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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일본인들 마음에 소녀상을 세우겠습니다”

[특별기고] “일본인들 마음에 소녀상을 세우겠습니다”

나카이 준 신부(예수회, 일본 시모노세키 노동교육센터 소장) - 한국과 일본, 우리가 역사의 상처 치유를 위해 걸어가야 하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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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3 발행 [1504호]
▲ 소녀상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나카이 준 신부.



2년 전 3월 1일. 나는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있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였다. 미사 끝에 말할 기회를 얻었다. “제가 앞으로 시모노세키로 돌아가서 하고자 하는 일은 만나는 사람들의 한 마음 한 마음에 소녀상을 세워가는 것입니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고, 동아시아인들과 함께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한국 친구들과의 약속, 하느님께 한 약속을 명심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나를 기다려준 사람들은 시모노세키의 조선학교 사람들이었다. 건너편으로 데려다 주는 문이 되어주는 재일교포 친구를 얻어 나는 재일교포들 속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 길은 들어갈수록 일본인으로서 아픔을 느끼는 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선학교의 아이들에게서 살아갈 힘을 부여받는 길이기도 하다.

“내 마음에 소녀상을 짓는 것.” 그것은 일본에서 무엇보다도 재일교포들의 상처에 대한 위로와 봉사를 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소녀상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이 받은 상처들을 기억할 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해 평화를 기원한다는 깊은 메시지를 가진 것임을 알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소녀상을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세워가는 것, 그 착실한 작업을 한일 국민들이 함께 쌓아올려 가는 것이 동아시아 역사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일본 정권에는 아무 기대도 하지 못하는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있다. 양심의 외침을 실천하는 정치인을 뽑아 정권에 계속 호소하면서 우리는 양심 있는 한일 국민의 연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5년 전 3월 1일. 미국 보스턴 가톨릭 청년 공동체에 다녔던 나는 한국인 친구인 다미안 신부에게 부탁해 미사에서 강론할 기회를 얻었다. 도대체 일본인인 내가 3월 1일에 무엇을 한국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일본의 과거 잘못에 대한 사죄의 말. “미안합니다”이다.

과연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강론에 합당한 말일까? 고민 끝에 나는 역시 그 말을 강론 속에 넣었다. 그리고 당일 미사 때 나의 가장 깊은 곳에서 그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한국 청년들이 마음으로 받아준 것을 느꼈다. 그동안에도 따뜻하게 맞아주던 청년들 속에 그래도 남아있던 벽이 녹아들어가는 체험이었다. 그날 밤 다미안 신부에게 메시지를 받으면서 축복으로 둘러싸이는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의 “미안합니다”는 바로 하느님의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예수님의 긴 팔은 세상의 모든 아픔과 가해자로서의 상처마저 감싸준 것이다. 그때 예수님은 내 마음을 노크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게 하셨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인이 마주해야 할 것은 이 상처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는 가해자의 상처. 그 상처를 모른 척하면서 일본 사회는 병들고 썩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1년간 한국에서 생활하게 한 것은 다큐멘터리 영화 ‘끝나지 않는 전쟁’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말이었다. “우리가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일본이 스스로의 죄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원과 포옹의 손길을 뻗쳐주시고 깊은 연민의 마음을 보여주는 한국인들을 만나며 나 자신이 해방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풍부한 만남과 연대의 길이었다.

그 길을 함께 걷는 우정의 고리를 넓히기 위해 지난해 일본 천주교 정의평화협의회 전국 집회에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분과 회의’를 개최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전 공동대표 김선실(데레사) 선생을 비롯한 12명의 한국 평화 활동가와 함께 이 길을 걸어가고자 연대를 시작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선실 선생의 나눔 속에 ‘회복적 정의’라는 개념이 언급됐다. 분노로 복수하는 정의가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상처 치유의 길을 걸어가기 위한 정의의 개념과 패러다임이다.

일본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어주는 한국인들이 있다. 그것은 일본인인 우리를 근원적인 고통으로부터 해방하는 구원과 포옹의 손길이다. 그 부르심에 응답하면서, 함께 세계의 상처에 연대해 치유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을 시민사회 활동을 넘어 정치 영역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 나는 조선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그런 비전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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