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우리농 25주년 특별 좌담] 도시와 농촌이 삶을 나누는 미래, 교회가 이끌어야

[우리농 25주년 특별 좌담] 도시와 농촌이 삶을 나누는 미래, 교회가 이끌어야

Home > 기획특집 > 일반기사
2019.07.21 발행 [1524호]
▲ 김인한 신부(전국 우리농 상임본부장), 정한길(가톨릭농민회장), 유영훈(서울 우리농본부 감사), 이성남(도시생활공동체협의회장), 백광진 신부(서울대교구 우리농 본부장)


가톨릭교회의 대표적인 도농운동인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지난 6월 29일로 2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농민들과 함께하며 생명농업의 미래를 고민해 왔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특별좌담을 마련했다. 13일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본사에서 열린 이번 좌담에는 전국 우리농 상임본부장 김인한 신부, 정한길(베네딕토) 가톨릭농민회장, 유영훈(요한 사도) 서울 우리농본부 감사, 이성남(클라라) 전국 도시생활공동체협의회장, 서울대교구 우리농 본부장 백광진 신부 등 5명이 참석했다. 진행=이상도 기자



-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시작한지 올해로 25년이 됐습니다. 교회나 우리 사회에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얼마나 정착됐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김인한 신부(이하 김) : “처음보다 많이 확산됐지만 교회 안에서 이 운동에 대한 인식이라든지 공유하는 부분들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교회 안에서 뿌리내린 열매들도 충분히 있지만 아직은 확산해 가는 청년기입니다.”

정한길 회장(이하 정) : “처음 출범할 때 한시적으로 10년을 하기로 했는데 25년 됐으니 고마운 일입니다. 15개 교구 중에 잘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습니다. 욕심을 좀 낸다면 하느님 사업을 내 일로 받아들여서 전 교구가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영훈 감사(이하 유) : “25년이 됐다고 하니 감개무량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쉽지 않은 일이라서 항구하게 일을 실천해야 한다’는 당부를 주신 것이 생각납니다.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할 일입니다.”

이성남 회장(이하 이) : “전국의 우리농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생활 공동체가 200여 개, 활동가는 2000여 명 되는데 어느 정도 정착되어 가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백광진 신부(이하 백) : “농촌 공동체가 시혜 대상이 아니라 그야말로 함께 상생해야 할 동반자이고 함께해야 할 이웃이라는 점에서 도시 공동체는 농촌 공동체에 대해 좀 더 시각을 달리해서 바라봐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초심(初心)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유 : “가톨릭농민회 사무국장으로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제안문을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1993년 12월 12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 명동성당에서 평협 주관으로 나라를 위한 기도회가 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고 그 자리에서 추기경님 강론 말씀을 듣고 제가 우리농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때 추기경님께서 ‘농촌을 잃으면 고향을 잃고 농촌이 망하면 우리 자신이 망하는 것과 같다. 농촌이 어렵지만 우리가 뜻을 모으면 개방화 시대에 좌절하지 말고 우리 국민 모두가 농민과 함께 마음을 모으면 살려낼 수 있으니 용기를 내자’고 당부하셨습니다. 또 ‘이 시기에만 농촌을 사랑하는 마음이 뜨거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항구하길 바란다. 그래야 일이 제대로 의미를 발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농업, 농민, 농촌의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이 우리농운동의 초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그 정신은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 “우리농운동이 교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생태 영성 성찰을 하는 거점이 됐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우리농운동은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실제로 작년에 제가 세계농민총연맹에 갔을 때 전 세계의 많은 가톨릭 농민들이 한국의 우리농 모델을 굉장히 놀라워했습니다. 한 분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농촌과 연결돼 있다는 것은 생각도 해본 적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현대에 벌어지는 많은 문제들로 인해 공동체가 파괴되는 현상들이 있는데 저는 우리농 운동을 마지막 보루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에는 이런 게 없습니다. 다만 제도 교회 안에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저 같은 사제들이 이 운동을 확산하는 데 부족함이 있습니다.”


▲ 우리농운동 25주년 기념 농민주일 특별 좌담 참석자들이 13일 가톨릭평화신문·평화방송 9층 평화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농산물 직거래는 농협 같은 곳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농협 등 다른 곳에서 하는 직거래와 우리농이 하고 있는 직거래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김: “우리농은 생산자, 소비자라는 말을 원래 안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건 물건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관계의 개념들을 가지고 있고 또한 교회에서 하는 운동이라 생태 영성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가톨릭 개념으로 통공되어 있나, 서로 성장해 가는가, 서로에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그 지향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추구하는 농촌 공동체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정 : “농촌에서는 분회가 기초 공동체입니다. 개인 회원들은 삶 자체를 하느님 닮은 꼴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일용한 양식을 생산하는 주체이기도 하고, 땅을 지키고 살리는 일을 하고 종자를 지키고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경관 생태를 지키는 일꾼들입니다. 총회에서 결정된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매월 모여서 생활 나누기, 교육, 행사를 합니다. 그분들이 지역 농업과 농경 활동까지 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이 잘 나눠서 생활가짐, 삶까지 나눌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 도시 생활공동체 활동가 입장에서 우리농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운동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운동 형태로 다른 곳에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농운동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이 : “저희 일은 교회에서 시작한 일이고 신앙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단순한 소비활동이 아니라 생활실천운동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농민들께서는 생명농업을 하시고 저희 활동가들은 그것을 생활실천운동과 함께 물품을 나눕니다. 저희는 물건을 판다고 하지 않고 물품을 나눈다고 합니다. 나눔을 통해서 농민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른 생협 단체와 다르다고 봅니다.”



