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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처음입니다만] (23) 제병은 어떻게 만드나요

[성당에 처음입니다만] (23) 제병은 어떻게 만드나요

성체로 축성될 순수한 밀빵 ‘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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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8 발행 [1527호]

▲ 성찬례에 사용할 빵인 제병은 순수한 밀가루와 깨끗한 생수로 반죽해 구워서 만든다. 가르멜여자수도회 수도자가 제병을 만들고 있다.




나처음 : 언해랑 함께 몇 차례 주일 미사에 참여하다 보니 신부님께서 미사 때 신자들에게 건네주시는 동그란 과자가 ‘성체’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솔직히 아직 그 성체 안에 예수님이 실제로 계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죄송해요. 그런데 신부님! 성체를 왜 납작하게 만들죠. 그 안에 예수님께서 계신다면 엄청 답답하게 눌려 있을 것 같아요. 카스텔라처럼 부드럽게 만들면 예수님께서도 그 안에서 좀더 편안하게 계실 듯한데 그렇게 할 순 없나요.


 
조언해 : 야! 나처음. 성체를 카스텔라처럼 만들면 수백 명이 그것을 영하려면 얼마나 양이 많겠니. 한 조각씩 나눠준다고 해도 미사 때마다 수십 상자의 카스텔라가 소비되겠다. 또 한 조각씩 부스러기 없이 조심스럽게 나눠주려면 미사 시간이 얼마나 길어지겠니. 도대체 말이야 방귀야. 신부님, 말이 나온 김에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제병은 어떻게 만드나요.



라파엘 신부 : 하하하! 언해가 미사 시간이 길어질까 열 받은 모양이구나. 미사가 늘어지는 게 싫지! 오늘은 처음이가 궁금해하는 동그란 빵에 관해 이야기해야겠구나. 처음이 말처럼 주례 사제가 미사 중에 축성한 빵을 ‘성체’라고 해. 또 축성된 포도주를 ‘성혈’이라고 하지. 하지만 축성되기 전에는 성체가 아니란다. 축성되기 전의 빵을 ‘제병’(祭餠)이라고 불러. 말 그대로 제사 때 사용할 떡(빵)이라는 뜻이지.
 

제병은 라틴말로 ‘호스티아(Hostia)’라고 해. 우리말로 번역하면 ‘희생 제물’이란 뜻이야. ‘제사에 봉헌된 희생 제물’이라고 표현하는 게 좀더 구체적이겠지. 하느님께 바쳐질 제사의 봉헌물은 먼저 죽임을 당하고 희생되어야 한다는 종교적 의미가 포함돼 있지. 그럼 희생 제물은 누구겠니. 바로 ‘예수님’이시지.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희생 제물(에페 5,2)이라고 고백하고 있단다. 밀을 빻고, 포도를 으깨야 빵과 포도주를 만들 수 있듯 인간이 구원받기 위해선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신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이 필요한 거란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만찬 때 누룩이 안 든 빵과 포도주를 축복하시면서 ‘이는 내 몸이요 피’라고 하시면서 ‘이를 행하라’고 명하셨지. 교회는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주님의 잔치인 미사를 거행할 때 빵과 포도주를 물과 함께 써 오고 있는 거야.
 

그런데 미사 때 사용하는 빵과 포도주는 아무렇게나 만들어선 안 돼. 성찬례 거행에 쓰일 빵인 제병은 반드시 순수하게 밀가루로 만든 신선한 것이어야 해. 누룩이나 쌀가루, 콩가루 등 그 어떤 첨가물도 섞으면 안 돼. 또 제병을 만들 때는 순수한 자연수로 밀가루를 반죽해야 해. 차고 건조한 방에 보관된 가장 신선하고 품질이 좋은 밀가루에 깨끗한 생수로 반죽해 성찬례 빵을 만드는 것이지. 바로 예수님의 몸이 될 거룩한 빵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제병은 반드시 불에 구워야 해. 밀가루 반죽이 그대로 굳어지거나 햇빛에 말리거나 시루에 찌거나 하면 절대 안 돼. 한때 한국 교회에서 성찬례 빵을 ‘면병’(麵餠)이라 했는데 이는 ‘찐빵’을 뜻해. 요즘에는 쓰지 않는단다. 제병은 또 썩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해. 썩으면 이미 빵이 아니잖니. 그래서 통상 제병을 만든 지 보름, 아무리 길어도 1개월을 넘지 말라고 권고한단다. 한국 교회에서는 가르멜여자수도원을 비롯한 몇몇 봉쇄 관상 수도원에서 제병을 만들지. 가르멜회 수녀님들의 얘기로는 과거에는 숯불(1940년대)이나 연탄불(1960년대)에 구워 일일이 칼로 잘라 제병을 만들었대. 요즘은 자동화된 기계를 사용한단다.
 

성찬례에 사용할 포도주 역시 첨가물이 없는 순수한 포도주여야 해. 곡주나 과실주, 화학주는 모두 사용해서는 안 돼. 또 다 익은 포도에서 짜낸 것이어야 해. 덜 익은 포도즙은 술이 아니기 때문이야. 또 신선해야 해. 포도주가 발효돼 초(醋)가 되어선 안돼. 그래서 교회가 미사주로 엄격히 관리하는 포도주를 사용해야 한단다. 한국 교회에서도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의 엄격한 규정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사들의 품질 관리하에 미사주가 생산되고 있단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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