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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서울과 지방의 상생선언(정석, 예로니모,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시사진단] 서울과 지방의 상생선언(정석, 예로니모,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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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9 발행 [1518호]


“서울은 홀로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지방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서울에 베풀었습니다. 서울과 지방은 공멸로 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상생의 미래를 열어야 합니다.”

지난 5월 22일 서울시청 대강당에서 박원순 시장과 용산, 성동, 양천, 광진, 서대문구청장이 함께 읽은 ‘서울과 지방의 상생을 위한 서울선언문’의 일부 내용이다. 이 자리에는 태백, 논산, 고창, 고령 등 전국 29개 단체장이 참석해 상생 협약식을 가졌다. 선언과 협약식이 이어지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서울과 지방이 사람과 정보와 물자를 주고받으며 상생협력의 선순환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하고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아닌가. 이 일에 나도 작으나마 역할을 했다는 게 뿌듯했다.

박원순 시장이 3선 서울시장으로 뽑힌 뒤 나는 ‘3선 서울시장의 세 가지 숙제’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10년 이상 시장으로 일하며 도시를 근본적으로 바꿔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 자이메 레르네르 꾸리찌바 시장의 예를 들은 뒤 10년 혁명으로 완수해야 할 세 가지 숙제로 ‘혁신의 체감’, ‘도심부 개혁’, ‘서울과 지방의 상생’을 주문했다. 임기 중 서울시민 100만 또는 200만 명을 지방에 돌려드린다는 각오로 서울청년들과 중장년들이 지방에 내려가 살고 일할 명분과 실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시장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작년 하반기부터 서울시는 지방과 상생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서울청년을 지방에 보내 일자리를 찾게 하는 ‘서울청년 지방탐험대’ 연구는 서울시 요청으로 우리 연구실에서 맡았다. 여러 번의 시장 주재 회의를 거쳐 올해 4월 ‘지역상생 종합계획’이 완성되었고 마침내 5월 22일 상생선언 및 협약식을 열었다.

오랜 개발시대를 보낸 뒤 우리는 지금 재생시대를 맞고 있다. 마을과 도시에서, 농산어촌 시골과 지방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편중’에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사람이 너무 많아 문제고, 지방의 시골과 원도심에는 사람이 없어 문제 아닌가. 1975년 31.5%였던 수도권 인구비율은 2017년 49.6%로 증가했고 올해 안에 5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에 다시 30만 호 신도시를 짓는다면 그곳을 채우느라 지방은 더욱더 비게 될 것이다.

도시재생과 지방재생의 성패는 결국 ‘상생’에 달려 있다. 서울과 지방의 문제들은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으로는 풀 수 없다. 지방이 살아야 수도권도 국토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해진다. 도시를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보자. 국토를 서로 이어진 한 몸 생명으로 본다면 재생시대인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명해질 것이다.

인구 감소로 소멸하여 가는 지방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일본 이시카와현 작은 마을 미코하라의 쌀을 교황청에 납품해 유명해진 혁신가 공무원 다카노 조센의 말을 귀담아듣자. “마을은 인체와 비슷하다. 쇠락한 마을을 내 왼손이라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할 것인가? 쇠락했으니 잘라내 버릴 건가? 제거하지 말고 다른 방법도 있다. 본래대로 되돌려 살리는 것이다. 피가 돌면 살아난다. 돈보다 교류다. 사람의 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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