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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세트 1인분 주문하니 일회용기 7개

배보다 큰 배꼽 ‘과대포장’ 심각… 하루에 일회용품 2000만 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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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1 발행 [1529호]
▲ 기자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한 음식. 크고 작은 일회용기 7개에 음식이 담겨 있다.



여유로운 어느 주말 오전.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가끔 이용하는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어떤 메뉴를 주문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은 삼겹살 1인분 세트. 고기에 찌개와 밥, 장아찌류가 포함된 알찬 구성이었다. 음식을 주문했다. 주문할 때 일회용 수저와 포크는 받지 않는 것으로 선택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보려는 나름의 시도였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에 동참하는 듯했다.

주문하고 30여 분이 지나 음식이 도착했다. 그리고 건네받은 건 비닐봉지에 담긴 일회용기들이었다. 크고 작은 일회용기 7개와 작은 일회용기들을 덮을 수 있는 플라스틱 뚜껑 2개, 큰 일회용기들을 밀봉하는 비닐까지. 포장이 과하다는 느낌이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보려고 일회용 수저와 포크를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국 그보다 더 많은 일회용기를 받게 됐다. 이 정도면 “배달용기를 샀더니 음식이 따라오네?”라는 풍자가 과장이 어니다. 음식을 먹고 나니 이번에는 포장비닐을 포함한 일회용기들을 처리하는 문제가 남았다. 음식물을 처리한 뒤 분리수거를 위해 일회용기들을 들고 내려가 보니 이미 그곳에는 먼저 버려진 일회용기들이 가득했다.

배달어플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서도 기자처럼 일회용품 사용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직장인 A(서울 광진구, 33)씨는 “용기부터 젓가락, 숟가락, 비닐봉지, 물티슈 등 일회용품이 아닌 것이 없다”며 “일회용품이 많아 잘 안 쓰려고 하지만 자주 모임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그릇을 수거해가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B(서울 종로구, 32)씨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다 보면 일회용품도 많고 포장도 과하게 돼 있는 것 같다”며 “그냥 버리기에는 마음이 불편해서 씻어서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데 씻으면서 또 한 번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배달음식시장 규모는 20조 원. 이 중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3조 원을 차지한다. 맛집에서부터 심지어 편의점 음식까지. 터치 몇 번이면 문 앞까지 배달된다. 간단하고 빠른 데다 맛있는 음식까지. 삶은 편리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늘어나는 일회용품 사용량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에 2000만 개 정도의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매년 성장할 것으로 보여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일회용품 사용량은 급증할 전망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측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자가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주문 시 일회용 수저와 포크 사용을 가능한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친환경 용기도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애플리케이션에서도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단체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8월 12일부터 25일까지 일회용품 거절하기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나 전화로 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품을 꼭 거절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배달 애플리케이션 고객센터에 일회용품이 아닌 재사용 용기를 선택할 권리를 요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캠페인이었다. 환경단체들은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일회용품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친환경 용기가 일회용품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다회용 그릇을 사용하자니 그릇 회수를 위한 인건비가 부담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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