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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따로 마음 따로? 미사는 내 삶과 인격이 거룩하게 변화하는 시간

전례 따로 마음 따로? 미사는 내 삶과 인격이 거룩하게 변화하는 시간

미사의 소프트웨어 Ⅰ/ 정훈 신부 지음/ 기쁜 소식/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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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발행 [1519호]
▲ 「미사의 소프트웨어 Ⅰ」를 펴낸 정훈 신부는 “많은 신자가 ‘내가 예수가 되는 신비’를 체험하는 미사를 통해 성스럽게 변화된 삶을 살길 바란다”고 전했다.



‘미사가 몇 시에 끝날까?’, ‘엇, 성체 모시러 나가야지!’, ‘근데 이따 집에 가서 뭘 먹지?’

제대를 향한 나는 오늘도 딴 생각이다. 어쩔 수 없이 몰려오는 잡생각을 마구 탓하기도 어렵지만, 그러는 사이 우린 사실상 미사에 ‘몸뚱이’만 참여하는지 모른다. 제대 위에서 성체를 거양하는 사제의 모습을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기만 하거나, 숙지가 안 된 복음과 독서를 귓전에서 떠나보내는 것도 자연스럽게 돼버렸다. 어느새 우린 성전에 잠깐 세웠다 가는 공회전 차량처럼 ‘전례 따로 마음 따로’ 미사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어떻게,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미사에 참여해야 하는지 자세히 펼친 「미사의 소프트웨어 Ⅰ」의 저자 정훈(서울대교구) 신부는 “미사는 한 마디로 ‘나를 예수로 만드는 일’”이라며 적극적인 사고를 강조한다. 예수님과 내가 바뀌는 십자가 사건을 미사 시작 때부터 끝까지 마음 깊이 느끼며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미사의 손님’이 아니라,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정성 어린 마음이 ‘내가 예수님이 되는 미사’의 시작인 셈이다. 사제생활 약 30년 동안 10여 권의 신앙서적을 펴내온 정 신부는 현재 투병 중임에도 집필에 몰두해 책을 재발간해냈다. 신자들이 미사의 거룩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성(聖)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미사 때 축성된 빵과 포도주는 예수님 몸과 피이자, 곧 나 자신입니다. 내 몸과 껍데기는 아래에 있지만, 내 인격이 미사 제물로 함께 봉헌돼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미천한 나를 성체와 성혈로 성스럽게 변화시켜 주시는 일. 이것이 ‘미사의 은총’입니다.”

컴퓨터 용어에 비유하자면, 미사는 가톨릭교회가 지닌 ‘최고의 하드웨어’다. 우리는 이에 맞갖은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미사의 은총을 100% 내려받아 예수님 닮은 삶으로 운용할 수 있다. 이는 미사 시작 때 십자성호를 긋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 위해 정 신부는 미사 때 ‘오감’, 즉 영적 감수성을 적극 활용하라고 강조한다. 성호를 그을 때 나도 ‘아! 나를 만들어주신 바로 그분이구나!’ 하고 머릿속으로 거룩한 생각을 함께 떠올릴 줄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마음속으로 ‘나를 만드시고 구원하시고 이끄시는 분의 이름으로 예수가 되고 싶습니다’ 하는 신앙적 소신까지 담는다면 습관적 분심(分心)이 들 자리는 없을 것이다.

고백기도 중 ‘제 탓이오’를 외칠 때에도 마치 심장을 도려내듯 전의를 불태우며 죄를 섬멸하려는 의지를 지녀야 한다. 또 사제가 “아버지께서는 모든 거룩함의 샘이시옵니다”라고 감사기도를 할 때엔 나도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느끼고, 성체가 거양될 때에도 예수님 모습만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 있는 나, 내 안에 오신 예수님을 떠올려야 한다는 것이 정 신부가 말하는 ‘미사의 필수 소프트웨어’들이다.

정 신부 말대로 미사란 ‘인내심으로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내 삶과 인격이 거룩하게 변화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날 복음과 독서, 강론 말씀을 내 삶과 연결지으며 받아 써보기도 하고 ‘예수님 닮아 살겠다’는 다짐을 미사 때 끊임없이 되뇌는 등 훈련이 수반돼야 미사의 참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미사의 참맛은 내가 예수님이 되는 신비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미사를 통해 내가 예수로 살아가야 하고, 박해받아야 하며, 죽어야 함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야 현실의 고통들도 십자가로 변하고, 일상에서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것도 가능해지죠. 영성체 때 예수로 변한 나를 받아모시는 체험, 기도가 지닌 맛과 향을 느끼고, 거룩하게 변화된 내가 예수로 파견되는 경험으로 나를 업그레이드 합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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