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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아프리카 디지털 르네상스, 한국 복합 전략 시험할 때(설지인, 마리아 막달레나, 아프리카개발은행 개발금융 전문가)

[시사진단] 아프리카 디지털 르네상스, 한국 복합 전략 시험할 때(설지인, 마리아 막달레나, 아프리카개발은행 개발금융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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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7 발행 [1522호]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서 IT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수는 일주일 단위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추정된 102개 중 27개가 곧 문을 닫았으니 당시 26%의 실패율을 보였다. 이는 2000년대 미국 실패율 60.6% 대비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는 2016년 314개, 2017년 442개로 급증했고, 이들 대부분은 전년 대비 53% 더 많은 자금을 확보했다.

아프리카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디지털 기반 서비스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프리카 모바일 이용자들은 현지에서 개발된 앱을 더 많이 다운로드하고, 현지 서비스를 사용한다. 이는 농업, 광업 등에서 노하우가 외부에서 들어온 것과 확연히 다른 현상이다. 이 생태계를 파악한 오랑주, MTN, 보다폰 등의 통신사와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은 다양한 지원으로 미지의 시장을 흔들어 깨울 IT 스타트업과 큰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물론 이 인큐베이터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17년 4월 조사 당시 아프리카 전체 대륙에서 외부 지원 없이도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는 곳은 딱 한군데였다. 벤처캐피털 투자를 이끌어내는 곳도 아직 별로 없다. 인큐베이터의 목표가 시장 환경과 부합하지 않아 무수한 곳이 문을 닫는다. 스타트업의 단계에 따라 섬세한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 많은 프로그램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 경험과 역량을 갖춘 트레이너가 부족하거니와 봉급을 주고 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장과 고용을 창출해 빈곤 문제를 해결할 기업과 기업인을 배출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에서 흔히 원조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프리카는 변화를 겪고 있는 경제 지역이다. 전 세계에서 도시화 속도가 가장 빠르며,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하나의 통합 시장으로 가고 있다. 디지털 부문은 2025년까지 대륙 전체 GDP의 10%를 차지할 것이며, 이미 금융, 유통, 전력, 의료, 교육 등의 산업을 바꾸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이-커머스 매출은 2010년부터 매년 2배 증가해 왔다. 주요 도시의 이름난 인큐베이터에는 십대 후반의 똑똑한 현지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

단연코 한국은 디지털 강국이고, ICT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자부심을 느끼는 이 지표가 사실 주로 인프라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디지털 경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논외로 하거니와, 이 인프라로 우리는 어떤 가치를 창조·확산하고 있고, 어떤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가?

한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경험이 미숙하다. 반면 유럽은 아프리카와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상당히 가깝다. 한국은 아프리카에 상당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기술 외교에 관심 있는 프랑스, 덴마크, 영국 등과의 공동 사업으로 그들의 노하우를 흡수하고, 유럽과 아프리카 두 시장을 동시에 공약하며, 유럽 국가들과 외교적 끈을 다각화하는 한편, 아프리카 대륙에도 미칠 수 있는 국제사회의 가치와 표준 설정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한국의 대외 전략은 늘 그물망처럼 복합적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프리카의 디지털 르네상스는 한국이 세계에서 인간을 위한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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