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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정폭력, 다문화 가정만의 문제 아니다

[사설] 가정폭력, 다문화 가정만의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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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1 발행 [1524호]


최근 베트남 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엄마가 아빠에게 맞는 모습을 본 영상 속 어린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울음만 터트렸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결혼이주여성 920명 중 절반가량(387명)이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2007~2017년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결혼이주여성은 19명에 이른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는 결혼이주여성만이 아니다. 국적을 불문하고 여성들이 가정 안에서 매를 맞는다. 아내만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아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의 사례에서 보듯이 남성도 곧잘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아동 학대도 심각하다. 지난해 아동 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동이 38명에 이른다. 경찰청은 2017년 기준 가족 간 살인사건은 전체 살인사건의 34%로, 타인에 의한 살인(15.7%)의 두 배가 넘었다고 발표했다.

생명과 사랑의 보금자리여야 하는 가정이 폭력과 학대로 제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일부 현상이라고 치부할 일이 절대로 아니다. 폭력은 생명을 거스르는 죽음의 문화다. 인간이 자신의 편리함과 이기심, 분노, 증오에 저항하지 않으면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마음이 가정 안으로 깊숙이 침투한다.

가정에 죽음의 문화인 폭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기심과 분노, 증오의 감정이 아니라 사랑과 배려, 존중의 문화를 가정 안에서 가꾸어 가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스도인 가정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십자가를 통해 증오와 분노 너머에 있는 용서와 화해,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8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제9차 세계가정대회에서 “가정이 교회와 세상의 희망”이라며 “그리스도인 가정들이 가정의 가치가 무너져가는 현대 사회에서 ‘희망의 등불’이 되라고 촉구했다.

이 세상에 ‘맞아도 되는’ ‘맞을만한 짓을 한’ 아내, 아이, 남편은 그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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