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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사회교리] (29)모든 이를 위한 모든 재화

[교부들의 사회교리] (29)모든 이를 위한 모든 재화

독점·독식 아닌 나눔과 절제를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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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발행 [1523호]
▲ 최원오 교수



“이성적 존재로 창조된 여러분은 신적인 것을 설명하고 해석할 수 있는 지성을 받았으니 잠시 지나가는 것들에 정신을 빼앗기지 마십시오. 주님을 결코 저버리지 않는 것들을 얻으려 애쓰십시오. 절제하며 사십시오.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여기지 말고,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부를 떼어 두십시오. 모든 것은 우리의 공동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자손이며 모두 형제자매입니다. 형제자매들에게 가장 좋고 가장 공평한 것은 똑같은 몫으로 상속받는 것입니다. 차선책은, 한두 명이 더 큰 몫을 갖게 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끼리는 제 몫을 나누어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전부를 독점하려 들면서 형제자매들에게는 삼 분의 일 또는 오분의 일도 주지 않으려 한다면, 그는 잔인한 폭군이며, 아무도 상종 못 할 야만인이고, 먹이를 악물고서 나누려 하지 않는 게걸스러운 야수입니다. 그는 짐승보다도 더 무자비합니다. 늑대도 다른 늑대를 먹이에서 쫓아내지 않으며, 개 무리도 죽은 고기를 함께 뜯는데, 이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으로 같은 인간이 자기 부를 함께 나누도록 허락하지 않습니다.”(니사의 그레고리우스, 「사랑해야 하는 가난한 이들」 1,15)



카파도키아 삼총사의 사회적 연대의식

니사의 그레고리우스(335~394)는 대 바실리우스의 동생이다. 10남매 가운데 삼 형제가 주교였고(바실리우스, 그레고리우스, 페트루스), 할머니와 어머니와 누나 마크리나도 성인으로 공경받고 있다.

그레고리우스는 형 바실리우스를 ‘아버지와 스승’으로 존경하고 따랐다. 독서직을 받았지만 얼마 뒤 한 여인과 결혼했다. 그러나 형 바실리우스 주교는 그를 다시 교회의 사람으로 이끌었다. 바실리우스는 카파도키아 지방에 정통 신앙을 확산시키려고 니사에 새로운 주교좌를 만들어 그레고리우스를 그곳 주교로 임명했다. 행정과 회계 업무에 미숙했던 그레고리우스는 아리우스파의 농간에 면직당하기도 했지만,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381년)에서 정통 교리의 기둥으로 우뚝 섰다.

그는 형 바실리우스의 사회적 가르침을 고스란히 물려받았고,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와도 깊은 우정으로 사회적 연대의식을 공유했다. 예컨대 그레고리우스가 쓴 「이자놀이꾼 반박」은 바실리우스가 남긴 「고리대금업자 반박」에 기댄 것이며, 여기 소개하는 「사랑해야 하는 가난한 이들」은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의 연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과 그 결이 같다.



사회정의를 실천한 참된 관상가

니사의 그레고리우스는 영성신학에서 큰 대접을 받는다. 인간 영혼이 하느님과 하나 되는 관상의 길을 모색하는 신비신학의 탁월한 거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참된 관상가는 민중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한 채 천상 황홀경을 갈망하면서 개인의 완덕만을 추구하던 창백한 인물들과 거리가 멀다. 그는 모든 인간 안에 깃든 하느님의 존엄과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인간답고 정의로운 삶에 관해서도 치열하게 성찰했다.

이 세상 모든 재화는 공동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것이니, 독점과 포식을 포기하고 나눔과 절제를 마땅히 실천해야 한다는 이 가르침은 그레고리우스 교부가 관상의 여정에서 찾아낸 복음의 진리이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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