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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소비하면 행복해질까(김경자, 헨리카, 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전공 교수)

[시사진단] 소비하면 행복해질까(김경자, 헨리카, 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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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9 발행 [1515호]




요즘 행복에 관한 많은 연구와 강연은 행복한 삶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대개는 삶에서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라거나 남과 비교하지 말라거나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라거나 하는 결론을 내린다. 이들 결론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시장에서 돈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소비행위를 통해 행복을 얻으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말씀인즉 지당하다. 소득과 행복 간의 관계를 다룬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에서 지적됐듯 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은 증가하지만, 소득이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즉 생물학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소득과 행복 간의 관계가 아주 미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물질적인 소유와 소비를 포기하고 남과 비교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진화 심리학자들은 인간은 진화적 맥락에서 생존과 번식에 적절한 상황에서 행복해지도록 유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생존과 번식에 관련된 행위를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면, 생존하고 번식하려는 동기가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존과 번식에 기여하는 여러 물질적 여건들, 예를 들어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과 따뜻하고 안락한 집과 남보다 나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옷과 장식물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행위는 행복을 얻기 위해 무조건 버려야 할 습관이 아니라 행복을 찾기 위해 잘 관리해야 하는 수단이다. 소비는 개인이 정말로 원하는 걸 충족시키고 자아를 표현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자존감과 성취감, 그리고 통제력을 갖도록 도와준다. 행복을 다룬 많은 연구는 행복이 대부분 소비행위를 매개로 한 경험임을 강조한다. 단순히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 행복해지기는 힘들다. 춥고 배고프고 실연까지 당한 상황에서 생각만 바꾸어 행복해지는 건 종교적 신념이 있지 않고는 정말 어렵다.

소비사회와 시장경제 체제에 익숙해진 오늘날 소비자들은 당연히 소비하면 행복이 증대될 것이라 믿는다. 아울러 과도한 소비로 후회와 실망, 죄책감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도 함께 경험한다. 행복해지려면 소비를 줄이거나 생각을 바꾸라고 말하는 대신 행복하게 돈을 쓰는 기법을 연습하라고 하는 건 어떨까?

컬럼비아대 엘리자베스 던 교수는 행복한 소비 방법을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체험을 구매하라. 돈을 물질에 소비하는 것보다 여행이나 배움 같은 경험 축적을 위해 소비하면 더 오랫동안 행복하다. 둘째, 특별한 것을 위해 소비하라. 남들이 다 가진 것이 아닌, 나에게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을 구매하거나 구매한 물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그 대상의 효용이 훨씬 커진다. 셋째, 시간을 구매하라. 바쁜 시간을 절약해 또 다른 일을 만들지 말고 여유로운 시간 자체를 구매하고 즐겨라. 넷째, 먼저 지불하고 나중에 소비하라. 외상(신용카드)으로 나중에 빚을 갚아나가는 빚 권하는 사회에서 벗어나면, 소비에 대한 후회도 덜하고 훨씬 오래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음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타인을 위해 소비하라. 때로는 다른 사람을 위해 소비할 때 행복감이 더 커진다.

던 교수의 제안을 직접 실험해보고 싶다면 두 달 후, 한가하게 특별한 무엇인가를 즐길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을 지금 당장 예약하고 결제하라. 가난한 친구를 위해 깜짝 티켓을 선물하면 더 좋겠다. 그러면 두 달 동안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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