진각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바쁜 상황에서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스탠딩을 단번에 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무사히 스탠딩을 마친 뒤 방송으로 그 모습을 확인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달콤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스탠딩은 따로 있다. 8월 25일, 서울대교구 첫 청각장애인 성당인 ‘에파타성당’ 봉헌식에서 한 스탠딩이다. 한국 교회 최초의 청각장애인 사제인 박민서 신부와 청각장애인 신자의 오랜 염원이 이뤄지는 감격스러운 순간,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청각장애인의 언어인 수어(手語)로 스탠딩을 해보면 어떨까?’

봉헌 미사 도중 부랴부랴 수어 통역사를 찾아 벼락치기 수어 강습을 받았다. 수백 명 신자로 붐비는 성당에서는 연습할 여유도 없었다. 한 번에 끝내자는 결심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지금 저는 에파타성당에 있습니다. 에파타성당에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구어(口語)로 하면 참 짧고 쉬운 문장인데 수어로 하니 왜 그렇게 떨리던지. 방송이 나간 뒤에도 틀린 표현이 있을까 봐 염려가 컸다. 그때 마침 청각장애인 청년 신자가 보내온 메시지는 걱정을 기쁨으로 바꿨다. “감사해요. 아주 잘했습니다!”

기자는 시청자의 호응을 먹고 크는 존재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좋은 스탠딩으로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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