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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처음입니다만] (14) 성체를 왜 나누나요

[성당에 처음입니다만] (14) 성체를 왜 나누나요

생명의 빵으로 일치하는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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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발행 [1517호]
▲ 성체를 쪼개 나누는 것은 영성체를 통해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한 몸을 이룬다는 의미와 모든 이가 하나의 생명의 빵으로 일치하며 사랑한다는 뜻이 있다.





나처음: 요즘 성체에 관해 너무 관심이 많아요. 어떻게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실제로 변하는지도 엄청 궁금해요. 그런데 미사 때 보니 신부님께서 한 번은 모양이 멀쩡한 성체를 들었다가 또 한 번은 그것을 쪼개서 들어 보이더라고요. 성체가 너무 커서 한입에 안 들어갈까봐 쪼개시는 건가요. 그럼 정말 웃픈(웃기면서도 슬픈)데요.



조언해: 어! 이건 저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인데요. 그냥 편하게 영성체하시려고 쪼개는 거 아닌가요? 신부님!



라파엘 신부: 처음이가 성체에 관해 궁금해하는 게 많은 걸 보니 곧 교리 공부를 시작할 때가 다 되어가나 보다. 미사 중에 성체와 성혈을 들어 회중에게 보여주는 예식은 모두 세 번 있단다. 성찬 제정과 축성 때와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라고 하는 마침 영광송 때, 그리고 빵 나눔 예식 때란다.

성체성사와 그 예식은 주님께서 마지막 만찬 때에 몸소 행하시면서 만드신 거란다. 주님께서 직접 말과 행위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 몸과 피를 봉헌하셨고, 사도들에게 먹고 마시라고 주셨으며, 이 똑같은 신비를 끊임없이 거행하라고 명하셨지.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주님이 행하신 그대로 성찬 전례를 하고 있는 거야.

성체를 쪼개는 것을 ‘빵 나눔’ 예식이라고 해.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가 빵을 쪼개 나누는 동작은 주님께서 마지막 만찬에서 행하신 거야. 사도 시대에는 성찬례 거행 전체를 ‘빵 나눔’이라고 불렀어.(사도 20,7.11 참조)

이 예식은 하나인 생명의 빵, 세상의 구원을 위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모시는 영성체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한 몸을 이룬다(1코린 10,17)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또 처음이가 말한 대로 실제로 큰 빵을 모시기 편하게 쪼개는 이유도 있지.

사실 이 예식은 유다인들의 식사 관습에서 유래된 거란다. 가장이 둥글고 큰 빵을 들고 찬양기도를 바친 뒤 식탁에 앉은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지. 그리고 이 빵 나눔을 통해 가족과 벗으로서 사랑과 일치를 다졌지. 초세기 사도 시대 교부인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는 “사제단이 주교를 중심으로 나누는 빵은 한 분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일치하고 그분께 대한 신앙을 증거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단다.

예수님과 사도, 교부 시대 때 빵은 두께가 2~3㎝ 되는 둥글고 큰 빵이었대. 그걸 먹기 위해선 쪼갤 수밖에 없었겠지. 이처럼 수 세기 동안 교우들이 미사에 참여할 때 집에서 구운 빵과 포도주를 예물로 가져왔대. 오늘날처럼 동전 크기의 제병을 만들어 사용한 것은 8~9세기 무렵이야. 신자들이 늘면서 성찬용 빵을 별도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지. 그래서 신자들이 더는 집에서 빵을 구워 성당에 가져올 이유가 없게 됐고, 사실상 빵을 나눌 필요가 없어지면서 상징 예식으로 빵 나눔의 의미가 점차 흐려지게 된 거지. 이에 빵 나눔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20세기 저명한 신학자인 프란츠 니콜라시 신부는 “축성된 빵은 그리스도 자신의 몸이기 때문에, 이 빵을 나누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면서 그분의 영혼과 육신이 갈라짐을 뜻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단다.

처음이랑 언해가 자세히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사제가 빵을 쪼갠 후 한 조각을 성혈에다가 섞는단다. 빵과 포도주를 따로 축성하는 것이 ‘예수님의 죽음’을 상징한다면, 성체와 성혈의 재결합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을 드러내는 것이지. 그래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생명의 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거야.’ 이런 이유로 성체와 성혈 양형 영성체를 하지 않아도 그리스도 전체를 받아 모시는 것이라 가르치고 있지.

이처럼 성체를 쪼개 나누는 것은 영성체를 통해 주님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한 몸을 이룬다는 의미와 모든 이가 하나의 생명의 빵 안에서 일치하며 사랑한다는 뜻이 있단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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