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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 일상에는 쉼표를 신앙에는 느낌표를

피정, 일상에는 쉼표를 신앙에는 느낌표를

주님 부활 대축일 앞두고 주님 맞을 준비는 피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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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7 발행 [1509호]
▲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묵상은 피정을 통해 그 깊이를 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묵상 끝에는 부활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사순시기, 가시나무로 꾸며진 제대 장식 너머로 보이는 십자가상. 가톨릭평화신문 DB



예수님께도 기도는 하느님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마음속 골방에 들어오시도록 초대하셨고, 그 만남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힘을 얻으셨다. 이렇듯 일상을 떠나 기도와 묵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침묵 속에 하느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일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신앙의 양식이다.

사순 5주일, 주님 부활 대축일이 멀지 않았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려면 마음속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우리에게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피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신앙인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사순과 부활 피정을 소개한다.




피정의 의미



우리는 몸을 돌보기 위해 운동을 하고 음식을 섭취하고, 아프면 병원에 간다. 마음을 돌보기 위해 책을 읽고 여가를 즐기며, 행여 아프면 정신과나 심리 상담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는 영혼을 돌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영혼이 병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득 영혼에 공허감이 밀려올 때

많은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와 전례, 고해성사와 면담, 기도와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영적인 양육을 받으며, 자신의 영혼을 돌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성당 활동에 공허감이 밀려오고, 전례와 기도가 의무적이 되어 가며, 자기만족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떻게 하면 자신의 신앙생활을 쇄신하고 영적으로 더욱 성장하며,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받고 새롭게 변화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심리 상담이나 여가 활동은 마음에 평화나 삶에 즐거움을 주지만, 궁극적인 존재의 변화나 참된 하느님 나라의 삶을 직접 깨닫게 하지는 못한다. 영적 성장과 치유, 신앙의 쇄신, 그리고 자기-초월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의 모든 형태는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잘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와 정화를 돕는다. 성사와 기도, 자선, 고행 등 하느님의 은총을 얻기 위한 준비 방법 가운데 교회는 오랫동안 ‘피정’을 권고해 왔다.



주님 안에 머물며 그분과 하나 되기

피정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도록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 그분께 집중하는 시간이다. 하느님께 집중한다는 것은 많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침묵함을 뜻한다. 마음의 문을 열고, 고요히 그분 곁에 머물며 침묵과 고독 가운데 시간이 정지한 듯한 ‘지금 바로 이 순간’ 그분의 현존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나를 넘어 그분의 시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머니 품에 안긴 어린 아기처럼 그렇게 주님 영 안에서 나의 영이 쉬며 그분과 하나 되는 시간이다.

다음으로 피정은 우리가 순례자임을 자각하는 시간이다. 우리의 삶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와서 하느님께로 되돌아가는 순례의 여정이다. 순례자는 많은 짐을 가지고 갈 수 없다. 결국,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 앞에 오직 우리의 영이 하느님께로 되돌아감을 알기에 자신을 비우는 특별한 시간이 바로 피정이다.

재물, 관계, 자아에 대한 집착은 우리의 영적 순례 여정에서 무거운 짐들이다. 그래서 피정은 순례자인 우리가 더욱더 영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자신을 비우는 시간이다. 자신을 주님께 내려놓는 순간 우리 내면에 치유가 일어나기도 한다.

피정은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바쁘신 공생활 중에도 외딴곳에서 기도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분주한 일상과 세속의 소음과 안락한 삶을 피해 한적한 곳에서 피정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해 그리스도인들의 영적 쇄신을 돕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피정은 지식을 쌓는 강좌나 성경 공부 혹은 머리로 자신을 성찰하고 식별하는 시간과는 다르다. 오히려 온 마음으로, 온 영혼으로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는 시간이다. 그분 사랑 안에서 내 존재가 변화되지 않을 때 지식은 울리는 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를 멈추고 하느님께 봉헌하는 시간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 심지어 새로운 것을 배워 지식을 쌓는 것만을 피정으로 여기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멈춤이 필요하다. 피정은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를 멈추고 하느님께 나를 봉헌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그분의 것임을 다시금 자각하며, 그분의 사랑을 느끼고 체험하는 시간이다. 구약의 시편 작가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하다.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박재찬 신부(부산 분도 명상의 집 원장)

▲ 박재찬 신부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



수도자들과 함께하는 사순ㆍ부활 피정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피정의 집에서는 1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수도자들과 함께하는 피정을 마련한다. 또 고등학교 1학년부터 40세 이하 미혼 남녀를 위한 ‘청년 파스카 성삼일 전례’ 피정도 1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 성 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 토요일 파스카 성야 미사, 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를 수도자들과 함께할 수 있다. 문의 : 054-971-0722, 010-8353-2323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도 수도자들과 함께하는 파스카 성삼일 전례 피정을 1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부산 은혜의 집에서 실시한다. 미혼 여성과 60세 이하 혼자인 여성이 참가할 수 있다. 문의 : 010-8004-5729 은혜의 집

툿찡포교베네딕도 대구수녀원 역시 청년 부활 전례 피정을 1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마련한다. 35세 이하 미혼 청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의 : 010-9890-3431

피정 장소가 지방이라 부담된다면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피정을 추천한다. 수도자와 함께하는 부활 전례 피정이 20일 오후 3시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 장충동 성베네딕도회 피정의 집에서 열린다. 문의 : 02-2273-6394



치유와 인문학이 함께하는 피정

낙태의 아픔을 치유하는 피정도 있다. 착한목자수녀회는 26~28일 성 빈센트 환경마을에서 한국 틴스타와 함께하는 낙태 후 화해 피정을 마련한다. 문의 : 010-9318-1366

며칠의 피정을 떠날 여유가 없다면 당일 피정이 제격이다. 수원교구 고초골 피정의 집은 9일 전임 교구장 최덕기 주교와 함께하는 1일 피정을 실시한다. 피정은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하는 삶’이란 주제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문의: 031-337-0470

음악과 문학과 함께하는 피정도 있다. 사순 피정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가 8일 오전 10시 서울 새남터순교성지 성당에서 열린다. 주제는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요한 20,18)이며,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강주현ㆍ한진욱ㆍ백남일 신부가 강사로 나선다. 문의 : 070-8672-0327

부산가톨릭문인협회는 문학과 함께하는 사순 피정을 13일 오후 2시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 양산 정하상바오로영성관에서 마련한다. 염봉덕 신부와 김영욱 신부, 김정자 교수가 지도한다. 문의 : 010-2831-3550

대구대교구는 2019 사순 특집 콘서트를 14일 오후 2시 주교좌 범어대성당 대성전에서 펼친다. 네덜란드 DUDOK 앙상블 초청 내한공연으로 ‘바흐 마태 수난곡’이 연주된다. 문의 : 053-744-1394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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