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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의 자리·영혼의 쉼터… 유럽 수도원 영성을 찾아서

섬김의 자리·영혼의 쉼터… 유럽 수도원 영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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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7 발행 [1522호]

유럽 수도원 순례기가 최근 잇따라 출시됐다. 수도원은 ‘섬김의 자리’이기에 겸손의 영성이, ‘영혼의 쉼터’이기에 환대의 영성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래서 관상과 자급자족이라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으로 하느님만을 찾는 삶의 자리인 수도원은 그 자체로 복음을 증거하는 선교의 일선이다. 유럽 수도원 순례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최근 출시된 책들을 소개한다.



수비아코 장미 / 글 이정원·사진 김치삼 / 들숨날숨 / 2만 원

중견 수필가 이정원(체칠리아)씨가 펴낸 이탈리아와 독일의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 순례기다.  
 

저자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봉헌회원으로 지난해 종신봉헌을 앞두고 봉헌회 12기 종신봉헌자들과 함께 자신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순례에 나섰다.
 

길 위에서 완덕에 이르기 위해 맨몸으로 가시 돋친 장미밭에 몸을 던진 베네딕토를 만났고, 그의 수도 규칙을 삶의 잣대로 삼아 생활로써 하느님을 증거하고 있는 수도자들을 대면했다. 이 만남을 통해 하느님과 인간, 인간 사이의 ‘친교’의 내밀함을 깨달은 저자는 자신을 내어놓은 봉헌의 삶이 하느님께로 가는 원천이라고 고백한다.
 

저자의 고백문 같은 이 책은 순례를 동행한 김치삼(알렉산델) 수사의 사진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40여 년을 수도원 기록 사진가로 활동해온 김 수사는 100장이 넘는 사진을 수록, 순례지 현장으로 생생하게 안내한다.
 

수도자의 삶은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종을 목표로 한다. 예수님처럼 모두의 종이 되어 주님과 이웃을 겸손히 섬길 때 참된 수도자가 될 수 있다. 수도자는 아니지만, 평신도 그리스도인으로서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에 따라 세상살이를 하겠다는 봉헌자들의 삶의 태도도 수도자와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이 순례기를 통해 섬김의 삶을 누릴 때가 찼다고 말한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베네딕도회 수도원 순례자를 위한 독보적인 안내서다.

 



라 베르나 / 묵상글·사진 임창준 / 시 고계영 / 프란치스코출판사 / 1만 4000원 


치과 전문의이며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창준(프란치스코, 전 단국대 치대) 교수가 프란치스코 성인의 회심과 관상의 길을 순례하며 펴낸 사진 묵상집이다.
 

라 베르나(La Verna)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고향인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북쪽으로 약 120㎞ 떨어져 있는 아펜니노 산맥의 해발 1100m 고지에 있는 유서 깊은 수도원이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이곳에서 관상 중에 주님의 오상을 받았다. 그래서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은 이곳을 ‘갈바리아’ 곧 골고타로 부른다.
 

저자는 작은형제회 관상기도 모임을 하면서 프란치스코 영성을 체현해 왔다. 그러다 라 베르나 동굴에서 깊은 신비 체험을 한 후 “하느님, 당신은 고요이시나이다”라고 고백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깨달음을 알고싶어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정 여정을 시작했다.
 

저자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잠들어 있는 아시시 프란치스코 대성당을 시작으로 성인의 생가, 성인이 가장 사랑했던 첫 수도원이자 그의 임종지인 포르치운쿨라, 관상 기도처인 라 베르나 등을 순례하며 새롭게 뜨인 영의 눈으로 사진을 담았다. 저자는 파인더를 통해 만난 자연과 사람, 프란치스코 성인과 하느님을 직관하면서 “시공합일을 통해 영혼은 그 속에서 무(無)이신 하느님을 만났다”고 고백한다.  
 

우리나라에서 라 베르나 수도원을 주제로 책이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쉽게 방문할 수 없는 라 베르나 수도원의 삶과 풍광을 담은 이 사진 묵상집을 통해 프란치스코 성인의 시선으로 순례할 수 있다.
 
 



묵상 - 건축가 승효상의 수도원 순례 / 승효상 지음 / 돌베개 / 2만 8000원 


건축가 승효상은 수도원을 “세상의 경계 밖으로 스스로 추방당한 자들의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수도자들은 허용된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수도원을 지었고, 이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건축이 됐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건축가로서의 안목뿐 아니라 독실한 그리스도인으로서 구도자의 마음으로 자연 안에서 하느님과 호흡하는 수도자들의 삶의 자리를 읽어낸다. 그러면서 저자는 “빛과 침묵이 빚어낸 공간, 수도원 그곳에서 삶의 진리와 평화를 마주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5년 전 ‘동숭학당’을 꾸려 해마다 여름이면 해외 답사를 다니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간’을 주제로 열흘간 2500㎞에 걸쳐 이탈리아, 프랑스 일대 수도원과 성당 등 교회 건축물을 둘러봤다. 서방 교회 수도생활의 아버지인 베네딕토 성인의 첫 은수지인 이탈리아 수비아코를 출발해 프란치스코회의 모원이 있는 아시시, 트라피스트 체르토사 수도원, 르 토로네 수도원 등을 순례했다.
 

저자는 신학자와 목회자를 꿈꾼 건축가이다. 그는 이번 수도원 순례를 통해 건축과 영성이라는 근원적 물음에 관해 고민하고 수도자처럼 묵상으로 그 답을 찾으려 한다.
 

저자는 짧은 순례 기간이었지만 “고요와 영성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수도원은 ‘진실의 건축’ ‘‘빈자의 미학’”이라고 고백한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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