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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5)말씀의 현재화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5)말씀의 현재화

살아계신 하느님을 지금 만나는 길, 성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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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8 발행 [1530호]
▲ 허성준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박물관에 전시된 신앙을 갖지 말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왜냐하면, 주님은 과거의 인물이 아니며 또한 역사책에서 알게 되는 분이 아니라, 삶에서 직접 만나는 구체적인 분이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만 주님께 나아간다. 어찌 보면 우리가 찾는 것은 살아 계신 주님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들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죽은 이들 가운데서 살아 계신 분을 찾는 것과 같다. 우리는 결코 부활하신 분에게 우리 삶의 중심 자리를 내어드리는 일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살아 계신 주님과의 만남을 위해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말씀을 우리의 삶에 인격화, 내면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것을 도와주는 구체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수도 전통에서 알려준 렉시오 디비나 수행, 즉 ‘성독(聖讀)’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더 이상 죽은 문자 속에 가두어 두어서는 안 된다. 하느님의 말씀을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과 일상의 삶 안으로 가져오고, 말씀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 이때 하느님의 말씀은 더 이상 과거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그것을 넘어 현재의 우리의 구체적인 삶으로 다가오게 된다. 바로 이것이 말씀의 현재화이다.

우리는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어떻게 말씀을 현재화하셨는지 살펴볼 수 있다. 다음의 예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깨닫게 한다. 어느 날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회당에 들어가시어 성경을 읽기 위해서 시중드는 이에게 두루마리를 받아들고 이사야서를 찾아 봉독하셨다. 그리고 다시 두루마리를 시중드는 이에게 돌려주고 당신 자리에 와서 앉으시자, 모든 사람의 눈이 그분에게로 쏠리게 되었다. 바로 그때 그분께서는 그들을 둘러보시며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한 말씀을 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예수님은 그 옛날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했던 말씀을 당신이 머무시는 그 시간과 그곳으로 가져오셨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그 옛날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그리고 지금 이 시간으로(Hic et Nunc) 끊임없이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말씀은 더 이상 과거라는 무덤에 갇히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와 지금 여기에 살아 있게 된다. 이것을 도와주는 구체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성독 수행이다.

기도를 동반한 성경 독서를 통해서 한 말씀을 선택하고, 그 한 말씀을 온종일 되뇌다 보면, 그 말씀의 깊은 영적 의미가 불현듯 떠오르기도 한다. 때로는 그 말씀이 우리 내면 깊이 다가와 그 옛날 사막 교부들이 체험했듯이, 우리 마음 안에 뜨거움과 통회의 눈물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로써 그 말씀은 2000년 전의 죽은 말씀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주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선포하시는 살아 계신 말씀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렉시오 디비나(성독) 수행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덧 말씀과의 인격적인 만남도 가능하게 된다. 그때 우리는 더 이상 삶과 영성이 분리되지 않고, 일상 안에서 말씀과 함께 말씀 안에서 살아가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 성경을 읽고 묵상할 때, 우리는 끊임없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말씀을 우리가 현재 머물고 있는 지금 그리고 이곳으로 가져와야 한다.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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