-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유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농산물 유통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또 개선할 점은 없는지요

백 : “제일 중요한 일이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곳들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주로 본당 나눔터와 직영 나눔터, 협동조합 나눔터 그리고 개인 회원들에게 물품을 나눕니다. 최근에는 공공급식과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 등에도 납품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우리농이 송파구와 친환경 급식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앞으로 3년 동안 안동교구와 함께합니다. 조금 더 노력해서 농민들이 생산하는 생명의 먹을거리들이 더 많은 곳에 갈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교회가 나눔 운동에 구체적으로 관여하고 함께하는 것을 드러낼 수 있으면 좀 더 안정적인 분위기로 생산하고 분배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전국 도시 생활공동체협의회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 : “지속 가능한 생명농업 실천을 위한 생명 농산물 확대라는 실천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주교구에서는 유기농으로 어렵게 사과 농사를 짓는 분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거래 나눔은 이 원주교구의 사과부터 전국적으로 나눔을 하는 것입니다. 어렵게 농사짓는 그분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도움을 드리는 것입니다. 최근 토종 종자들이 거의 외국 거대기업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래서 토종 종자를 지키는 농민이 있고 토종 종자로 농사를 지으면 그것을 우선해서 나누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에서 시작된 ‘즐거운 불편 운동’ 확산을 위해 나눔터 안에서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기, 비닐봉지 사용하지 말기도 실천 과제입니다.”



- 우리농운동은 도시와 농촌이 두 수레바퀴처럼 되어야 굴러갈 수 있습니다. 서울대교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겠군요.

백 : “서울대교구에는 우리농 활동가들이 각 본당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우리농 생활공동체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생태사도직 활동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도시와 농촌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찬미받으소서」에서 교황님도 소농, 가족농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씀하셨습니다. 도시와 농촌이 생태 환경뿐 아니라 문화, 사회 부분에서도 연대를 통해 일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신앙화, 영성화 하는 작업들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최근 양파와 마늘값 폭락에다 감자,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주 52시간, 최저임금제 등으로 농촌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식량주권, 농업종자, 식량자급 문제, GMO문제, 기후변화와 재해 빈발 등 다른 요인들도 농촌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농운동이 초심을 잃지 않고 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유 : “가톨릭 신앙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신앙과 생활이 일치되어서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신앙, 영성적으로 우리농운동을 심화하는 작업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해야 합니다. 농촌이 공동화되어 가고 있고 노령화되어서 농촌 마을이 텅텅 비어 가는 상황입니다. 얼핏 보면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농촌을 다니다 보면 여전히 농업을 매개로 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려는 우리농 일꾼이 있고 농민도 있습니다. 교회가 희망을 북돋우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농운동 25주년을 맞아 교회와 신자, 그리고 우리 사회에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 : “칠팔십 노인들이 남아서 농촌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농운동이 25년을 경과하면서 활동가들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고 우리농운동도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새 활동가가 들어와야 우리농운동도 새롭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인력 양성 문제, 활동가 발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 : “생명 쌀 등에 대한 수매 능력이 별로 없습니다. 각 교구에서 약정 운동을 통해 소비자 동참을 유도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동참을 확대하는 것이 또 다른 과제입니다.”

이 : “교회 안에서 시작하고 교회 안에서 하다 보니 신부님이 바뀔 때마다 분위기에 좌지우지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20년 이상 활동하는 활동가도 소중하지만 새로운 활동가가 들어와 확산돼야 합니다.”

김 : “농민 주일에 농민이 없습니다. 이상한 주일입니다. 농민들이 귀히 대접도 안 받습니다. 농민은 우리를 있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우리농운동은 경쟁과 파괴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교회답게 만드는 운동입니다. 이런 것은 교회만 하고 있고 교회만 가능합니다.”

백 : “농민, 농촌은 그야말로 우리 모두의 고향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건 근본을 잊은 것입니다. 농민들과 농촌을 구체적으로 신앙의 눈으로 보고, 식탁 자체가 주님의 성찬을 차려내는 생명의 식탁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정리=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장현민 기자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