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한복 입고 떡국 먹고… 즐겁게 설날 준비하는 난민 아이들

한복 입고 떡국 먹고… 즐겁게 설날 준비하는 난민 아이들

Home > 기획특집 > 일반기사
2019.02.03 발행 [1501호]
▲ ‘전진상 우리집’의 난민 아동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세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동두천 ‘전진상 우리집’ 난민 어린이 설 예절 체험


“한국에서 여자들은 세배할 때 두 손을 위로 올려서 이렇게 해요. 자 따라 해보자.”

“이제 복주머니와 세뱃돈을 줄게요. 모두 따라 해보세요. 복주머니!”

1월 25일, 경기도 동두천시 중앙로의 한 주택. 아프리카계 난민 아동 5명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뒹군다. 이날은 특별히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법을 배웠다. 한복은 서울 대방동본당 주임 주수욱 신부가 구해다 줬다.

눈망울이 깊은 아이들은 신기한 듯 복주머니를 손목에 걸고 돌리며 신이 났다. 점심 메뉴로 떡국이 나오자,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선생님, 떡국 맛있다! 맛있다!”

이곳 ‘전진상 우리집’(시설장 최정인)은 지난해 11월 동두천 지역에 거주하는 난민의 자녀 중 미취학 아동(만 4~7살)들을 위해 마련한 돌봄 시설이다. 의정부교구 사회사목국 지역아동사목위원회와 국제가톨릭형제회(AFI)가 함께 설립해 운영한다.

이 지역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은 대부분 경기 북부 지역의 공장이나 농사일을 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그러나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미등록 체류자들로, 대부분은 절대적 빈곤 상황에 놓여 있다. 난민 아동들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녀야 하지만 국가의 지원은 없고 보육 및 교육비는 월 40~50만 원으로 문턱이 높다. 그래서 부모 중 한 명이 아이를 품고 있거나 일터에 데려가야 한다.

전진상 우리집이 문을 연 후 부모들은 한시름 놓았다. 부모들은 일터로 가기 전 오전 8시 30분에 데리고 왔다가 저녁 6시에 데려간다. 9시간 동안 국제가톨릭형제회 회원인 최정인(베로니카, 65) 시설장과 김성은(희순 루치아, 54) 사회복지사 둘이서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밥 해 먹이고 낮잠을 재운다. 틈틈이 한국어를 가르치고, 난민 아동들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해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운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자원봉사자는 없다.

최정인 시설장은 전직 초등학교 교사로 2015년에 퇴직했다. 전진상 우리집 설립을 앞두고 난민을 이해하기 위해 연수를 다녀오는 등 준비 기간을 거쳤다. 김성은 사회복지사는 지적장애인시설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난민에 대한 시선은 ‘진짜 난민이냐, 가짜 난민이냐’ 하면서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옆에 배고파 굶는 이웃이 있는데 나 혼자 배부르면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어요?”

최 시설장은 “이들이 무슨 이유로 들어왔든 어쨌든 우리 사회에 들어왔고,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며 “난민 아동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과 보호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지역아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신중호 신부는 “난민 자녀 중 취학 전 아동들은 보육 시설에도 가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도 가장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라며 “이들도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사회성을 기르고, 한국어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교구는 난민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 가톨릭평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첨부파일
발행일자조회