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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 (10)아이들과 함께 엄마도 무럭무럭 자란다

[이지혜 기자의 엄마일기] (10)아이들과 함께 엄마도 무럭무럭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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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7 발행 [1506호]



삶은 대나무 마디처럼 시작과 끝이 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으면 “치쥬(치즈)”라고 대답하는 둘째, 만 24개월 서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3월 4일 새 학기 첫날, 6살이 된 형 지성이도 유치원에서 진급식이 있던 날. 동생도 어린이집에 가는 새로운 환경에 지성이가 들떴다.

“엄마, 서진이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나 창문으로 같이 봐요, 네? 그렇게 하면 어때요?”

“서진이가 친구들 장난감을 뺏고, 때리면 어떡하지?” 하니, 형이 말한다. “그럼 제가 들어가야죠. 들어가서 데리고 나와야죠. 오호. 재밌겠다! 어린이집에서 영화 보는 것도 아닌데.”

‘그래, 너에게는 창문 너머로 동생을 바라보는 일이 영화처럼 여겨지겠구나!’ 하며 웃었다.

첫 아이 지성이를 어린이집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밀어 넣었을 때의 그 생소함과 두려움은 아직 남아 있다. 들어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고, 나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공간에서까지 눈을 떼지 않았던 아이였다. 아이의 수저를 사면서도 앞으로 혼자 밥을 떠먹어야 하는 아이 앞의 생을 생각하며 펑펑 울었다. 그 첫 공간에 둘째 아이를 데려갔다.

나도 엄마로서 조금 큰 걸까. 첫 아이를 떼어놓는 것보다 마음은 덜 찢어졌다. 어린이집에서 내 무릎에 앉아 떠나지 않는 서진이를 보며, 배 속에 품고 있던 아이를 이렇게 세상으로 한 발짝씩 잘 떼어내는 일이 부모의 일이란 걸 생각하게 했다. 아이가 발을 내디딘 공간에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이 양육의 종착지가 아닐까.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갔다. 6살 지성이의 진급식. 유키 구라모토의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 흐르고 각 반 선생님들이 아이들 얼굴 사진을 들고 제대 앞으로 걸어나간다.

“예수님, 달님반 어린이들입니다. 이제 만 4세로 진급하니 서로 돕고 사랑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어린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추위에 장갑과 목도리, 미세먼지에 마스크…. 유독 입혀 보낼 게 많았던 시절, 늘 시간에 쫓겨 발 동동거리며 아이들에게 재촉하고 짜증 냈던 시간이 미안해진다. 평생 살면서 필요한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는 말이 맞다. 서로 돕고, 사랑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 나는 아직 어렵기에.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재생하고, 회복하고 있다. 하느님은 아이들을 통해 나를 벌리고 늘어뜨려 내가 회복해야 할 인간성을 메꾸고 채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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