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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3) 파리의 딜릴리 (Dilili in Paris, 2018)

[영화의 향기 with CaFF] (23) 파리의 딜릴리 (Dilili in Paris, 2018)

소녀의 눈으로 본 파리 황금기의 부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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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3 발행 [1520호]

▲ 영화 '파리의 딜릴리' 포스터.


사람의 마음속에는 작은 고향이 몇 군데쯤 있는 것 같다. 아련한 실제 고향도 있지만, 만화나 영화를 통해 간직하고 있는 예술적 고향도 있다. 들장미소녀 캔디와 은하철도 999, 집으로, 포카혼타스, 라푼젤, 모아나 등 어디에나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슬기롭게 이겨내고 맑게 웃는 고향들이 있다. 이 고향들은 우리의 내면에서 삶을 정화하는 샘이 되어 흐른다.

‘파리의 딜릴리’는 키리쿠와 마녀, 아주르와 이스마르 등으로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감독 미쉘 오슬로의 작품이다. 프랑스의 ‘벨 에포크’(프랑스의 정치적 격동기가 끝나고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기간을 이르는 것으로 좋은 시대를 의미)라 불리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파리에서 어린 여자애들이 계속 유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회적으로 퍼지는 공포 속에 자신만을 지키려는 긴장이 퍼질 때 프랑스 식민지 뉴칼레도니아에서 밀항해온 고아 소녀 딜릴리와 프랑스 소년 배달부 오렐이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든다. 호기심 많고 엉뚱하지만 지혜로운 딜릴리를 오렐이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다.

▲ 영화 '파리의 딜릴리' 스틸컷.

영화는 사진에 애니메이션을 입혀서 파리의 명소인 에펠탑과 개선문, 광장, 골목길을 배경으로 담고 프랑스의 자랑인 피카소와 로댕, 모네, 르누아르 등 당대 최고 화가들과 퀴리 부인과 엠마 칼베, 까미유 끌로델 등 유명 여성들을 스치듯 보여주며 우리의 시선을 그 시대, 사람들 속으로 데려간다.

주제 역시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나 개인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보다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당시는 여성이 남편의 소유물로 간주되며 선거권도 없던 시대였다. 또 식민지에서 유색인들을 데려와 종으로 삼던 시대여서 찬란한 문화를 말하지만, 인권은 바닥 수준이었다. 딜릴리 역시 프랑스인 아빠와 아프리카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로 두 나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이다.

이 영화에서는 화려한 파리의 외관과 달리 차별과 악이 득세했던 시대가 지녔던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당당하고 용기 있는 유색인 여자아이와 선한 지향을 지닌 젊은이, 회개한 중년 남성, 의식 있는 여성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행동한다.

영화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시대 문제에 참여해야 하는 파트너로 초대하는 듯하다. ‘해와 비, 낮과 밤, 당신과 나, 남자와 여자, 이쪽과 저쪽, 부자와 거지, 왕과 도둑, 모든 이는 하나라네’라는 아이들의 춤과 노래가 신선하고 즐겁다.

미쉘 오슬로 감독은 이 영화가 아이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영화이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 시대에 산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참여를 요청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소중하다. 영화 ‘파리의 딜릴리’가 우리 마음속 또 하나의 고향이 되기를 희망한다.

▲ 손옥경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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