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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 25주년 -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②생명의 쌀 공동 수매, 약정

[우리농 25주년 -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②생명의 쌀 공동 수매, 약정

우리농 쌀 약정·수매는 친환경 벼농사에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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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9 발행 [1518호]

▲ 양연모(왼쪽) 전 가톨릭농민회 함양분회장이 파종기에 발아 볍씨를 넣고, 그 곁에서 이웃 농민들이 복토를 돕고 있다.

▲ 지난 5월 원주교구 원동본당 대안리공소에서 이뤄진 우리농과 함께하는 손모내기 행사에 앞서 서울대교구 응암동본당 신자들이 써레질하고 있다.

▲ 가톨릭 농민들이 생산하는 ‘우리농 생명쌀’.



유기농 쌀 산지로 유명한 전남 함평 월호리

광주대교구에서도 유기농 쌀 산지로 유명한 전남 함평군 학교면 월호리. 그 넓은 들판에 자리 잡은 공동작업장에서 양연모(베드로, 68) 전 가톨릭농민회 광주대교구연합회 함평분회장은 10여 명의 이웃, 가족과 함께 모판 상자에 볍씨를 파종하는 중이었다. 유기농 약제로 살충ㆍ살균 처리한 흙을 모판에 깐 뒤 200g의 발아 볍씨를 뿌리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뿌려 복토하고, 그 모판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총 800개 모판에 파종을 끝냈다.

이제 만생종인 삼광ㆍ신동진 품종 볍씨가 모판에서 어느 정도 자라기를 기다렸다가 6월 10일 이후에 논 못자리에 옮겨 키우고 모내기를 하면 된다. 모내기를 했다고 해서 일이 다 끝난 게 아니다. 우렁이를 넣어 잡초를 제거하고, 물 조절을 해줘야 한다. 물론 우렁이만으로 잡초를 다 제거하지 못해 가끔은 김매기를 해줘야 한다. 수해나 병충해, 가뭄, 냉해, 태풍 등 천재지변을 만나면, 농사를 망칠 가능성도 높다.

월호리 농민들도 그런 경험을 했다. 1997년, 1998년에는 벼멸구가 특히 기승을 부려 유기농 벼 수확량이 반으로 줄고, 품질도 떨어졌다. 거의 폐농해야 할 지경이었다. 다행히 품질이 떨어진 그 쌀을 우리농에서 100% 수매해준 덕에 월호리 농민들은 생산비를 보충했고 다시금 힘을 내 유기농 벼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6농가에서 5㏊, 1만 5125평의 논에서 친환경 벼를 재배, 벼만 550∼600㎏을 생산했다. 1995년부터 함께 유기농 벼농사를 시작했던 15농가 중 9농가는 현재 유기농을 포기하고 무농약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이들 농가에서 다시 유기농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와 내년에는 15농가가 모두 30㏊, 9만 평의 논에서 친환경 벼농사를 하게 될 전망이다. 양 전 회장은 “사실 그동안 유기농업을 하느라 ‘너무너무’ 힘들었다”며 “벼멸구로 고생했던 그 해에 우리농에서 그 쌀을 수매해주지 않았다면 유기농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쌀 선수금, 우리농 운동의 든든한 기반

이처럼 ‘수매’는 생명쌀 생산의 관건이다. 그래서 광주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선 1998년 ‘쌀 선수금’ 제도를 도입했다. 1년간 가정별로 먹을 쌀값을 40㎏ 기준으로 미리 선수금을 내고, 쌀 약정을 한 소비자들은 연중 필요할 때마다 생명쌀을 받아먹을 수 있게 했다. 연평균 1억 2000만 원 안팎 선수금이 우리농 교구본부에 들어왔고, 이 선수금으로 가톨릭 농가에서 생산한 쌀을 공동수매함으로써 쌀 약정은 우리농 운동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

안동ㆍ부산ㆍ인천ㆍ전주교구에서도 쌀 선수금이나 쌀 지킴이 같은 쌀 약정을 통해 공동수매가 이뤄져 왔다. 지난해에는 안동 쌀 약정에 600여 가구, 부산 쌀 565가구, 광주 쌀 300여 가구, 인천 쌀 30여 가구, 전주 쌀 120여 가구 등 전국에서 쌀 약정에 총 1615가구가 참여했다.

쌀 약정에 참여한 신자들은 서울ㆍ수도권과 대도시 교구 신자들이 대부분으로, 생산자들이 재고의 어려움이나 친환경 쌀 판로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농사를 짓도록 힘을 실어줬다. 지난 한 해 쌀 약정 등에 따른 계약 생산으로 전국 10개 교구 133농가에서 생산한 유기농ㆍ무농약 쌀 1391t 가운데 75%인 1041t을 수매, 우리농 매장이나 공공급식 등을 통해 직거래하는 결실을 보았다.



생태계 보전과 쌀 농업의 가치

공동 수매를 위한 생산비 조사도 올해 가톨릭농민회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천차만별인 생산비를 육묘와 모내기, 수확, 건조 등 영농일지 중심으로 조사해 쌀 수맷값 책정의 기초자료로 쓰려 한다. 또한, 생산비 조사를 위한 영농일지 작성에 유기순환적 농사방법이 다 드러나도록 함으로써 생태계 보전이라는 쌀 농업의 가치가 드러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농에서 이처럼 ‘쌀’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 겨레의 주식인 쌀의 자급률을 높이고, 생명농업의 생태계 보전을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남학현 신부(서울대교구 응암동본당 주임)


▲ 남학현 신부



서울대교구 응암동본당 주임 남학현 신부는 특별한 사목 이력을 갖고 있다.
 

신학생 때 2주간 ‘진하게’ 농촌 체험을 하며 농촌에 관심을 두게 됐고, 1986년 사제품을 받고 나서 2년 뒤 안동교구 파견을 자원했다. “삶의 뿌리인 농촌을 체험하고 싶어서”였다. 그로부터 1992년에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4년 9개월간 농사도 지어봤다.
 

“2년간 논 4마지기 반, 900평과 밭 1마지기 200평으로 벼와 채소 소작을 했는데, 농사 흉내를 내본 거죠. 일반 관행농으로 농사짓기에 그리 넓은 땅은 아니지만, 100% 유기농은 만만치 않았어요.”
 

남 신부는 “수출 때문에 농업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농업, 농촌, 농민이 살아야 도시가 살아나고, 또 도시와 농촌은 별개 공동체가 아니기에 교회는 예언자적으로 우리농 운동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신부는 수확 후 20여 가지 농약이 대거 살포되는 수입 밀 문제나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 요즘도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에 열심이다.
 

현재도 서울 우리농 이사로 활동 중인 그는 “우리농 운동이 25주년을 맞으면서 교회 안팎에 인식 토대는 마련됐지만, 아직 교회 저변에 뿌리를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며 “교회도 우리농 운동을 단순히 ‘장사’로만 바라보지 말고 생태 사도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우리농 운동에 대한 성직자들의 이해를 높이는 일도 급선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신 것도 바로 교회가 공동의 집을 지키는 주역이 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신부는 “생태적 회개와 각성이 필요하다는 교황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교회는 생태 사도직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도ㆍ농 교구 간 교환 사목이나 교류가 계속 이뤄지면, 본당 내 우리농 나눔터에서의 나눔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우리농 운동도 생태 사도직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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